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황스데이'는 족탁(足濯)의 여흥
자신의 성씨를 딴 '황스데이' 행사 11년째 지속하고 있는 황원순 씨
진재호2016-07-04 23:52:33

▲ 11년째 바둑친구에게 한없이 쏘는 황원순 씨(오른쪽)
'황스데이'는 족탁(足濯)의 여흥이라~!
조상님들의 여름 피서법 중 하나에 족탁(足濯)이 빠질 수 없다. 그저 집 가까운 시냇물도 좋고 계곡도 좋고,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세숫대야에 얼음물을 받아놓고 그 속에 발을 담그는 족탁은 가성비 만점의 피서였다.
그때 그때 형편과 상황에 따라, 분위기에 젖어 자연을 느끼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족탁의 즐거움이요 신선놀음의 극치다. 거기에다 막걸리 한 사발과 보양식 한 그릇과 바둑 한판이 곁들여지면 이것이야말로 가히 무릉도원이 아닐 손가.
누구라도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자기만의 기념일은 있다. 1년에 한번 이맘때 쯤 친분이 있는 바둑인들을 초청하여 의정부 인근 계곡으로 초대하여 영양탕 닭백숙을 쏘는 행사가 있다. 7월의 첫 주말인 2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황스데이' 축제가 열렸다. 바둑글쟁이 고 이광구는 '황스데이'를 '족탁(足濯)의 여흥'이라고 평했다.
열혈바둑인이자 전 내셔널바둑리그 의정부팀 감독을 맡았던 황원순(59) 씨가 사비를 들여 11년째 그냥 한턱 쏘는 행사다. 그의 성씨 따서 만든 이름인 '황스데이'는 모든 바둑인들이 뜻을 같이 하며 감사의 표시로 붙여준 이름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100여명의 바둑인이 친목과 우정을 접했다.
의정부 가능동 안골계곡 산 중턱까지 10분을 들어가면 '안골밤나무집'이란 식당이 나온다. 올해는 이곳에서 황스데이 11년차 행사가 열렸다. 작년까지는 사패산 장흥쪽 수락산 계곡에서 행사를 치렀고 올해 처음 의정부 가능동 안골계곡에서 치르게 된 것. 안골밤나무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음식점이라 이맘 때 보양휴식을 명분으로 자주 찾게 되는 곳이다.

▲ 멀리 태백 홍성 대구에서도 황스데이 기념일을 잊지 않고 찾아주었다.
"특별한 게 있나? 인생이 뭐 특별할 것도 없는데 뭘…. 그냥 와서 멍멍이탕이나 한 그릇 하고 가라니까!"
탄탄한 중견기업인 '한창전기'의 대표이며, 한양대기우회 OB이자 의정부석우회를 이끌던 황원순 씨는 의정부 바둑홍보대사나 다름없다.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이면 날을 잡아 '족탁(足濯)의 여흥'을 베풀고 있다. 요즘은 입소문이 나면서 친불친에 관계없이 프로, 아마, 바둑기자, 바둑강사 등 100명 가까운 손님이 늘 모인다.
고교동문전에서 늘 단짝으로 나가던 대신고 선배 김희중 사범은 이 행사의 단골손님이다. 그 외 이용직 미래창조과학부 기우회부회장, 홍시범 클럽A7 대표, K바둑 김홍진 국장, 최원용 프로, 홍성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김정환 김이슬 부부, 명지대 김진환 교수, 대한바둑협회 박장우 처장. 멀리 태백에서 우찬용 강원바둑연합회 부회장과 태백시공무원 이상곤 씨도 천리길을 한달음에 다녀갔다. 임동균 심우섭 등 이름만 들어도 막걸리 생각이 나는 고수들은 기본 출석이니 일일이 적시하지 못함을 이해하시라.

▲ 의정부 바둑지킴이 황원순(59).
"의정부에서 바둑을 두다가 우연찮게 좋아하는 친구들과 여름에 한번 모임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여태까지 왔지. 처음엔 진짜 별 생각 없었는데, 점점 하다 보니 판이 더 커지게 되었어!"
무슨 영업 차원에서 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순수하게 바둑이 좋고 사람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란다. 비용은 물론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데, 이젠 기백 명분의 밥값이 들어가니 제법 액수도 만만찮아 진다고.
그래도 그는 좋단다. "저 또한 아마추어고, 아마 없는 프로 없듯이 아마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합니다. 처음엔 그저 와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이젠 매일 했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맘 좋은 아저씨마냥 그저 허허롭게 웃는다.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변에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한, 그리고 제 건강이 허락한다면 해야지요."라면서 역시 껄껄 웃는다.
그래도 그는 즐거움이 하나 생겼다. 처음 몇 년간은 사비를 몽땅 털어서 했는데 이젠 나름대로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큰 힘이 되고, 무엇보다 '형님이 못하시면 제가 합니다'는 후배들이 많이 늘었다고.
"포부는 늘 있죠. 그러나 이런 조용한 행사는 조용하게 하고 또 다른 바둑 일이 있으면 따로 열정을 쏟아야 한다고 봅니다. 있는 대회나 행사는 그대로 오래토록 유지하는 게 전통이 되죠."
황원순 씨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바둑계에 음으로 양으로 맘을 쏟는 쾌남아다. 서산 서광사 템플스테이 때도 힘을 실어주었고, 제주도 길거리바둑축제에도 적극 참여했고, '절친' 백규완과 함께 서귀포 칠십리축제를 만들었고, 또 아마바둑사랑회(아바사)의 고문이다. 늘 무대에 서는 주연은 아니지만 언제나 무대를 지탱해주고 있는 빛나는 조연이다.

▲ 의정부 안골밤나무집이 부근인가 보다.

▲ 아니나 다를까. 차들이 빽빽이 모여들었다.

▲ 밤나무집은 멀리서 보면 허접하게도 보이지만, 어느 곳보다 아늑하고 포근한 곳이다.
▲ 바로 이것이 족탁의 비결이라.

▲ 낯익은 바둑인들이 건배제의.
총 댓글수: 0
관련 뉴스
Copyright © 컴투스타이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