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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배]

등신불 이창호, 앵벌이 송태곤?

후지쯔배 8강전 이모저모

tygem2004-06-08 10: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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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후끈거릴 순 없다." 후지쯔배 8강전이 벌어진 6월 5일의 검토실 장면.

일본이 만든 세계최초의 세계기전 후지쯔배. 올해로 17번째를 맞이했지만 작년까지 16번 치른 가운데 한국기사가 무려 9번(일본대표로 나와 우승한 조치훈 9단까지 합하면 10번)이나 우승을 휩쓸었을 뿐 아니라 최근 6년 연속 한국이 일본 안방에서 축배를 드는 통에 "후지쯔배에 정작 일본은 없다"란 소리를 듣고 있는 기전.
올해 대회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한국이 8강에 5명이나 올라가더니 4강에도 3명이나 또 진출해 7연속 우승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실정. 난적 이창호 9단을 꺾고 유일하게 4강 한 자리를 차지한 요다 9단이 과연 짓뭉개진 일본바둑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울 것인지.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벌어진 후지쯔배 8강전 뒷얘기를 이모저모로 꾸며 보았다.

이창호의 희생정신?

요다 노리모토 9단은 '이창호 킬러' 별명을 얻은 몇 명의 기사 가운데에서도 원조 킬러. 이창호 9단이 황태자시절인 91년 한·일 신예정상 특별5번기에서 3:1로 뼈아픈 패배를 안긴 이후 99년까지 상대전적 7승2패에서 보듯 이창호만 만나면 펄펄 날았고 반대로 이창호 9단은 '병아리 때 쫓기던 닭 장닭돼도 쫓긴다'는 속담처럼 세계최강으로 군림하면서도 이상하게 요다 9단 앞에만 서면 작아졌다. 저울추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 수 없는 실력이면서도 심리적인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그러다 2000년부터 전세가 역전돼 이후로는 요다 9단이 5연속 패배의 터널에 들어섰다. 통산 전적은 7승 7패로 팽팽했지만 흐름은 요다 9단이 '이창호의 밥'으로 전락한 상황인지라 이번 후지쯔배 8강에서도 이창호 9단의 무난한 승리가 예견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자존심 요다 9단은 결코 '만만한 봉'이 아니었다. 그래도 한때는 이창호 천적 소리를 듣던 바둑 아니었던가. 탄탄한 실리를 확보하면서도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두터운 운석. 냉철한 형세판단. 정확한 끝내기. 이창호 9단의 기풍과 빼다박은 기풍. 요다 9단이 왜 이창호 9단에게 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는데….

중반에 접어들며 이창호 9단이 초반 열세를 따라잡아 유리한 국면을 만들자 검토실의 한국 관계자들이 "이거 4강을 한국선수들이 전부 차지하는 것 아닌가" 하고 희색이 도는 표정. 오후 4시경 춘란배 단장으로서 미리 베이징에 도착한 김인 9단은 "1회 춘란배 때 4강중 세자리를 한국이 확정지은 상태에서 유창혁 9단과 창하오 9단 판만 남았었다. 내용도 유9단이 아주 유리했다. 그때 한국 선수단은 이거 이러다가 춘란배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유창혁 9단이 양보(^^)해 다행이었다."고 말해 다들 웃음.

마치 이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곧바로 요다 9단이 판세를 다시 유리하게 이끌며 그대로 승리를 굳히자, 검토실의 조훈현 9단을 위시한 한국 관계자들 왈.
"역시 이창호는 큰그릇이야. 대회 존속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다니….^^"라며 마지막으로 바둑을 끝낸 이창호 9단을 위로 아닌 위로(?).


▲'송폭풍' 송태곤 7단(왼쪽)과 대만의 일인자 저우쥔쉰 9단의 대국.

송태곤의 보험?

필자가 중국기원 원장을 예방하고 검토실로 돌아왔을 때는 송태곤 7단이 이미 대국을 끝내고 바깥에 나와 있던 상황. 지쳐서인지 맥없이 앉아 있는 데다 표정조차 몹시 어두운지라 진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대답은 "이겼다"는 것이다. 해서 "이긴 사람 표정이 왜 그래? 왜 시무룩한가"를 물었더니 대답이 기막혀. ^^
"조(훈현) 국수님과 유(창혁) 사범님께 500인민폐(약75,000원) 씩을 드려야 하거든요."
사연인 즉슨 자기 바둑(대만의 저우쥔쉰 9단 전)에 두 선배가 이기는 걸로 걸었고 자신은 지는 쪽으로 돈을 걸었다는 것이다. "왜 본인이 지는 쪽에 걸었느냐?"고 물었더니, 씩 웃으며 "보험이죠. 뭐^^"라고 대답.

거기까지는 좋았다. 정작 표정이 어두웠던 까닭은 자기 바둑 때문이 아니었다. (이겨서 4강에 올랐는데 그깟 돈 8만원이 문제일까…)
그 뒤에 덧붙이는 말, "그런데요, 거기까지는 만족하는데요…. 제가 유사범님과 철한이형 대국에다가는 철한이형에게 걸었거든요. 그런데 철한이형이 유리했던 바둑이 지금 역전되었어요. 이 바둑엔 인민폐 1천원(약 15만원)이나 걸었거든요. 흑흑…. 저 거지되었어요."

이룐이룐. 후지쯔배 우승고지가 눈앞인데 내기푼돈 몇 푼에 벌벌 떠는 자린고비라니…. ㅎㅎ
그리고 잠시 후 승리를 결정짓고 나오는 유창혁 9단을 만나자마자 "유사범님…. 저 거지예요. 오늘부터 유사범님만 따라다닐래요." 와∼, 이쯤되면 앵벌이도 이런 고단수 앵벌이가 따로 없다.

승리는 남의 일?

장쉬 9단에게 이기고 대국장을 나서는 박영훈 5단에게 바둑이 어땠느냐고 묻자,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중반 이후 나빠져서 패배를 각오했어요. 그런데 종반으로 접어들며 장쉬 9단이 조금 이상하게 두어 역전할 수 있었다."며 마치 남의 바둑을 대신 두다 나온 사람처럼 별일 아닌 듯이 대답.


▲타이젬 유준열 대표이사(왼쪽)가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북한식당 해당화에서 승리만찬

4강 중 세 자리를 차지한 한국선수단은 승자, 패자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이 어울려 북한식당 '해당화'에서 만찬을 나누며 여독을 풀었다. 회식장소를 해당화로 잡은 것은 특히 이곳의 음식을 좋아하는 단장 조훈현 9단의 강력한 압력(^^) 때문이었다고.
다음날 오전 이창호 9단은 춘란배 8강전에 출전하기 위해 상하이 쪽으로, 나머지 선수단은 귀국했다.

중국기원에 중국기사는 없다?

이번 후지쯔배 8강전은 중국에서 열렸음에도 행사는 매우 조촐하게 치러진 느낌. 8강전에 중국기원 소속 기사가 한명도 없어 썩 달가워 할 행사가 아니었던 것. 중국기사가 전멸했음에도 중국행을 고수한 건 대회 일정과 장소가 한번 정해지면 절대 바꾸지 않는 일본의 원칙 때문. 비록 중국기사들은 주인공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중국기원의 대회장만큼은 대단히 훌륭했다는 촌평.

중국에서도 타이젬 유명하다

후지쯔배가 열리던 6월 5일 오후 타이젬 유준열 대표이사와 필자(박덕수 상무)는 조훈현 9단과 함께 중국기원 왕루난 원장을 접견. 이 자리에는 왕이 중국기원 사업부장이 동석했고 이창호 9단의 동생인 이영호 타이젬 특파원이 통역을 맡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양국 바둑과 인터넷바둑 발전을 소재로 1시간 동안 환담을 주고받았다. 왕루난 원장은 "중국기원은 인터넷바둑이 향후 바둑의 발전에 극히 중요함을 느끼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 타이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며 향후 그 역할이 기대된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 것이므로 중국바둑계를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다.
왕루난 원장 자신도 인터넷 대국을 여러번 해 보았지만, 바쁘기도 하고 눈이 아파 2시간 이상을 하기는 힘들다며 너털웃음.

TYGEM/박덕수 바둑사업 총괄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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