[인터뷰]
'루이 사범님처럼 전체 기전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여류명인전 5년 연속 우승 차지한 최정 인터뷰
이영재2016-02-12 19:32:20
▲ 한국 여자최강자 최정이 여류명인전 '5연패'를 달성했다.
과거 일본바둑계에선 5년 연속 우승, 즉 '5연패'를 달성한 기사에게 해당 기전의 '명예' 칭호를 부여했다.
예를 들어, 조치훈에게 '3연승 후 4연패'를 당해 기성(棋性) 타이틀을 빼앗기기 전까지 서열1위 기전 기성전 6연패를 달성했던 후지사와슈코에겐 타이틀을 빼앗긴 후에도 '명예 기성'이라고 호칭했던 것. 프로바둑계의 각종 기록과 주요 대회 모든 기보가 수록되는 '바둑연감'에서도 '명예' 칭호를 획득한 기사는 단위 대신 '명예 OO'라는 칭호가 기록된다.
우리나라 바둑계에선 '명예' 칭호를 주는 문화가 없기도 하거니와, 국수전과 여류명인전 단 두 개를 제외하면 모든 대회가 선수권전(지난 대회 우승자도 본선부터 다시 참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사가 나오기는 어려웠다(참고: 이 분야의 최고기록은 일본에선 조치훈의 본인방전 10연패, 우리나라에선 조훈현의 패왕전 16연패다).
하지만 오늘 여류명인 최정이 '5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과거와 달리 프로기사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 되어, 한 해가 바뀌기도 전에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여류명인전은 여자 대회 중 유일하게 도전기제로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다른 기전보다 우승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사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르고 걸른 최강의 도전자들을 상대로 연속 방어에 성공한 것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는다.
여류명인 5연패에 성공한 한국 여자바둑의 대들보 최정을 만나봤다.
▲ 여류명인 최정(왼쪽)이 2015 여자리그 MVP 오유진의 도전을 물리쳤다.
5년 연속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처음 우승했을 때는 이렇게 계속 우승할 줄 몰랐는데(웃음) 이렇게 되었으니 루이 사범님의 기록(여류명인전 7연패)을 깨보겠습니다(웃음).
오늘 바둑을 총평한다면?
초반부터 잘 풀렸다. 나빴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중반에 제가 간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약간 흔들리는 바람에 어지러워지긴 했는데, 그래도 유리한 형세였다.
지난해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목표로 얘기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물론 기억한다(웃음). 5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랭킹(현재 83위)에 별 차이가 없다(웃음).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올해는 랭킹보다는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에 더 주력 할 계획이다.
곧 여자리그가 개막한다. 지난해에 다소 부진했는데 올해 각오는?
저희 팀은 이제 내려갈 곳이 없다(웃음). 올해는 팀(서울부광탁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웃음).
시합을 할 때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항상 부모님이 많은 도움을 주신다. 올해 조금 달랐던 점이 있는데, 평소에 아버지가 결승전을 앞두고 조언을 해주시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저로서는 혼자서 해낸 것 같아서 더 의미가 있는 승부였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하는 특별한 준비 방법이 있나?
시합 며칠 전부터 명상을 자주 한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한다.
대국할 때 상대의 바둑에 맞춤형 전략으로 대응하는 편인가, '내 바둑을 두자'는 주의인가?
저는 제 바둑을 두자는 주의다. 상대에 대한 연구는 하지만, 포석 연구를 할 때 참고하는 정도다. 상대를 의식하면서 대국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여류명인전 도전1국에선 대외목과 고목을 결합한 창의적인 포석을 선보였다. 올해도 1국에선 삼연성 포진을 들고 나왔는데, 원래 이렇게 두는 편인지 아니면 오유진과의 대국에선 조금 더 초반을 도발적으로 짜는 것인지?
사실 지난 1국에서 삼연성을 둔 것은 혼자서 많은 연구를 하고 둔 수였다. 작년에도 유진이를 의식했다기 보다는 제 바둑의 장점을 살리자는 마음이 더 컸다.
오유진이 최정과의 대국에선 자신의 스타일로 판을 짜지 못하고 초반부터 난전에 휘말려 대세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가 의도적으로 난전으로 이끈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유진이의 경험이 아직은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경험이 더 쌓여서 자기 바둑을 둘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더 어려운 상대가 될 것으로 본다.
최정 바둑의 단점은?
끝내기가 약하다. 계가가 정확하지 못한 것 같고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초반도 여전히 많은 지적을 받는다.
반대로 2년 연속 승부를 펼친 오유진의 장점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제 약점이 유진이 장점이에요(웃음). 계가가 정확하고 끝내기가 강해요.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여자1위 위즈잉이 목진석 최철한을 연파하고 16강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어떤 느낌이었나?
그 때 이상하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같은 여자로서 기뻤고, 저도 곧 그렇게 해야되겠지만(웃음) 먼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당시 제 성적은 조금 아쉬웠지만…(웃음)
※ 위즈잉과 함께 삼성화재배 여자대표로 출전한 최정은 본선32강 더블일리미네이션에서 중국 장타오와 일본 이다아쓰시에게 패해 탈락했다.
라이벌 위즈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예전에는 너무 많이 져서 조금 밉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이제는 승패는 자신에게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가 잘 뒀기 때문에 지는 것이지만, 어쨌든 패배의 원인은 나한테 있다. 지난해 여자리그를 하면서 종종 만났는데 성격도 좋고(웃음) 좋은 친구다.
최정이 꼽는 한국 여자바둑 TOP5는?
잘못 얘기하면 미운털 박힐 것 같은데요(웃음). 예전에는 실력 차이가 뚜렷했던 것 같은데, 국가대표에서 다들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이제는 실력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 누가 확연히 세다고 하기가 힘든 것 같다. 지난해 여자리그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나.
국가대표 훈련이 끝난 후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운동을 주로 한다. 예전에는 복싱도 하고 요가도 했었는데, 최근에는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웃음).
국가대표 프로기사들 가운데 누구랑 가장 친한지?
(오)유진이랑 가장 친한데…(웃음) (김)채영 언니와도 친하고 여자기사들과는 다 친하다.
친한 동생이지만 승자와 패자로 나눠졌기 때문에 당분간은 서먹할 것 같다. 서로에게 질 때도 패배가 많이 아픈지?
지는 것은 적응이 안 된다(웃음). 아마 지금 유진이도 많이 아플 것 같다. 현재로선 저는 유진이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자친구는 있나?
그런거 물어보지 마세요. 슬퍼요(웃음).
많은 프로기사들이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성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연애를 할 의향은 있는지?
넘쳐요(웃음). 어릴 때는 저도 바둑만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연애를)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하려고 한다(웃음).
이상형은?
엑소(남자 아이돌 그룹)의 백현이에요(웃음).
앞으로 포부,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루이 사범님처럼 전체 프로기사가 참가하는 기전에서 우승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여류명인전은 애착이 가는 대회인데, 이렇게 대회를 개최해주시는 후원사 분들께 감사드린다. 루이 사범님의 7연패 기록을 깨기 위해선 대회가 계속 열려야 하는데(웃음) 앞으로도 변함 없는 후원을 부탁드린다.
▲ "이거 가져가도 돼요?" 특별 제작된 자신의 흉상을
들고 포즈를 취한 여류명인 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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