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우승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세계 유일의 세계바둑 오픈전 삼성화재배가 제9회를 맞아 8월 31일 개막 전야제를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이번 대회 본선에 32강의 절반을 꿰찬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승할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중국이 첫 우승할 가능성에도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대회 결과를 인원으로 전망하긴 다소 무리가 따른다. 가장 좋은 예로 제1회 잉씨(應氏)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 필마단기로 출전한 조훈현 9단이 89년 5월 우승컵을 거머쥔 일이 있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심지어 조9단 자신조차 믿기 어려운 대사건이었다. 그 정도의 강도를 주지는 않았더라도 주최측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한 일본 대표 한국인 조치훈 9단이 제8회 삼성화재배에서 박영훈 9단을 꺾고 우승한 것도 하나의 사건이었다(역대 와일드카드 받은 선수 명단 아래표 참조). 그로서는 12년만에 맛보는 세계대회 우승. 그 바람에 한국의 삼성화재배 7연패 달성이 무산됐지만. 이처럼 와일드카드를 받고 결승에 진출한 기록은 한번 더 있다. 지난 4회 대회에서 역시 일본기원 소속의 조선진 9단이 일본의
히코사카 나오토(彦坂直人)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비록 이창호 9단의 벽에 부딪혀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이 역시
쉽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와일드카드를 받은 녜웨이핑 9단이 우승하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녜9단은 80년대 중반 벌어진
중일슈퍼대항전에서 패배를 눈앞에 둔 중국에 3회 연속 우승컵을 안긴, 당시 중국바둑계로선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최근
중국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명인전 도전권도 바라보고 있는 등 '부활'의 조짐이 서서히 일고 있어 경계해야 할 상대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우승국으로 가장 유력한 나라는 역시 한국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부동의 일인자 이창호 9단을 비롯해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적어도 한 차례 우승컵을 차지한 선수가 무려 5명이나 이번 대회에 출격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훈현, 유창혁,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등이 그들. 게다가 LG배서 준우승을 차지한 목진석 8단을 비롯해, 후지쯔배 준우승자 송태곤 7단, 아직 국제대회 결승에는 한번도 오르지 못했어도 충분히 우승할 실력을 갖춘 최철한 8단, 꽃미남 조한승 7단 등이 이들을 받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의 우승 전망을 밝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국에서는 3년 만에 이 대회에 얼굴을 내민 마샤오춘(馬曉春) 9단만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을 뿐이다. 준우승한 기사는 녜웨이핑 9단과 왕레이(王磊) 8단 등 두명. 다만 중국이 우승하지는 못했어도 7회 대회에서는 4강 중 세 자리를, 8회 대회에서는 4강에
두명이 오르는 등 '황사돌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한국선수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자인
조치훈 9단과 4회 춘란배서 준우승을 차지한 하네나오키(羽根直樹) 9단 등이 있으나, 총 출전선수가 고작 3명이라는 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으로선 얼마나 흥분되고 기쁜 일이겠는가. 마샤오춘 9단이 중국1인자에 있던 시절, 번번이 이창호 앞에만 서면 작아졌고, 마9단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창하오 9단 역시 이창호에게 거의 판맛을 보지 못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현재 중국랭킹1위 구리(古力) 7단에 기대를 걸었으나, 첫 대결(도요타덴소배 16강전)에서 패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씨에허, 콩지에라도 이창호를 꺾었으니. 이번 삼성화재배에서는 올드팬들에게 추억을 회상할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조훈현 9단과 빅매치 상대로 한 사람을 또 꼽는다면 중국의 녜웨이핑 9단이다. 그와는 첫 대결이 워낙 컸던, 제1회 잉씨배 결승5번기였기에 1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바둑팬들의 가슴속에 고이고이 간직되어 있다. 이번에 두 사람이 다시 붙는다면, 역시 크게 주목받지 않겠는가.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하는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의 우승 상금은 2억원, 준우승 상금은 5,000만원이다. 과연 대전 유성연수원에서 살아남는 8강의 전사는 어떤 얼굴들일는지. 혹시 아는가. 김광식·윤혁 4단, 이영구 3단 등 한국
선수단 중에서 세계대회에 첫 출전하는 이들 세 명이 쟁쟁한 고수들을 물리치고 다크호스로 급부상 할는지.
▲ 제9회 삼성화재배 본선 일정 및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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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에서 와일드카드 받은 선수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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