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찾아 주시오.'라고 그가 말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 어떻게 고른단 말인가? 샤먼 엘리안타로서는 동족들을 서로 비교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녀들은 모두가 아름다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
미적 가치를 타인과 비교해 본 적 없는 부족의 엘리안타는 깊이 고심한 끝에 미인과는 거리가 먼 ‘할머니’를 데려온다. 원주민 사회에서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그 할머니가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기 때문이다.
-로랑 구넬의 '어리석은 철학자' 86~87p-
어린 소녀는 지하철 역 바닥에 하염없이 앉아 책을 읽었다.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서 살아가는 꿈을 꾸던 소녀는 어느덧 숙녀가 됐다.
여자랭킹1위, 여자최연소, 최단기간 9단 등극…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닌 그대, 최정'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소문난 '독서광'이다. 어릴 적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바둑에 대한 영감들이 떠오르기도 하는가.
“바둑은 기술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도 작용을 한다. 자신감이 떨어져있거나, 의욕이 없거나 등의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책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책이 최정 선수에게 주는 것이 있다면.) “편안해지는 마음이다”
최정 선수에게 편안해지는 마음을 주는 책이 궁금하다.
“로랑 구넬이라는 프랑스 소설가를 아는가. 로랑 구넬이 쓴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 ‘어리석은 철학자’이다. 이 책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로랑 구넬이 쓴 책은 다 찾아봤다. (어떤 것에 매력을 느꼈는가) 나랑 성향이 잘 맞다고 해야 할까. 철학이나 심리학, 자기계발에 대한 내용들을 주로 다루는데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주제들을 재미있게 풀어 놓아서 좋다”
책을 많이 읽으면 상상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상상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릴 적에도 멍 때리고 공상하는 것도 좋아했다. 또 어릴 때 산에 들어가서 책에 파 묻혀서 살아가고 싶은 생각도 많이 했다. 지금도 가끔 그러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이런저런 여건상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읽었던 많은 책들 중 유독 애착이 가는 주인공이 있는가.
“아까 말했던 ‘어리석은 철학자’의 여자 주인공 ‘샤먼 엘리안타’이다. 남자 주인공이 빅터라는 철학 교수인데, 부인이 아마존에 여행을 갔다가 죽었다는 오해를 하고 원주민의 삶을 파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마존으로 향한다. 거기서 빅터에 대항하며 샤먼이 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 여러번 읽다 보니 샤먼이 내가 동경하는 정신세계를 가졌더라.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서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이 책을 여러 번 읽은 느낌이다) “진짜 좋아하는 책은 10번씩도 읽고, 나중에 또 읽는다. 힘이 생기는 구절이 있으면 다시 보고 그런다”
독서광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일인데, 책을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을까.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있다. 최근에는 자주 못나갔지만 프로기사들 10여명이 소규모로 모여서 독서토론회를 하는데 에세이를 써가기도 한다. 글 쓰는 것이 어려운데 특히 산문이나 시는 더 어렵다. 추상적인 것들은 그나마 괜찮더라”
나만의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도서관에 가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먼저 보고, 그 이후에는 끌리는 것을 읽는다. 표지, 종이의 질감 등도 나한테 맞는 것들이 있다”
자, 바둑이야기로 돌아와서 작년에 우승복과 상복이 터졌다. (늦은 감이 있지만) 작년을 돌아본다면.
“우승도 하고, 바둑대상 때 상도 많이 받았다. 헌데 내가 그렇게 잘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다 보니까 단체전에서 우승을 하고, 운이 많이 따라줬다. 특히 황룡사·정단과기배는 (오)유진이가 잘해줘서 우승을 했고, 지지옥션배도 내가 출전하지 않았는데 숙녀팀이 우승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바둑리그가 아쉬웠던 것 같다. 다른 대회에 나가느냐고 출전을 못하기도 했고, 또 출전해서 성적이 좋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받은 상들 중에 어떤 상이 가장 뿌듯한가.
“(망설임 없이)인기기사상이다. 그건 진짜 좋은 것 같다. (세계대회 우승까지도 다 포함해서 인가?) 음 … 물론 우승도 좋고 다 좋은데 인기기사상이 좋았던 것 같다. 생각지도 못했던 상이라서 더 그랬다. (평소에 체감을 못해서 더 그렇게 느꼈나) 바둑 팬들이랑 가까이서 볼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참, 타이젬에서도 MVP투표를 진행했는데 최정 선수가 1위를 차지했다. 타이젬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해야 할 것 같다.
“어머! 몰랐는데 감사하다. 타이젬에서 대국을 많이 한다. 회원들도 다 알고 계실 것 같은데? ^^ (인공지능이랑도 자주 두는 편인가) ‘딥젠고’가 인기가 좋은지 2번 밖에 못 둬봤다. 2번 다 이겼는데,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기니까 신기하더라. ‘딥젠고’ 한테 강한 기풍인가 싶기도 하고 하하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작이 좋다. 5전6기 여자국수전에서 우승을 했다. 여자국수전 우승까지 국내대회 7회, 세계대회 3회 등 총 10회의 우승을 했다. 소감이 남다르겠다.
“이번에 긴장을 많이 했다. 국수전 결승은 처음이기도 했고, (김)채영언니가 열심히 하는 것도 알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긴장이 많이 되더라”
한국기원 소속 여자기사 중 가장 많은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여자 최연소, 최단기간에 9단으로 승단도 했다. 기록의 연속인데 최연소가 좋을까, 최단기간이 좋을까.
“둘 다 좋다. (대국하기 전에 알았는가) 전혀 모르고 있다가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한국 여자기사 중 9단은 박지은, 조혜연 선수 뿐이었는데, 최정 선수도 9단에 합류했다. 9단이 주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지.
“요즘은 초단이어도 실력이 좋기 때문에 높은 단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9단은 좀 다른 의미가 있어 보인다. 큰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9단이 됐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 또 바둑계를 떠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9단이라고 하면 ‘우와!’하는 경우가 많더라^^”
여자국수전 우승 후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바둑을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작년에 TV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 바둑 팬들, 바둑홍보를 위해서라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깝지 않은 것인가.
“춤은 원래 좋아한다. 작년에 예능프로 ‘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것은 그냥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바둑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데, 바둑의 재미를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정아 언니랑 같이 나가게 됐다. 계속 한눈을 파는 것이 아니고 어쩌다 한번 해본 것이라서 괜찮다고 본다.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바둑 공부를 잠깐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력이 줄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주 등한시하면 방해가 되겠지만 ^^.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출연할 생각인가) 지금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민망하다.”
최근에 여자대회가 많아져서 올해는 더 바쁠 것 같다. 우승상금 1억원 센코배 월드여자최강전대회도 생겼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여자기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국은 여자리그가 생기면서부터인 것 같다. 여자리그가 인기가 있으니 다른 기전도 함께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종합기전이 사라지면서 이벤트 대국이 많아지고 있다. 여자랭킹1위이다보니 이벤트 대국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이런 흐름이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자극적인 것을 많이 찾게 되고, 쉽고 빠르게 승부가 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물론 종합기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페어바둑을 많이 뒀는데, 개인적으로 잘 맞는 기사를 꼽자면.
“다 잘 맞았는데, 이창호 사범님은 나를 잘 알기도 하고 기풍까지 파악을 해주셔서 잘 맞았다. 아, 박승화 사범님도 잘 맞았다. 내가 평범한 스타일의 바둑이 아닌데 잘 맞춰주셔서 감사했다”

한국여자랭킹1위라는 수식어에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좀 더 어릴 때는 그런 것에 생각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뭔지 모를 부담과 책임이 생기더라.내가 잘 해야 후배한테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하지만 너무 책임감이라는 무게에 눌리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유진, 김채영, 오정아 선수들과 같이 대국 중 자주 만나는 여자프로들이 있다. 특별히 라이벌(?) 혹은 신경 쓰이는 기사가 있는가.
“다 만만치 않은 상대여서 꼽기가 힘들다. 나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후배들도 많이 배출되었으면 한다” (중국 위즈잉 선수도 항상 라이벌로 꼽히는데, 느낌을 평가해본다면) “쉽게 쉽게 두는 것 같은데 잘 둔다. 집중력도 좋고 수읽기도 세고, 게다가 멘탈도 강한 것 같다. 나는 약간 스타일이 독특한 편이다. 간명하게 두는 편은 아니다”
중국 여자바둑에 대해서 연구를 하곤 하는가.
“위즈잉 선수랑 대국해서 많이 지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이기지?’하며 연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혼자서 기보를 보고 분석하고 그런 것은 잘 하지 못한다. 나는 바둑을 열심히 두는 것, 복기하는 것이 가장 큰 공부가 되는 것 같다”
여자바둑 꿈나무 중 눈 여겨 보는 친구가 있는가. 느낌이 오는 후배가 있는가.
“일단 김은지 선수가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아직 바둑을 보지는 못했는데, 프로기사에게 3승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은지 선수도 그렇고, 어린 프로기사 친구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고르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시니어리그 선수들과 여자바둑리그 선수들이 대국을 해서 3대0으로 우승했다. 물론 최정 선수는 출전을 하지 않았지만, 여자바둑이 시니어 선수들 보다 앞서있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개인차가 있을 것 같은데 나한테 만약 조치훈 사범님과 대국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는 생각부터 들 것이다. 하하하! 평균적으로 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긴 하다”
#①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그대 ‘최정’ 인터뷰 기사는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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