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일 경주 현대호텔 2층 특별대국실에서 한중천원전 결승 최종국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토실에 스님 한 분이 눈에 띄었다.
검토실 구석에서 조용히 모니터를 응시하며 이날 대국을 감상하고 있는 스님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법명을 여쭈어보자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라고만 하실 뿐 끝까지 밝히시지 않았고, 사진 찍는 것도 웃으며 정중히 거절하셨다.
다음은 '지나가는 나그네 스님'과의 간단 인터뷰이다.
TYGEM/조성철
-불국사에서 오신 스님이신가요?
아닙니다. 경주에 적을 담고 있지는 않고, 우연히 지나가다 알게 되어 왔습니다.
-기력은 얼마나 되시는지.
1급정도 두고 있습니다.
-오늘 누가 이길 것 같나요?
저 같은 하수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저 개인적으론 구리 7단이 포석에서 발빠르게 잘 짠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최철한 8단도 두텁게 응수하고 있으니 용호상박이 따로 없군요.
-스님들에게 바둑은 좋은 수양 방법이 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취미로 둘 뿐이지요. 스님들 중에 바둑을 두시는 분들은 별로 없습니다.
-스님들이 바둑을 두시면 승패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실 것 같은데.
승부의 원리를 아는 사람들은 승부에 상관하지 않지요. 하지만 승부의 속성을 모르기 때문에 졌다고 길길이 날뛰고 화를 내는 것이겠지요. 비단 바둑뿐 아니라 카드, 고스톱 같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예전부터 바둑이 신선놀음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엔 나이가 많을수록 연륜이 쌓여 바둑을 잘 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워낙 어린 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내니 신선놀음이란 것도 다 옛날 말이지요.
전신(戰神)이라 불리던 조훈현 9단 같은 대단한 분도 담배를 끊고 자기관리를 충실히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적이 다소 부진해지지 않습니까. 이젠 기운의 싸움이지요.
-이날 대국자들도 다 나이 어린 기사들인데 이들 바둑에 대한 감상이랄까요?
최근의 신예기사들은 모두 선배들이 뿌린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등과 같은 선배들이 앞길을 잘 닦아 놓았기 때문에 어린 후배기사들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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