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수 탁구 감독의 최근 인터뷰를 보고 ‘무조건 김감독을 만나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의 이야기 곳곳에서 생각지 못한 탁구와 바둑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취재를 결정하고 나서, 만남이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번의 전화 통화가 필요했다. 전국체전, 실업리그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니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류궈량과 32구 랠리로 피말리는 명장면을 세계에 선물한 김감독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편안하고, 여유가 있었다.
만남의 장소는 선수들의 땀 냄새 가득할 것 같은 그 곳, 안양 호계체육관은 미래에셋대우 토네이도 탁구단의 연습장이다.
“예전부터 한국바둑리그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라는 질문부터 1세트가 시작됐다.
김감독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한국탁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바둑 동네 이야기를 들을 때는 순수한 미소를, 탁구 동네 이야기를 할 때는 날카로운 호랑이 눈빛이다.

▲‘아시아의 호랑이’ 김택수의 현역 시절. [김택수감독 제공]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눈 코 뜰새 없이 바빠져 바둑TV를 통해서 바둑 소식을 접한다. 휴대폰으로 둬볼까 했는데 눈이 아파서 시도하기는 어렵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둑TV에 몰입하다가도 다시 탁구 생각에 빠진다. 최근에 한국바둑리그를 보면서 탁구도 이런 리그전을 통한다면 개개인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봤다. 강한 상대들과 함께 대결을 하다 보면 경기력도 좋아지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유창혁, 서봉수9단을 응원했다. 특히 서봉수9단의 바둑이 좋다. 프랑스에 갔을 때 일화를 들려주며 이유를 설명했다. 우연히 벽에 페인트를 던지면서 창고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봤다. 이게 예술인지 궁금했다. 화가에게 어떤 것이 좋은 그림으로 평가되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자신이 보기에 눈에 잘 들어오면 좋은 그림이다’라고 하더라. 바둑을 잘 두는 기사들이 많이 있을 텐데, 서봉수9단의 바둑을 보면 느낌이 좋다. 눈에 잘 들어온다.
어린 시절 집 근처를 지날 때 복덕방에서 바둑 두는 어르신들을 자주 봤다. ‘저게 재미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지나쳤다. 몇 번 본 바둑이 TV에 나오는 것을 우연히 봤고 관심이 생겼다. 조금씩 바둑의 재미를 알게 됐다.
“자신의 뜻대로 안되니까, 내 생각대로 안되니깐 바둑이 재미있었다. 고수하고 바둑을 두면 두지 않았으면 하는 곳에 꼭 둔다. 신기하게 고수들은 꼭 거기에 둔다. 탁구도 마찬가지다. 강한 상대들과 대결하면 계속 괴롭게 공을 준다. 상대한테 수를 읽히는 것이다.”
탁구의 매력은 나이를 먹어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배드민턴, 축구, 야구 등은 나이를 먹으면 체력적으로 여러모로 무리가 된다. 하지만 탁구는 작은 공간이어도 문제없다. 두뇌도 열심히 움직이며 다양한 시선으로 전체를 바라보는 감각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치매 걸릴 확률이 적다. 또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1년 365일 언제든 할 수 있다. 평생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은 큰 선물이다.



김택수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지만 외롭다. 스웨덴의 발드너, 중국 류궈량까지 김택수 감독은 현역시절 10년 동안 매번 바뀌는 세계의 1인자들과 혼자 싸웠다. 한국 바둑도 천재 한 명,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다 보니 그들의 어깨가 한 없이 무겁다.
“스타 선수들한테만 의존하며 안주하면 안 된다.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다방면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세돌, 박정환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유망주 배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모든 분야는 투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한국 탁구도 특정 선수 몇 명에게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 밀리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일본한테도 지냐?’라고 말한다. 혹 이긴다면 한국 탁구가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특출 난 선수 몇 명이 이긴 것이지 한국 탁구가 이긴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저변이나 시스템이 앞서고 있다. 중국은 탁구 학교가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꾸준히 선수들을 양성하고 배출한다. 중국이 잘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변화와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에 지는 것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엘리트체육인 양성에서 생활체육을 기본으로 한 교육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유소년 스포츠 생태계에 맞는 새로운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지도자들의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바둑도 끊임 없이 성장하려면 앞의 5년 말고, 10년 20년을 보면서 바둑 꿈나무를 육성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 현역 기사들이 재능기부나 바둑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김택수팬클럽 회원들이 선물한 감사패.
고민 끝에 김감독은 탁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수원에 탁구클럽도 오픈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클럽에 가서 탁구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강의를 하는 등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유승민과 같은 훌륭한 후배들이 있기에 마음 편하게 물러날 수 있다. 지도자로 한국 탁구 발전에 기여하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다짐을 이렇게 몸소 실천 중이다.
#①한결같은 그대의 랠리 ‘김택수’ 인터뷰 기사는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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