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인공지능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돌바람'의 수준은 오랜시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8월 중신증권배에서 6위를 차지했던 토종 인공지능 '돌바람'이 달라졌다. 11월, 중국에서 열린 화산논검배에서 마샤오춘9단에게 2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돌바람'이 본격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니 주위의 반응도 달라졌다.

"돌바람이 이 정도였어?"
"돌바람 엄청 세졌나봐"

의미있는 우승을 차지한 돌바람 네트웍스 임재범 대표를 타이젬 바둑카페에서 만나봤다.

▶요즘 '돌바람' 소식은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자주 듣는 것 같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빠 보이는데 '돌바람'의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우선 11월12일에 대한민국바둑대축제에서 박정환9단과 공개대국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12월 9일, 10일에 일본에서 하는 컴퓨터 바둑대회에 출전한다.


▶'돌바람' 개발은 임재범 씨 혼자 하는데,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면서 여기저기 부르는 곳도 많아졌을 것 같다. 대회 초청이나 참가 관련된 연락은 어떤 경로로 오는가.
메일이나 위쳇을 통해서 초청이 온다. 12월에 일본에서 하는 컴퓨터 바둑대회는 올해 초에 이미 연락이 와서 출전을 확정해 놓은 상태였다.


▶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참가하면 '돌바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
인공지능 개발자들이랑 이야기를 하니 도움이 많이 된다. 여기서는 혼자서 씨름하고 있는데, 대회에 출전하면 개발자들끼리 서로 "뭘 도입했는데 뭐가 좋더라"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대회 일정이 정해지면 특별히 대회를 위해서 대비를 하기도 하는가. 혹은 대국 상대가 정해지면 상대의 약점이나, 스타일 등을 알아두고 그 부분에 더 집중을 해서 발전을 시키기도 하는가.
'돌바람' 능력 향상을 위해서 평소에 생각하는 이런저런 리스트들이 있다. 생각만 해놓은 것들을 적용하기 위해서 바짝 노력을 한다. 대회에 출전 할 때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보다는 지금 있는 기능을 조금 더 튜닝을 하는 것이 좋다.


▶'돌바람'의 능력 향상을 위해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 것은.
8월 중국에서 열렸던 중신증권배에 비해서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 유리한 바둑을 역전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활 부분에 신경을 썼더니 기력이 안정적이 되어가고 있다. 많이 안정된 느낌이어서 보람이 있다.

▲화산논검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돌바람'의 개발자 임재범 씨를 위해 타이젬에서 조촐하게 우승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
'돌바람'의 우승을 축하하는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이영구·박정상·홍민표·신민준 등 프로기사들의 축하 메시지도 타이젬 바둑사업팀 장성계 팀장이 전달했다.


▶6월에 푸저우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마샤오춘9단한테 졌는데, 얼마 전 열린 화산논검배 인공지능대결에서 마샤오춘9단에게 2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돌바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인가.
6월에 초반에 유리했는데 후반에 역전을 당해서 졌다. 8월 대회에서 '돌바람'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고, 안정화 과정을 거쳐서 보완이 많이 된 상태이다.


▶마샤오춘9단과 세번 만났는데, 대국 시 에피소드가 있는가.
대국이 끝나고 ‘내가 여기다 뒀으면 이겼을 것이다’라고 말을 했는데, 내 실력이 약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
참, 이번 대회 말고 6월 대회에서 마9단이 대국 초반에 불리했다. 표정이 엄청 좋지 않았는데, 결국 역전승을 하고는 기분이 좋았는지 먼저 부채에 사인도 해준다고 하고, 사진도 찍자고 하더라.


▶1라운드에서 프랑스 인공지능 'Golois'에게 시간패를 당했다. 시간패는 사람한테서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대회가 열리는 호텔이 오래 되어서 네트워크가 좋지 않았다. 네트워크 장애가 있으면 10분 안에 해결을 해야하는 규정이 있다. 하필 '돌바람'이 둘 차례였는데 복구가 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네트워크 장애패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한국 인공지능 '돌바람'인데, '돌바람'의 수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마샤오춘9단에게 2승을 거둔 것을 보고 언제 이렇게 세졌냐며 놀라는 반응이다.
한국 반응은 체감이 안 돼서 잘 모르겠지만 이번 대회에서 중국측 반응이 좀 달랐던 것 같다. 다들 반기는 분위기이고 심지어 커피도 자비로 사먹지 못하게 하더라.


▶'돌바람' 수준을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서, '돌바람'의 세계인공지능바둑 수준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가.
8월 중신증권배에서는 겨우 8강에 들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니까…. 글쎄다. 어쨌든 12월 대회에 우승을 목표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화산논검배에서 마샤오춘9단과 대결 중인 '돌바람'의 모습. 대리착점은 항상 개발자인 임재범 씨가 하고 있다.


▶최근 '알파고 제로'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알파고 제로' 관련 논문 봤는가. '돌바람'이 '알파고 제로'까지 가려면 어떤 점들이 향상이 되어야 할까.
논문을 보긴 했다. 구조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놀란 것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오직 바둑 규칙만 입력된 알파고 제로가 3일이 지나면서 '알파고 리(AlphaGo Lee,이세돌9단을 이긴 알파고 버전을 지칭)'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없던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알파고는 아낌없는 지원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큰 기업이다. 내가 가진 컴퓨터로 동일하게 테스트하려면 컴퓨터를 1년도 넘게 돌려야 할 것이다. 동일한 방법으로 테스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보인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도록 지속적으로 연구 할 것이다.


▶일본국가대표상비군은 '딥젠고'로 대국 연습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국을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프로기사가 더 센 부분이 있고, 컴퓨터가 더 센 부분이 있을 것이다. 개발자와 프로기사가 연계를 해 더 좋은 수를 찾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 부분 적인 수읽기는 프로기사가 더 세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바둑 인공지능은 어떻게 복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승률 변동 모니터링을 통해서 알아본다. 복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프로기사와 함께 의견을 나누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돌바람'의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는 11월12일에 화성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바둑대축제 때 '박정환9단'과의 대결에서 드러날 것 같다. 박정환9단 같이 실력이 센 기사와 대결을 하는 것은 처음 아닌가. 박9단과의 대국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중위권 프로기사들과는 타이젬에서 많이 뒀었는데, 박정환9단과 같이 센 기사는 처음이다.
이왕이면 잘 두는 사람이랑 둬봐야지 실력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돌바람'에 대한 정확한 테스트를 해볼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가 좋은 것 같다.


▶박정환9단과 승부예측을 해본다면.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꼭 이겨야만 좋은 것은 아니다. '돌바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더라도 턱도 없이 지면 안되지 않겠는가.


▶올해가 얼만 안 남았다. 내년 '돌바람'의 목표는.
내년 목표보다 올해 목표가 더 중요해 보인다. 올 초에 세운 목표가 상반기에 중위권 프로기사 수준, 말까지는 상위권 프로기사 수준으로 실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