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괴물 슈코' 손녀 후지사와 '바둑 두게 된 건 인생 최대 행운'
일본 여자 바둑계 1인자로 탄생한 후지사와 리나
타이젬2017-04-06 10:38:56

[출처: 중앙일보] 정아람 기자가 쓴 [‘괴물 슈코’ 손녀 후지사와 “바둑 두게 된 건 인생 최대 행운”]기사 내용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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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리그 뛰는 후지사와 리나, 일본 여류명인전 우승, 1인자 등극.
작년부터 ‘인제하늘내린’에서 활약했으며 어릴 때 조훈현과 넉 점 깔고 대국도 두었다는, 최정·오유진 꺾는 게 1차 목표
지난달 일본 여자 바둑계에 새로운 일인자가 탄생했다. 후지사와 리나(藤澤里菜·19) 3단이 제29기 일본 여류명인전에서 우승했다. 후지사와 3단은 지난달 8일 열린 도전 5번기 제2국에서 타이틀 보유자인 셰이민(謝依旻) 6단에게 2연승을 하며 타이틀을 획득했다.
바둑 팬들에게 이 뉴스가 더욱 반가웠던 건 후지사와 3단이 1970~80년대 일본 바둑의 일인자였던 고 후지사와 히데유키(藤澤秀行) 9단의 손녀이기 때문이다. ‘슈코’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후지사와 9단은 자유롭고 호방한 기질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일본 바둑의 전설이다. 그는 악성림프종·전립샘암 등 세 번이나 암을 극복했는데, 50세가 넘어서도 후배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아 ‘괴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92년 67세에 왕좌전을 차지해 최고령 타이틀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후지사와 3단은 열한 살이던 2010년 입단해 일본 기원 최연소 여자 기사의 기록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후지사와 가즈나리(藤澤一就·53) 8단의 대를 잇는 프로 기사가 됐다. 후지사와 3단은 일본을 넘어 지난해부터는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인제하늘내린 소속 선수로 활약 중이다. 한국여자바둑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후지사와 3단을 최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Q: 한국여자바둑리그에 참가하는 소감은.
A:“한국여자바둑리그는 일본과 다르게 저녁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대국을 진행한다. 환경이 달라 더 긴장될 때가 있다. 현미진 감독과 오유진 5단 등 동료 선수들이 잘해줘 힘든 점 없이 즐겁게 지낸다.”
Q: 여자 선수 가운데 라이벌로 생각하는 상대는.
A:“라이벌까진 아니고 ‘목표’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최정 7단과 오유진 5단이다. 중국에는 위즈잉 5단이 있다. 이들과 상대했을 때 전적이 별로 좋지 않다. 특히 오유진 5단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Q: 바둑은 언제 처음 접했나.
A: “가족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바둑을 알게 됐다. 여섯 살 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돌을 따먹는 게 재밌어서 바둑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곱 살 때 프로기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홍맑은샘 사범 도장에 들어갔다.”
Q: 아버지에게 배우지 않고 홍맑은샘 사범 도장에 들어간 이유는.
A:“기원에서 우연히 홍맑은샘 사범을 만난 게 인연이 됐다. 도장을 새로 만든다며 한번 와보라고 했다. 사활 풀이, 리그전 등 프로그램이 일본 도장과 다른 게 많았다. 어머니는 그러한 부분이 나와 맞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Q: 할아버지와 바둑을 둬 본 적이 있나.
A:“아쉽게 한 판도 둬 보지 못했다. 대신 어렸을 때 할아버지 소개로 조훈현 사범과 4점 깔고 몇 차례 대국을 했던 기억이 있다(조 9단은 후지사와 9단의 애제자다). 바둑이 끝나면 할아버지께서 조 사범에게 ‘손녀에게 기재가 있느냐’고 물으셨고, 조 사범이 ‘괜찮은 것 같다’고 대답했던 게 기억난다.”

▲ 1984년 당시 스승인 후지사와 히데유키 9단(오른쪽)과 함께 자리한 조훈현 9단.
Q: 손녀가 입단한 걸 보셨다면 매우 기뻐했을 텐데(후지사와 9단은 후지사와 3단이 입단하기 1년 전인 2009년 폐렴으로 작고했다).
A:“그러셨을 거다. 나 역시 할아버지께 바둑을 배우고 싶었지만 내가 열 살 때 돌아가셔서 기회가 없었다. 정말 아쉽다. 대신 평소 할아버지의 기보를 놓아 보면서 바둑 공부를 한다. 프로 기사로서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Q: 할아버지의 그늘이 부담도 될 텐데.
A:“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실제로 큰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내가 할아버지를 넘어설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할아버지가 두신 수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더 강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바둑 가족이라 좋은 점도 많을 거 같은데.
A:“무엇보다 가족들 덕분에 바둑을 접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 최대 행운이다. 바둑은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생’과도 같은 존재다.”
Q: 바둑의 매력은 무엇인가.
A:“승패가 확실히 결정되는 승부의 세계라는 게 매력적이다. 또 바둑의 깊이는 무궁무진해 몇십 년이 걸려도 쉽게 알 수 없다.”
Q: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A:“남녀 모두 참가하는 일반 기전에서 본선에 진출해 성적을 내고 싶다. 또 세계 여자 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일본 바둑을 위해 내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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