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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씨배]

잉씨배, 초읽기가 없다?

벌점과 제한시간

tygem2004-04-21 16: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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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주기로 열리는 잉씨배는, 유일하게 초읽기가 없는 기전이다. 그럼 한없이 장고를 해도 된단 말인가?

"바둑의 묘수 중에 가장 큰 묘수는 바로 장고입니다." 모 프로기사의 장난기 섞인 이 한마디가 초읽기없는 잉씨배에선 장난이 아닌 정말 묘수가 될 수 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한 프로라고 한들 안 두는 데 당할 재간이 없지 않은가.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는 일은 없다.


▲ 시드배정 받은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 9단이 팬에게 사인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잉씨배엔 초읽기가 없는 대신 벌점제가 있다.

대국자마다 3시간 30분의 제한시간을 1초라도 넘기는 순간 바로 '벌점'이 적용된다.

벌점은 제한시간을 넘기는 순간 2점(點, 우리의 집과는 구분이 되는 단위이지만 여기서는 집으로 표현해도 무방하므로 점을 집으로 사용하겠음)을 뺀다.

그 대가로 30분을 더 쓸 수 있다. 집(2집)과 시간(30분)을 맞바꾸는 셈.

그러나 벌점은 2회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벌점 3회면 '실격패'를 당한다.

따라서 최고 벌점은 4점까지 당할 수 있으며, 그 대신 주어진 시간(3시간

30분)에 연장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1시간인 셈. 즉, 4시간 30분을 단 1초라도 넘기면 바로 실격패다.

집과 시간을 맞바꾸는 원리

4년 전 열린 제4회 응씨배에서 벌점을 당한 대국이 총 3판이나 있었다. 모두 본선1회전에서만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바둑은 류샤오광-왕리청 전. 형세가 불리한 중국의 류샤오광(劉小光) 9단이 3시간 30분을 넘긴 것. 그럼에도 류9단은 2분 뒤 돌을 던져 승부에는 무관했다.

또 다른 한판은 미국 대표로 출전한 장주주(江鑄久)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간의 1회전 대국. 이 바둑에서는 강9단이 역시 제한시간을 33분이나 더 쓴 뒤 돌을 던졌다. 즉, 제한시간을 두 번이나 넘겨, 총 4집의 벌점을 받은 셈.

마지막 한판에서는 두 대국자가 모두 벌점 2집을 당했다. 루이나이웨이-샤오웨이강 전. 당시 남편 장9단과 함께 미국 대표로 출전한 루이(芮乃偉) 9단은 중국의 샤오웨이강 9단과의 본선1회전에서 제한시간을 한 번 넘긴 것. 서로 마이너스 2점이었으므로 결과(소위강 백5점승)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소개한 세 판의 바둑에서는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바둑이 미세할 경우, 예컨대 1집을 다투는 '눈터지는 미세한 바둑'일 때는 승패가 뒤바뀔 수 있다. 벌점을 짝수(2점)로 둔 이유는 앞서 올린 글(잉씨룰, 5만 달러를 찾아라)을 참조하시길.

늘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때로는 외식을 한다는 기분으로 우리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먼 잉씨룰로 두어보는 맛도 재미 쏠쏠하지 않을까? ^^


TYGEM/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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