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순수한 열정이 그대의 힘 '이주영' 인터뷰 기사는 1편에서 이어졌습니다 ▶1편 바로가기

일취월장하고 있는 '바둑이' 이름 석자의 탄생은 이랬다. 여러 이름을 고민했는데 물리학자이니 '빅뱅', '블랙홀' 등의 이름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바둑'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하고 싶었다. 영어 대문자로 바둑을 쓰고, 뒤에 소문자로 i를 붙여서 'BADUKi'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뒤에 i는 인텔리전트(똑똑한. intelligent)의 의미를 담았다. 대회에 참가하기 열흘 전에 만들어진 소중한 이름이다.

예선에서 탈락한 그의 중국에서 남은 일정은 5일이라는 긴 시간.
긴 시간 동안 심심하지 않겠냐는 질문이 무색하게 그는 무척이나 바쁘다.
식사 시간 혹은 오청원배 검토실에 종종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숙소에 머문다고 했다. 한 손에는 단짝으로 보이는 노트북이 들려있다. 검토실에 와서는 'GOLAXY' 개발자와 A.I바둑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가 바둑이 끝난 선수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교수와 선수들은 밤8시에 로비에서 만남을 약속했다. 밤8시, 어둑어둑한 로비에 밝게 불을 켠 노트북 앞에 선수들이 모였다. 이교수는 선수들 4명의 기보를 분석해왔다. 모든 대국을 복기하고, 참고도를 보여줬다. 선수들의 눈과 머리가 초롱초롱 빛났다. 끄덕이기도 했고, '바둑이'가 다른 수를 이야기할 때는 꼬집기도 했다.

"여기와서 호텔 밖에 한번도 안 나가셨죠? 건강도 챙기셔야 할 것 같아요. 광합성도 하고 그러셔야죠~"
"하하. 우리는 식물이 아닌데 왜 광합성을 합니까?^^ 원래 출장을 가면 밖에 잘 나가지 않아요."
누군가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열정 만수르'라는 말로 대신하련다.
#순수한, 네번째 만남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있었기에 이교수는 자연스럽게 바둑을 접했다. 인공지능바둑과의 인연을 2016년 4월부터로 기억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대결을 끝내고 열린 고등과학원 딥러닝 연구발표회에서 이주영교수는 '알파고와 기계 학습 방법들'을 주제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나온 알파고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고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공지능 들여다보기(KIAS Day on A.I. and Deep Learning’)라는 발표회인데 유튜브에서도 당시 내용 확인이 가능하다.
시간되면 유튜브를 보라고 권하는 이교수의 말이 생각나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아뿔사! 단백질을 연구하는 고등과학원 물리학자로만 알고 있었던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브라운대 통계물리학 박사로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단백질구조 예측은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체에는 10만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가 있고 단백질이 고유의 모양을 벗어나 구조가 바뀌면 알츠하이머병·광우병·파킨슨씨병 같은 질병에 걸리며, 이런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는 단백질의 고유한 모양과 변형된 모양을 밝혀내야 한다. 이교수는 'AI.바둑 연구를 통해 단백질과 신물질 연구 과제'에 다가선 것이다.
오청원배 결승에는 한국기사 '최정-김채영'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우승 확정으로 대회가 끝이 나고 기사들 모두 입을 모아 '바둑이 덕분이다'라고 고마움의 표현을 했다.
최정은 "여러모로 '바둑이'에게 도움을 받았다. 열정이 대단하신 이교수님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김채영은 "원래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가장 응원하는 인공지능이 ‘바둑이’가 됐다."고 했다.
▲커제와 대국을 해 승리를 거둔 A.I바둑 'GOLAXY' 개발자와 소통하는 이주영 교수.
이교수는 중국에 있는 동안 내내 적극적이고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A.I바둑 개발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며 '바둑이' 개발에 빠져들었고, 시간을 내어 프로기사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기존 A.I바둑대회에 출전하는 개발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궁금했다. 지치지 않은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 인지 '바둑이' 연구를 함께 하는 김종윤 연구원이 답해줬다.
"여러 학술대회나 토론회 등 공개적인 석상에 자주 나가신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학문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시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다."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를 그리고 '바둑이'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열정에 갈수록 좋아지는 성장 환경이 더해졌으니 '바둑이'는 도약은 시간 문제다. 10대로 시작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현재 28대로 늘었다. 자매 기관인 카이스트가 앞으로 1000대까지 늘려주고 싶다고 전폭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하루 대국 수가 10만판으로 늘어 더 큰 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 상황을 아직 못 접해봤기 때문에 아직 '바둑이'의 강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5만 대국 정도 자가대국을 했는데, 알파고에 비해서 경험이 미천한 수준입니다. 자가대국 횟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바둑이'의 발전을 천천히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긴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캄캄한 비행기 안. 또깍또깍 타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가 지쳐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이주영 교수의 손가락은 쉴 틈이 없다.
지치지 않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그대가 A.I바둑 발전에 손짓을 보냈음에 감사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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