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정에서부터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써 있는 듯하다. 굼벅이는 눈망울이며 우묵한 입매, 구릿빛 투박해 보이는 피부까지...영락없는 둔한 이미지다. 실제 걸음걸이도 양반 팔자걸음마냥 느릿느릿하다. 도대체 날카로운 맛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듯한데, 그러하므로 베일 여지라곤 결코 없을 듯한데...그런데 이런 둔도(鈍刀)에 베이면 더 못 일어난다. 아프지는 않은데 치명적이다.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쓰러진 뒤에도 표정에 변화가 없다. 초지일관! 시종일관! 오로지 굼벅굼벅.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먼저 김성룡 9단에게 아래 두가지 항목을 카톡으로.
1. 이창호의 바둑사적 평가.
2. 알파고 등장한 지금 바라보는 이창호 바둑의 가치.
"사람이 가장 어렵(게 생각한)다는 두터움과 엷음의 가치를 가장 완벽하게 이해했다. 정확한 형세판단에 의한 계산바둑은 끝내기의 완벽함을 구현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알파고가 등장한 지금) 알파고의 바둑을 보며 이창호의 바둑이 오히려 지금 더 대단했었다는 걸 느낀다. 시대를 넘어선 바둑이었다. 우칭위안 선생과 이창호만이 역사에 기록될지도… 줄이면 이 정도 되겠습니다."
- 흠…과연 극찬 중 극찬이구먼.
"작은 부분의 역사를 바꾼 사람은 많아도 큰 그림은 이 두 사람 정도. 한명 더하면 우주류의 다케미야 정도. 다만 역사상 초일류급이지만 다케미야는 우칭위안이나 이창호처럼 세계1위는 아니었다는 게 흠입니다."
- 두터움과 끝내기… 이창호는 한마디로 '두터움에 대한 계산력'이란 얘기인데 이전에 두터운 바둑을 구사한 사람은 린하이펑도 있었구, 중앙바둑은 다케미야도 있었구. 다만 이창호가 다른 점은 그걸 계산해냈다?
"더 정밀하게… 계산에 의한!"
- 흠…사고방식이 달랐던 걸까? 앞세대들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음…(1)두터움은 결국 나중에 말을 할 것이다 → 그때까지 일반적인 생각. (2)두터움의 가치가 정확히 얼마다 → 이창호. (3)완벽하게 → 알파고."
- 하…추상적이냐 구체적이냐의 차이가 있군요. 그렇다면 이창호가 이걸 알고 두었으니 당시 대다수 역전승이라고 한 평은 수정되어야할 게 많겠군요.
"엄청요."
- 흠…결국 우린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었네요.
"흐흐… 김성룡이 알파고 바둑 해설한 꼴.

▲<장면1>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적인 정석
흑1,3으로 붙여 막는 수법은 다음 백4 한방을 얻어맞아 5에 잇는 모양이 빈삼각 우형이라 다들 직감적으로 기피하던 정석이었다. 다음 백6으로는 A, B에 둘 수도 있고, 흑7까지. 어떤가? 흑의 짭잘한 실리에 비해 어딘가 백은 기분만 낸 느낌이 들진 않는지.
"그런데 저는 성룡이형이랑 견해를 좀 달리하는 건, 물론 알파고 바둑이 창호형이랑 비슷한 점도 있지만 많이 비슷한 거 같지는 않고… 두텁게 두는 건 비슷한데… 사실 저도 헷갈리는 게 알파고가 커제랑 혹은 마스터란 아이디로 인터넷에서 60판을 뒀을 때는 그 스타일이 엄청난 초고수의 인간이 둔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알파고끼리 둔 대국보를 보면 또 달라요. 이건 뭐 도무지…
하여간 알파고끼리 둔 바둑을 별개로 친다면 그 전에 인간하고 둘 때는 '두텁게 두는 거' '균형감이 뛰어나다'는 건 창호형이랑 비슷한 건 있는데, 저는 마스터 60국을 딱 보자마자 우칭위안 선생이랑 더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상이 자유롭고 실전적이고… 주변에도 이런 생각 가진 사람 많더라고요. 우칭위안의 마지막 제자인 루이 사범님이 한국 오셨을 때 이런 생각을 넌지시 물어봤더니 역시 많이 비슷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전체적으로 수법 자체가 상당히 실전적입니다."
- 실전적이라면 이창호도 상당히 실전적 아닌가요?
"그런데 창호형은 느린 느낌이 좀 있다면 우칭위안 선생은 반짝이고 발빠르지요. 약간 둔탁한 느낌? 뭐 이게 창호형 스타일이긴 합니다만."
- 그렇다면 역시 현대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전환점은 '신포석'을 선보인 우칭위안 선생이고 이후 다들 우칭위안의 어깨 위에서 반상을 바라보다 이창호 때에 와서 중후반 끝내기에 대한 발견이랄까? 이런 게 정립이 된 거라 말할 수 있겠군요.
"그전까지 일본이나 한국 바둑은 끝내기가 승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글쎄요, 한 20% 되려나. 끝내기 실력이 다 고만고만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죠. 저 또한 일본바둑을 많이 보고 배웠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끝내기까지 안가 중반에 다 승부가 나고 끝내기는 말 그대로 마무리하는 단계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랬던 것이 창호형이 등장하면서 끝내기가 승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로 부각됐고, 그렇게 만든 주인공이 창호형이지요."
- 그전에도 '컴퓨터 이시다(石田芳夫)'라는 둥 끝내기 잘한다는 기사가 있었잖습니까. 끝내기란 것이 사실 가치를 따지는 거잖아요. 이렇게 두었을 때 몇집 저렇게 두면 몇집… 이것은 정상급 기사라면 어지간하면 보는 거 아닌가요?
"단순한 끝내기 크기만 보는 건 읽어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봅니다. 하지만 바둑이란 게 집만 짓는 게 아니잖아요. 단순한 집계산이라면 어디가 크고 작은지 지금도 계산 잘하는 기사는 많아요. 허나 두터움에 대한 이해도, 이를 계산해 내는 능력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분야입니다. 창호형이랑 두면서 혹은 기보를 보면서 느낀 건 확실히 끝내기에 대한 계산, 두터움을 판단하는 능력이 단연 남달랐어요. 끝내기에서 감탄할만한 수법이 많이 나왔죠. 요즘 알파고와 비교해보면 알파고가 더 정교하고 멀리 보겠지만…
▲<장면2> 김성룡 9단이 꼽은 이창호의 끝내기 수법
4회 응씨배 준결승 1국, 이창호(백) 대 위빈의 대국보다. 바둑은 만만치 않은 형세. 한눈에 보기에도 A의 곳이 가장 중요한 곳. 흑1은 흑의 당연한 선수 권리로 보여지는 수. 그런데 이 순간, 백2는 초보자도 범하지 않는 실수가 나왔다. 흑3으로 단수 치면 백은 졸지에 두점이 잡힌다.
결론은 백2는 절대 실수가 아니었다는 것. 철저한 계산에 따른 한수다. 백 두점을 잡혀도 A를 둔다면 백이 득이라는 것. 지금에 와선 흑은 A로 둘 수 없다. 그러기엔 흑1로 젖힌 흑 한점이 잡히면 4집을 그냥 날리게 된다.
전체 판세를 정확히 계산해 내는 능력이 없다면 누가 백4로 두는 작전을 생각해낼 수 있을까. 그것을 보여준 것이 바로 백4이다. 내가 아는 이창호. 이런 발상을 실전에서 보여줬던 그는 20년 전 이미 알파고였다. (김성룡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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