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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분석/이세돌의 고집, 결론은 전략 실패

알파고에게 패한 포석 고수했던 이세돌, 초반 고전 자초

이영재2016-09-28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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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이 초반부터 자존심을 걸고 도발을 감행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국가대표 공동연구를 비롯해 수많은 프로기사들이 흑이 좋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던 변화를 고집했고, 그 결과는 패배로 이어졌다.

프로기사는 승부로 말한다. 알파고 이전에는 초반 한 수 한 수에 대한 완벽한 선악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알파고 시대에도 극초반에 두어지는 수에 대해 100% 확실한 분석을 내놓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래서 채택되는 게 대국 결과다. '신포석'을 창안한 오청원은 당대 최고수들과 치수고치기 승부를 벌여 모조리 '접바둑'으로 만들어버렸고, 기존 일본 모양 바둑에 익숙해진 프로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실전적인 수법을 구사했던 이창호는 최초로 세계바둑계를 완전 정복하며 '한국류'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던 수. 하지만 당대 일인자가 그 수법으로 패배를 모르는 연승 행진을 달린다면, 그 수는 어느새 '정석'이 된다.

현재 알파고가 '최강'에 가깝다고 한다면, 알파고가 둬서 승리한 수가 신(新)정석이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나 반대로, 알파고에게 패한 이세돌이 한 번 졌던 변화 그것도 동료 프로기사 대다수가 좋지 않다고 결론내린 진행을 그대로 재현한 건 전략 미스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 이세돌 ○ 이치리키 료 2016 농심배 본선1국

흑25까지 우변 형태와 백26으로 전개한 진행은 이세돌-알파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과 똑같다. 좌상귀 백 돌이 이 바둑에서는 2로 소목에 위치했고, 당시에는 화점이라는 점만 다르다.

이세돌은 초반 흑17로 침입한 이후 알파고와 대결처럼 흑25까지 진행시키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농심배가 제한시간 1시간 준속기 기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빠른 결정이었다.

만약 이세돌이 어제(27일) 승리했다면 다른 평가가 나왔을까? 알파고 후광에 압도되어 서로 잘 어울렸거나 어쩌면 흑도 해볼만한 형태를 두고 백이 편하다고 섣불리 결론을 내렸다는 자성이 등장했을까?

배석(좌상귀 백 돌)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현재는 여전히 백이 편하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대 유행하고 있는 이 포석은 앞으로도 이세돌 바둑에서 종종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세돌이 계속해서 같은 진행을 고집스럽게 시도할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 또한 바둑 팬들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참고도1 수나누기.

바둑에서는 선악을 판단하기 위해 '수나누기'를 종종 사용한다. 흑15로 벌린 수는 한 눈에 봐도 중복, 백16과 흑17 교환도 백이 기분 좋다. 여기서 백 가~흑 아까지 수순이 교환된다. 향후 A로 덮어 씌워갔을 때 잡혀있는 백 돌을 활용할 여지가 많아 그 교환 또한 백이 큰 손해가 없다는 분석이고 보면 역시 백이 편하다는 평가. 

▲ 참고도2.

국가대표 공동연구를 통해 저술된 <너, 누구냐? 국가대표가 해부한 알파고>에서는 흑1, 우변으로 한 칸 뛰는 수를 제시했다. 백은 2,4로 씌워서 사석작전을 펼치는 정도인데 흑5로 잡아둬서 충분하다는 결론이었다.

이후 공개된 구글 측 자료에 의하면, 알파고는 이세돌이 참고도2와 같이 뒀다면 백6으로 둘 계획이었다고 한다. 어제 이세돌-이치리키 료 실전에서는 백△ 화점이 가에 있으므로, 백은 나 정도로 좌변 모양을 형성하는 진행이 예상된다. 흑이 못둘 이유가 전혀 없는 진행이다.  


▲ 참고도3

사실 그래서 등장한 수가 백1, '알파고의 들여다보기'다. 배석이 조금 다른 형태에서 백1로 들여다보는 수(이세돌-알파고 제2국)를 구사해 나쁘지 않은 평가를 이끌어냈고, 이 교환은 향후 우변 전투에 큰 영향을 끼친다.

국가대표 연구에서는 백1과 흑2 교환이 있다면 흑은 8로 늘어두는 정도라는 분석이었고, 백은 9로 전개해서 불만이 없다. 서로 잘 어울린 바둑. 당시에는 백이 편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 참고도4

백△를 먼저 교환해둔 이유. 이 교환이 있다면 흑은 1로 침입하기가 부담스럽다. 백4로 젖혔을 때 가로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백 나~라로 막아가면 끊어간 흑이 오히려 잡히게 된다.

이세돌-알파고 제5국과 우변 전투에 대한 상세 해설은 <너, 누구냐? 국가대표가 해부한 알파고> 2권을 참조.

▲ 국가대표 공동 연구 결과를 바둑 전문기자들이
다듬어서 한국기원이 출간한 <너, 누구냐? 국가대표가
해부한 알파고> 1~2권. 1권에는 이세돌-알파고 제1~2국이,
2권에는 3~5국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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