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과연 이세돌 9단의 바둑인가 믿기지 않네요"
"전투 한 번 없이 집짓기만 하다가 끝내다니요. 바둑 내용만 놓고 스무 고개를 한다면 누가 둔 것인지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반 속기전에 등판한 이세돌 9단이 시종 노타임으로 일관하다가 허무한 패배를 '생전 처음 보는 일'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국 전부터 안색이 안 좋았지만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어 묻기가 어려웠다. 대국 후에는 친형 이상훈 감독과 함께 곧장 대국장을 빠져나가 기회를 놓쳤다.
"전날 무엇을 잘 못 먹었는지 종일 구토하는 증상을 보였다. 대국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였지만 다른 팀원들도 있는 만큼 겨우 몸을 추슬러 나왔다"는 답이 나왔다. 이 감독으로서도 이런 일은 처음 경험하는지 안경을 벗었다 썼다 난처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9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4라운드 4경기에서 SK엔크린이 신안천일염을 5-0으로 초토화했다. 홍성지 9단의 선제점)을 시작으로 안성준 7단-박민규 5단-이태현7단-이영구 9단의 승리가 꼬리를 물듯 이어졌다.
신안천일염은 초상집이었지만 SK엔크린은 정반대였다. 대학가 근처의 호프집처럼 들썩였다. 마지막 조한승 9단을 상대로 한 이영구 9단의 반집승이 그런 분위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러시아 속담에 '남의 눈물은 나의 행복'이라 했다던가. 희비가 엇갈려도 한참 엇갈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날의 '2패 후 3연승'처럼 5-0의 스코어도 지난 시즌 72경기에서 단 세 차례만 나왔던 흔치 않은 기록. 상대의 불행 덕을 어느 정도 본 것이긴 하지만, SK엔크린은 예기치 않은 첫 주인공이 됨과 동시에 두둑한 개인 승수까지 보너스로 얻는 기쁨을 누렸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2승1패가 되면서 순위도 단숨에 3위로 올랐다.
폭염과 장대비가 변화무쌍하게 교차하는 날씨처럼 파란만장했던 4라운드였다. 다음엔 또 어떤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KB리그는 내주 목요일 신안천일염-포스코켐텍의 대결을 시작으로 5라운드의 포문을 열어젖힌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한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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