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 시계만 눌렀어도…' 화제만발 페어부문
제97회 전국체육대회 바둑 종목 페어경기 에피소드
이영재2016-10-10 11:06:50
▲ 변수가 많은 혼성페어 부문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을 뛰어넘는 변수가 승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제주(왼쪽, 강지범·강나연)가 울산(김유환·강경낭)을 상대로 행운의 시간승을 거뒀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충남 예산군 생활체육관에서 펼쳐졌던 제97회 전국체육대회 바둑 종목 경기가 막을 내렸다.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 배점이 혼성페어, 고등부 혼성개인전보다 두 배 이상 컸기 때문에, 남자단체전을 제외하고 전멸했던 경기도와 여자단체전을 빼고 일찌감치 짐을 쌌던 충청북도가 공동종합 2위를 차지했다. 대망의 종합 우승을 일군 전라남도는 경기, 충북과는 반대로 ‘노골드’에 그쳤지만 각 부문에서 고르게 활약했다.
기량과 경기 진행 모두 프로기전 뺨치는 모습을 선보인 남자단체전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생기지 않았다. 강팀으로 손꼽힌 전라남도(정훈현·장현규·김민석)를 상대로 부산(문찬웅·박수창·이주형) 선수들이 분전해 은메달을 따낸 점이 잠시 화제가 됐다.
남자단체전 우승은 이변 없이 경기도(김정선·김정훈·이상빈)가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공동 다승왕에 빛나는 김정선과 이상빈(14승3패)과 승률 1위 김정훈(11승1패, 91.67%)이 포진한 경기도는 출전 명단 발표 직후부터 우승후보 1순위였다.
경기도가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공동 2위로 치솟았듯이, 충청북도 또한 여자단체전 덕분에 다른 종목에서 전멸하고도 종합 준우승을 기록했다.
충청북도는 도은교·김봄·진유림으로 팀을 구성해 전국체전 여자단체전 강호 전라남도를 제압했다.
고등부 혼성개인전 또한 당초 예상과 큰 차이 없이 진행됐다. 전남 이용빈과 서울 김대휘가 결승에서 만났고, 전남 이용빈이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제가 만발했던 부문은 단연 혼성페어 경기였다.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은 이름만 단체전일 뿐 사실상 개인전이므로, 별다른 분쟁 요소가 없다. 각각 두 명씩, 총 네 명의 선수가 바둑판 하나에 머리를 맞대고 경합을 벌이는 혼성페어 부문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속출했다.
첫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바둑 경기, 특히 혼성페어 부문에서 유독 많이 등장했던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 혼성페어 1회전 경기에서 대구 팀이 순서를 위반해 벌점 3집을 공제 당하는 장면. 서건우 심판이 판정을 내리고 있다.

▲ 순서 위반으로 벌점 3집을 받은 모습.
제주 대 울산 혼성페어 1회전 경기
"아! 시계만 눌렀어도…"
울산 김유환-강경낭 선수와 제주 강지범-강나연 선수가 맞붙은 혼성페어 부문 1회전 경기에서 전국체전 정식 종목 첫 '시간패'가 등장했다.
시간패는 바둑 경기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로, 프로기사들이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패 양상이 조금 달랐다.
일반적으로 시간패는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쪽에서 다음 수를 시간 내에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 하다가, 황급히 착수하면서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시원이 있는 프로시합에서는 착수가 먼저인지 "열" 소리가 먼저인지를 놓고 '비디오 판독'을 했던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이번 전국체전 페어부문에서 울산이 당한 시간패는 특이하게도 시계를 누르지 않아서 발생했다.
양쪽 모두 초읽기였던 후반, 울산 강경낭 선수가 착점을 했을 때 파트너 김유환 선수가 시계를 누르지 않았다.
※ 페어 경기에서는 돌가리기 결과에 따라 시계가 위치한 쪽에 앉은 남자-남자, 혹은 여자-여자가 시계를 누른다.
착수할 차례가 된 제주 강지범 선수는 상대가 시계를 누르지 않자 다음 수를 두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초시계에서 "열, 백 시간초과 시간패입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제주에서는 곧바로 상대가 시계를 누르지 않아 시간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울산 김유환 선수는 시계를 누른 것 같다고 말했으나, 해당 경기 심판이었던 서건우 프로가 시계를 누르지 않은 걸 봤다고 정리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초시계를 눌렀는데 시계가 오작동한 경우가 아니라면, "열" 소리가 난 순간 즉시 시간패가 선언된다.
당시 국면이 유리해 시간패가 아니었다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던 울산은 망연자실한 모습. 울산 관계자들은 당연히 승리할 줄 알았던 페어 1회전 경기가 '시간패'로 끝나자 어리둥절했지만, 자초지종을 모두 듣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아쉽게 탈락한 울산 김유환-강경낭.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마추어 바둑 선수들은 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 바쁜 가운데 틈틈이 페어바둑 훈련을 하며 정식종목 첫 메달을 노렸던 울산 페어 팀은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 행운의 시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한 제주 강지범-강나연. 충남 김정환-김이슬 부부 페어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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