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이 벌이는 대결을 양이(兩李)전이라고들 한다. ‘양이’는 중국에서 먼저 쓰기 시작한 표현이지만 그리 어색하지는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사용된다. 제1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16강에서 두 기사가 마주쳤다. 68번째 양이전이었다.
이창호-이세돌 대결은 대부분 치열했다. 다른 상대와의 대결보다 더 투지가 솟구친다는 듯이, 쉽게 타협할 만한 장면에서도 살기 어린 전투가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양이전은 흥행이 보장되는 흥미만점의 대결이다. 바둑가의 시선이 두 사람의 대국에 쏠렸다. 그런데 이번 대결은 다소 예상 밖으로, 이세돌의 착각과 함께 끝났다.
초반 주도권은 이창호 9단이 잡는 듯했다. 확정가가 많았고 상대 진영을 적절히 견제했다. 중앙 두터움도 꽤 괜찮았다. 그러나 이후 하중앙이 이세돌의 손안으로 들어가고 우변 접전에서 이창호가 실점하면서 바둑은 급격히 이세돌쪽으로 기울어 갔다. 그러곤 끝내기에 들어섰다. 과거 끝내기 하면 이창호를 알아줬지만 세월 앞에 그 어떤 장사 없다. 이창호도 나이가 마흔을 넘긴 나이다. 예전 같지 않다.
형세는 미세했지만 흐름은 이세돌이 좋았다. 바둑이 종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간명하게 끝내기하는 편이 좋아보이던 시점, 이세돌은 좌변 이창호의 집에 치중하더니 수를 내거나 득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보태주고 말았다. 첫 수도 약간 손해였지만 둘째 실수까지 겹치자 적어도 석집 이상 손해였고, 미세한 국면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형세로 접어들었다. 이세돌은 좀 더 진행하다가 바둑판 위로 손을 휘저으며 항복 의사를 밝혔다.
▼ △와 1 교환 이후 흑이 5로 단수치면 패가 되어 흑의 낭패.
▼ 실전에서 백4 때 이창호가 흑5로 두자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이어서 백6은 더욱 착각이었다. 흑7로 잇자 백은 3집 이상 손해를 봐 패배가 확정되었다.
▼ 이세돌로선 치중 같은 걸 할 게 아니라 평범하게 1, 3으로 두었으면 좋았다. 흑은 4로 이어야만 한다(흑이 손 빼면 백A, 흑4, 백B의 수순으로 수가 난다).
▲ 카메라맨이 승자 이창호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 이창호 인터뷰
- 총평하자면?
'초중반엔 내가 좋은 형세였는데 이후 서로 실수가 나와 어려운 바둑이었다'
- 근황은?
'일주일에 한 번 국가대표팀 상비군 연구회에 참가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와 놀아주며 보낸다'
- 8강에선 박정환 9단과 만난다. 각오는?
'워낙 강한 상대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7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16강전에서 이창호가 이세돌에게 223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이 판은 8강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이 걸린 대국이었다. 이창호는 이세돌과의 상대전적을 36승32패로 만들며 좀더 격차를 벌였다.
이창호에게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더 투지가 솟는 듯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라고 물었더니 이창호는 '예전에는 그랬는데, 요즘은 그저 편안하다'고 답했다.
8강전 첫 경기는 13일 강동윤 9단 vs 김지석 9단의 경기로 시작되며, 14일 최철한 9단 vs 홍성지 9단, 20일 원성진 9단 vs 윤준상 9단, 27일 박정환 9단 vs 이창호 9단의 대결이 이어진다.
‘동갑내기’ 세계 챔피언 출신인 김지석 9단과 강동윤 9단의 상대 전적은 김지석 9단이 10승 9패로 앞서 있고, 최철한 9단은 홍성지 9단에 8승 4패, 윤준상 9단은 원성진 9단에게 9승 6패, 박정환 9단은 이창호 9단에게 14승 7패로 앞서 있다.
8강 진출자 중 최철한 9단이 세 차례, 박정환 9단이 두 차례 우승했고 이창호ㆍ강동윤ㆍ홍성지 9단은 준우승만 한 차례 기록했다.
입신(入神ㆍ9단의 별칭) 최강을 가리는 제18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모든 대국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7시, 타이젬 대국실에서 수순 중계하며 바둑TV가 생중계한다.
동서식품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각자 10분에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며 총규모는 1억 8,500만원이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2,000만원이다.
▲ 입술을 다문 채 한땀한땀 바늘질 하듯 초반을 진행하고 있는 이창호.
▲ 이창호와 이세돌 두 사람이 맞붙으면 언제 어디서 접전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이창호.
▲ 이창호는 과거에 이세돌(사진)을 평가하면서 '기습에 능하다'고 했다.
▲ 이세돌은 과거에 이창호를 평가하면서 '깊이가 있다'고 했다.
▲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창호가 앞서는 형세였다. 이창호는 특유의 중후함으로 68번째 양이전을 짜 나갔다.
▲ 이세돌은 이번 대국이 올해 국내 첫 대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