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그대 안의 빈삼각 '엄용수' 인터뷰 기사는 1편에서 이어졌습니다 ▶1편 바로가기

프로기사들이 말 주변이 없어서 인터뷰 내용이 매번 똑같아 재미없다는 의견도 있다. 꼭 재미가 있어야 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중국의 커제는 타고났다. 커제 같은 스타가 나오는 것이 바둑 홍보에 도움이 될까.
"커제는 정확한 이야기를 한다. 절대 쇼맨쉽이 아니다.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한다. '인기 끌기 위해서? 누구는 그런 말 못해?' 라고 하는데 쉽지 않다. 커제가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이야기하면 가끔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던데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있네'라고 인정해주는 넉넉함도 필요하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내가 겪은 것을 말해주는 것이 코미디다. 그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할 뿐이다. 있던 이야기를 해주는 것, 그걸로 감동 받게 하는 것이 진짜 코미디다. 바둑 해설이나 인터뷰도 사실적이어야 한다. 예로 이세돌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정말 군더더기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 바둑 고수더라. 호화로운 미사여구 보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바둑 대중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쓴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기원은 알파고 붐을 타고 바둑 활성화를 위해서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한 발을 못 나가고 다시 주저 앉았다. 지금까지 뭘 했는가. 알파고가 일으킨 붐을 한국기원에서 더 분석하고 발전적인 더 좋은 알파고를 만들어 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많다. 하다못해 일반 기원에서도 알파고만 전문으로 공부를 해서 우리한테 강의를 해주는 고수들도 있다. 국가도 한국기원도 ‘나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 말고 지원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우수한 알파고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 바둑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바둑인구가 증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줄고 있다며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한국기원의 책임이 크다. 어린이들이 바둑을 많이 배우면 프로기사를 많이 뽑아야 한다. 옛날에는 특수한 사람들이 절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입단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이 없고 책이 없고 스승이 없던 시절에는 인재들이 전국에서 한두명 정도 나왔다. 지금은 누구나 알파고에게 배울 수 있다. 배우고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년에 변호사를 몇 명이나 뽑을까? 1년에 1천명을 뽑는다.
지금처럼 프로기사를 1년에 몇 명 뽑지 않으면 누가 바둑 공부를 하겠는가. 제도가 잘 못 되어 있다. 프로기사를 이기는데 왜 자격증을 주지 않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다 이겨야지 프로기사가 된다? 대통령 뽑는 것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알아야 후원도 늘어나게 된다. 맛집이 많은 곳에 음식점을 내면 굶어 죽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경쟁이 되어서 더 잘 된다. 프로기사가 많아야 바둑 두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프로기사 자격증은 자체가 명예이고, 성공을 의미한다. 이 자격증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는 다음 문제다"
콩트와 시사 풍자 코미디 등 정통 코미디가 사라지는 데 최근 바둑도 인구가 줄고 있다. 속기전이 많아지고 국수전이나 왕위전 등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다. 바둑 침체기라 말하곤 한다. 코미디와 바둑의 흐름이 비슷해 보인다.
"코미디와 바둑 뿐 아니다. 사람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옛날 보다 많이 줄었다. 옛날에는 동네에서 꼬마들이 모여서 떼로 몰려다니고, 어디를 가도 친구들이랑 갔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문화가 있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다 뿔뿔이 흩어졌다. 인터넷을 하고 핸드폰을 한다. 방에 들어가고, 모든 것을 혼자 한다.
유머1번지나 명랑극장 등이 사라지면서 코미디의 침체를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이 상황을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코미디언들이 각종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다. 코미디는 사람들이 웃고 싶어 하는 한 계속 될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웃음의 종류가 시대에 흐름에 따라서 바뀌는데, 코미디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노력해서 관객이 원하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둑도 그렇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서 대국 방식들이 바뀌게 된다. 바둑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을 한다면 바둑은 계속 될 것이다"
시대의 흐름만 따라가다 보니 너무 승부 세계에만 집중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에 지지옥션배를 재미있게 봤는데, 금방 밥 먹기 전에는 신사가 이겼는데, 밥 다 먹고 나서 보니 숙녀가 이겨있더라. 요즘은 보는 것 마다 새로운 이벤트들이 많아져서 흥미롭게 대국을 보곤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도 많다. 우리 때는 신사적이었다. 기보를 보면 포석이 있고, 빈귀를 차지하고, 정석을 두는 등 정해진 룰 같은 것들이 있었다.
지금은 처음부터 다짜고짜 약점만 생기면 파고든다. 싸움에도 도가 있어야 할 텐데 오로지 이겨야 하기 때문에 약점 하나만 생기면 바로 들이댄다. 내가 우세해도 내 약점이 있으면 탐색을 하면서 서서히 보강을 하면서 한 판의 대국을 이끌어 갔는데 그런 신사적인 모습들이 사라졌다. 서두르다 보니 여유가 사라졌다. 단순히 바둑만 두려면 인공지능 하고 대국하면 된다. 바둑은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에 매력이 있다. 사람이 모여서 훈수도 하고, 의견도 나누다 보면 나 이렇게 살고 있다는 인간적인 이야기들도 하게 된다. 사람이 모여서 대화하는 것 그게 사람의 삶이다"
누구하고나 바둑을 두면 좋다기에 꼭 대국해보고 싶은 사람을 꼽아달라고 하니 잠시 생각을 한 그의 입에서 프로기사 김수장의 이름이 나왔다. 언젠가 프로기사와 연예인이 바둑 두는 행사가 있었는데 김수장 프로와 대국을 하게 됐다. 그의 바둑 실력을 익히 알고 있던 구경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해 마치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아마추어가 프로한테 지는 것이 당연했지만 모여든 인파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수장이 한 집을 져줬다. 김수장이 ‘악착까지 둬서 이길 일이 뭐가 있느냐. ‘내가 이 사람을 이겨서 생기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후배들에게 체면을 차려줬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정치풍자로 80년대 정치 코미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가난했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웠던 시절을 지낸 그가 좋아하는 바둑 격언이 있을까.
"'빈삼각의 묘'라는 바둑 격언을 좋아한다. 바둑판에서 가장 못생긴 것이 빈삼각이다. 바둑 말아먹는 것이 빈삼각인데 그것이 효자일 때가 있다. 돌이 뭉쳐 있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빈삼각이 판을 역전 시키기도 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렇게 바둑바둑바둑하는 엄용수에게 바둑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기고 지는 것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악착같이 누굴 이기고, 또 그 사람이 좌절하고... 그게 참 미안하다. 사람이 오랫동안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나면 멀어질 때도 있는데 바둑은 평생을 같이했는데도 늘 하고 싶은 것이다. 바둑이 없었으면 그 많은 시간에 무엇을 했을까 가끔 생각을 한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우선 이 곳이 오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찾아오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휴게 공간으로 정착했으면 좋겠다. 이 곳에 오면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고, 수담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둑이 매개체가 되어서 연예인들의 복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시작이다.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연예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빌딩까지도 지을 수 있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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