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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리그]

김성룡 '선수들은 본인 생각만하길, 그 외는 감독 책임'

포스코켐텍 바둑리그 포스트시즌 2위로 마감

타이젬2017-12-05 0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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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쟁취하기 위해 8개월간을 쉼없이 달려왔다. 트로피의 영광은 정관장 황진단에게 돌아갔다.

거칠 것 없이 순항해 손에 잡힐 듯 보였던 우승컵이 손 안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느낀 포스코 켐텍의 검토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2위를 차지한 포스코 켐텍 김성룡 감독을 기원 근처 위치한 포스코 연구실에서 만났다.

 



▶챔피언엔 오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2등 팀인데 자축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
오늘 진 것도 진거지만 결과보다 내용이 너무 허무해서 그렇다. 말도 안되는 바둑을 졌다. 윤찬희가 이창호를 상대로 진 판은 윤찬희 인생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바둑이었다. 마지막에 윤찬희가 여러 번 실수했고 계속 물러섰지만 결국 어떻게 둬도 반집 이기는 바둑이었다. 내가 걱정되는 건 윤찬희 입장에서는 본인이 크게 성장 할 수 있는 판을 졌다는 것이다. 이런 패배가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고 트라우마가 되는 사람도 있다. 윤찬희가 잘 이겨내길 바란다.

▶마지막 날이라 선수들이 같이 식사를 할 줄 알았는데 바로 헤어지더라. 혹시 감독님이 무서워서 그런거 아닌가(웃음).
우린 정말 특별한 일 아니면 같이 회식 안한다. 특히 바둑 지고는 회식 한 적 없다.

▶
굉장히 비장한 팀이다.
다른 팀하고 색깔이 좀 다르다. 다 같이 모여서 회식하며 단합하는 그런 분위기는 확실히 없다. 대신 우리 팀 연구실이 따로 있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공부한다. 연구실 위치가 기원에서 가깝고 연구실 내부 환경도 좋다보니 이젠 다른팀 선수들도 들리더라. 첨엔 연구실에 뭐가 없었는데 선수들이 스스로 책도 가져다 놓고, 이렇게 아늑하게 만들어놨다. 나도 2차전 끝나고 잠이 안오길래 일찍 연구실에 나와 분리수거도 하고 시간을 보냈다.

우리팀은 다 같이 식사 하는 대신, 본인들이 원하는 식당을 정해 알아서 먹는 시스템이다. 커피도 한잔씩 하며 자유롭게 공부하라고 카페도 정해놨다. 팀이 다 같이 모이는 정말 어쩌다 한번이다. 우선 선수들 나이가 어리고, 그리고 술을 마시는 선수도 없다. 또 각자 맘 맞는 사람끼리 편하게 먹고 싶지 않겠는가. 이게 우리 팀 색깔이다.


▲최종국에서 살떨리는 승부를 펼친 김명훈(오른쪽)과 나현이 대국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명훈 승.



▶마지막 5국, 나현 바둑이 좋았는데 졌다. 나현 본인도, 팀도 굉장히 아쉽겠다.
형세는 나현이 좋았지만, 김명훈 스타일의 바둑이었다. 나현은 복잡하게 유리한 바둑보다 불리하더라도 단순한 바둑을 잘둔다. 그래도 마지막엔 나현이 이기는 줄 알았는데 결국 지더라. 전체적으로 김명훈이 잘 둔 바둑이다.

▶나현과 김명훈 둘다에게 부담스러운 한 판이었을 것이다.
맞다. 나는 그 부담감 때문에 경험이 많은 나현이 이길거라 생각했었다. 근데 나현도 흔들리더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중요한 판에 꼭 명승부가 안나오다. 부담이 큰거다. 어떻게보면 동료의식, 책임감인데 단체전도 개인전이란 생각으로 둬야 하는데 그게 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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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결정전에서 선수들이 더 긴장한 것 같았다. 플레이오프전에서 킥스를 만났을 때에 비해.
음… 우리 팀 입장에서 킥스가 굉장히 까끌한 상대였다. 그러다보니 나도, 선수들도 킥스전에 기대치가 좀 낮았다. 반면 정관장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드니까 꼭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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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과 김명훈의 마지막 판이 끝났을 때 대국장 안에 들어가서 두 선수의 복기를 지켜보는 걸 봤다.
복기를 보려고 들어간건 아니고, 우승 팀 인터뷰가 바로 있던데 정관장에서 팀 승리를 결정지은 김명훈이 제일 잘 한 선수 아니겠는가. 김명훈 사진 찍게 보내줘야 될 것 같아서 내가 들어가 정리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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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한테 나가자고 한건가.
'복기 마무리하자'라고 했다. 딱 보니까 승부처도 아닌 곳을 복기하고 있더라. 두 선수 다 그 상황이 버거운거다. 개인전도 아니지, 또 끝났다고 막 돌 걷고 나오기도 어려울거고. 보면 안다. 의미 없는 복기를 두 선수가 하고 있다는걸. 나현한테 (김)명훈이 우승 축하받게 보내주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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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찬희가 역전패를 당하고 굉장히 괴로워하더라. 검토실에 왔을 때 어떤 말을 해주었나.
나는 지고 들어왔을 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나도 타이틀도 따보고, 치열하게 승부했던 사람이다. 내가 따뜻하게 위로는 못하지만 바둑을 진 그 심정은 이해한다. 그 상황에선 어떤 말도 위로가 안되고, 또 위로가 필요도, 의미도 없다. 내가 내 자식이 시합 나가서 예선탈락하면 '그래 잘했다. 다음에 잘 하면 돼.'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둑리그 선수들은 이미 그런 레벨을 넘어섰다. 윤찬희가 들어왔을때 '다이긴 바둑 져서 아쉽겠다, 잘했다.' 이런 말? 의미없다. 그냥 '고생했다.' 하고 끝이다. 오늘 윤찬희 들어왔을 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근데 그냥 '고생했다.' 하고 말았다.

▲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하며 시리즈를 앞서 나간 포스코.


▶어떤 말이 하고 싶었나.
지금 판 결과에 상관없이 정말 잘했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 윤찬희가 오늘 졌지만 시즌 내내 본인이 맡은 임무보다, 내 기대보다도 더 열심히 해줬다. 본인은 아마 심정적으로 아쉽고, 팀원에게 미안하겠지만 솔직히 윤찬희가 미안할 이유가 뭐 있나. 오더 내가 짰다. 잘됐어도 내 탓이고, 실패한 것도 내 탓이다. 첫 날 팀은 이겼지만 윤찬희는 졌다. 그날 내가 찬희한테 말했다. 나는 우리 팀 선수 모두 다시 지명할거라고.

바둑리그 감독이 대국 중 타임을 부를 수 있나, 선수들에게 일일이 어떻게 두라고 작전을 짜주겠나, 내가 할 수 있는건 상대전적 열심히 비교해서 오더 짜는거고, 선수들을 제일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거다.

내일 선수들이 바로 시합이다.(챔피언 결정전 다음날 GS칼텍스배 전체 예선전이 있다) 그래서 다들 가라고 했다. 나도 속상하고, 선수들도 속상하지만 이게 오늘로 끝이 아니지 않나. 나 같은 사람한텐 시합이 이것 뿐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시합이 계속되는거다. 길게 봐야 한다.

▶솔직히 다재다능하시지 않나. 진행자로도 유명하고, 학원 사업도 하고 있고, 그래서 이 정도로 감독직에 애착이 클 줄은 몰랐다.
나만 이런게 아니다. 다른 감독도 다 이렇다. 모든 감독에게 본인 바둑을 지는 게 아픈지, 내 팀이 지는게 아픈지 물어봐라. 장담하는데 다들 대답이 바둑리그 진 게 훨씬 속상하다고 할 거다. 바둑리그 지면 잠도 안온다. 초창기 감독 시절, 내가 기원 근처에 살았는데 팀이 지면 청계천을 다섯시간을 걸었다. 그렇게 날샜다. 심지어 그냥 정규리그였다.





▶생각보다 훨씬 다정한 감독인 것 같다. 그렇게 안보였는데(웃음).
최철한한테 보청기 얘기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서 강승민이랑 두는데 확실히 최철한 컨디션이 안좋더라. 그때 처음으로 최철한한테 보청기 착용하자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별 말이 없더라. 당연한거다. 바둑 지고 기분이 어떻겠나. 더 말도 안꺼냈다. 그런데 챔피언결정전1차전할때 나한테와서 먼저 얘기하더라. 하는 얘기가 '보청기 가져와서 끼려고하는데 전자기기라 괜찮을까요?' 이러는데 순간 드는 생각이 '얘가 대단한건지 정말 특이한건지….

나는 선수들이 정말 본인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 이외의 것은 다 감독인 내가 책임지고 처리하고 싶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이런 걱정을 최철한 본인이 왜하나. 내가 그날 인터뷰에서 최철한 보청기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먼저 얘기했다. 아마 듣는 사람들은 어리둥절 했을텐데 나는 그렇게라도 최철한의 부담감을 줄여주고 싶었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라 생각하니까.

윤찬희도 그렇다. 윤찬희가 져서 흐름이 넘어갔네 뭐네 하지만 윤찬희 욕먹을 이유 하나도 없다. 바둑도 야구처럼 도루, 번트, 채점하듯 세밀하게 점수매기면 연봉 오를 상위권은 무조건 윤찬희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2지명을 만나서 승점을 챙겼다. 본인 할 역할을 충분히 했다.

나현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판 졌지만, 3차전 두기 전에 내가 나현에게 그랬다. '(나)현아 네가 무조건 MVP다. 2국이든 3국이든, 언제 나와서 이겨도 니가 제일 잘한거다.' 우리 팀 선수들 진짜 고맙다. 다 잘했다. 잘해서 우리가 2등한거다. 나는 우리 선수들 그대로 보유할거다. 정관장도 그럴테고. 내년에 다시한번 붙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내가 아는 우리 선수들은 오늘 진거 분명히 기억하고 되갚으려 할거다.

▶
우승 정관장 감독 인터뷰 봤나? 눈물을 보이던데.
얼마나 감격스럽겠나. 나 같아도 그랬을거다. 오늘은 누가뭐래도 정관장 감독 김영삼의 날이다. 축하한다고 문자 보냈다.

▶
답장이 왔나.
고맙고, 나보고 내년에 우승하라고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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