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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전설]

'오랜만에 느낀 짜릿함, 바둑 두는 것 자체가 좋았다'

2016 한국바둑의 전설 우승 확정지은 유창혁 인터뷰

이영재2016-02-14 02: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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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치훈과 유창혁. 시간패 해프닝으로 갑작스럽게 바둑이 끝났지만, 두 선수는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2016 한국바둑의 전설 우승자는 '세계최고의 공격수' 유창혁이었다. 지난 3국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이창호를 제압하고 첫 승점을 올렸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 하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우승 결정국이 된 조치훈과의 대결. 우세했던 국면에서 우상귀 패를 노린 것이 상대에게 빌미를 제공했다. 조치훈은 특유의 승부호흡으로 반상최대였던 하변을 저공비행 하며 실리 균형을 맞췄고, 이후 우하 일대 백 돌의 타개가 관건이 된 장면. 공격의 대가인 유창혁이 하변 백 돌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스텝이 꼬이며 공격에 실패하자 형세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바로 그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 사지를 탈출하며 진력을 다한 조치훈의 이마에 맺혀있던 땀방울이 바둑판과 돌 위로 쏟아졌다.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황급히 바둑판과 돌에 떨어진 땀을 닦아내던 조치훈은 계시원이 초를 세는 소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아홉" 소리가 들렸음에도 돌 통에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윽고 "열" 소리가 들렸고, 승부도 끝이 나고 말았다.

한상렬 심판이 대국장에 들어와 계시원에게 "열"을 불렀는지 재차 확인했고, 계시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조치훈은 "지나갔나요?"라고 물었고, 한상렬 심판은 "모니터로 확인한 후 대국장으로 왔는데, '열' 소리가 났다"고 답했다. 조치훈은 "졌어요"라고 패배를 시인하며 쓰러지듯 의자에 기댔다.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며 자책하던 조치훈은 유창혁과 복기를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끝나버린 승부. 대국을 지켜보던 사람도, 승부를 펼치던 사람도 모두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고, 승패가 결정되자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2016 한국바둑의 전설 우승자가 된 유창혁, 내일 경기 결과에 따라 여전히 준우승의 가능성이 있는 조치훈의 국후 소감을 들어봤다.

▲ 국후복기 장면. 초반 '폭파전문가' 조치훈의 타개와 '세계최고의 공격수' 유창혁의 공격이 볼만했다. 그 부분에 대해 두 선수가 의견을 나눴다.

우승을 축하드린다. 지금 소감은?
유창혁: 평소에 좋아하고 존경하던 분들과 오랜만에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승부를 할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좋았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한국 바둑을 이끌고 있다. 지도자에서 오랜만에 다시 선수로 돌아왔는데 느낌은 어땠나?
유창혁: 긴장하면서 시합을 준비했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었다. 이번 시합 기간 동안 준비하고 공부했던 것이 즐거웠고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둘 수 있어서 기뻤다.

승부가 시간패로 갈렸다. 계속 진행되었다면 형세는 어땠나?
유창혁: 정확하게 판단은 안 됐지만 미세한 바둑이었던 것 같다. 서로 아주 어려운 바둑이었다.

오늘 바둑을 전체적으로 총평한다면?
유창혁: 상변 접전의 결과는 흑이 좋았다. 우상귀 패를 노리지 않고 하변을 지켰으면 우세한 국면이었는데 패를 하다가 어려운 바둑이 되었다. 더구나 우상귀에는 뒷 맛이 남아 있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조치훈 선수도 그 수를 보고 있었는지?
조치훈: 물론이다. 그 수를 노리는 재미로 두고 있었는데(웃음). 거기 패 맛을 노려보기도 전에 이렇게 되는 바람에 아쉽다.

한국어로 초읽기를 해서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인가?
조치훈: 그런 것은 아니다. 바둑 공부뿐만 아니라 한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웃음).

시간패가 선언되기 전까지 바둑 내용에 대해선 만족하는지?
조치훈: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나중에 찬스가 생겼던 내용이었기 때문에 좋았다.

14일(일요일) 최종국 이창호 9단과의 대국이 남았다. 임전소감은?
조치훈: 그동안 많이 뒀는데 계속 지고 있다(웃음). 내일은 꼭 이기도록 하겠다.

▲ 평소 좋아하는 후배로 유창혁을 꼽는 조치훈(왼쪽)과 존경하는 선배로 조치훈을 언급한 유창혁. 두 '전설'이 인터뷰가 시작되기 직전 모니터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 한국바둑의 전설, 초대 우승자는 유창혁이었다. 

▲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미소를 띠며 인터뷰에
응한 진정한 거장 조치훈. 

▲ 조치훈 유창혁.

▲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승부의 흔적으로 남았다.  

▲ 공격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유창혁은 오늘 대국에서도 특유의 공격 바둑을 구사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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