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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인물]

①한결같은 그대의 랠리 ‘김택수’

성실과 노력으로 일궈낸 1등

정연주2018-11-05 20: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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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수 탁구 감독의 최근 인터뷰를 보고 ‘무조건 김감독을 만나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의 이야기 곳곳에서 생각지 못한 탁구와 바둑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취재를 결정하고 나서, 만남이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번의 전화 통화가 필요했다. 전국체전, 실업리그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니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류궈량과 32구 랠리로 피말리는 명장면을 세계에 선물한 김감독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편안하고, 여유가 있었다.

만남의 장소는 선수들의 땀 냄새 가득할 것 같은 그 곳, 안양 호계체육관은 미래에셋대우 토네이도 탁구단의 연습장이다.

“예전부터 한국바둑리그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라는 질문부터 1세트가 시작됐다.

김감독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한국탁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바둑 동네 이야기를 들을 때는 순수한 미소를, 탁구 동네 이야기를 할 때는 날카로운 호랑이 눈빛이다.


 


▲‘아시아의 호랑이’ 김택수의 현역 시절. [김택수감독 제공]



예전에는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눈 코 뜰새 없이 바빠져 바둑TV를 통해서 바둑 소식을 접한다. 휴대폰으로 둬볼까 했는데 눈이 아파서 시도하기는 어렵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바둑TV에 몰입하다가도 다시 탁구 생각에 빠진다. 최근에 한국바둑리그를 보면서 탁구도 이런 리그전을 통한다면 개개인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봤다. 강한 상대들과 함께 대결을 하다 보면 경기력도 좋아지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유창혁, 서봉수9단을 응원했다. 특히 서봉수9단의 바둑이 좋다. 프랑스에 갔을 때 일화를 들려주며 이유를 설명했다. 우연히 벽에 페인트를 던지면서 창고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봤다. 이게 예술인지 궁금했다. 화가에게 어떤 것이 좋은 그림으로 평가되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자신이 보기에 눈에 잘 들어오면 좋은 그림이다’라고 하더라. 바둑을 잘 두는 기사들이 많이 있을 텐데, 서봉수9단의 바둑을 보면 느낌이 좋다. 눈에 잘 들어온다.


어린 시절 집 근처를 지날 때 복덕방에서 바둑 두는 어르신들을 자주 봤다. ‘저게 재미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지나쳤다. 몇 번 본 바둑이 TV에 나오는 것을 우연히 봤고 관심이 생겼다. 조금씩 바둑의 재미를 알게 됐다.

“자신의 뜻대로 안되니까, 내 생각대로 안되니깐 바둑이 재미있었다. 고수하고 바둑을 두면 두지 않았으면 하는 곳에 꼭 둔다. 신기하게 고수들은 꼭 거기에 둔다. 탁구도 마찬가지다. 강한 상대들과 대결하면 계속 괴롭게 공을 준다. 상대한테 수를 읽히는 것이다.”

탁구의 매력은 나이를 먹어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배드민턴, 축구, 야구 등은 나이를 먹으면 체력적으로 여러모로 무리가 된다. 하지만 탁구는 작은 공간이어도 문제없다. 두뇌도 열심히 움직이며 다양한 시선으로 전체를 바라보는 감각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치매 걸릴 확률이 적다. 또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1년 365일 언제든 할 수 있다. 평생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다는 것은 큰 선물이다.
 

 


▲후배 탁구 선수들과 함께 화이팅![김택수감독 제공]



10월 초에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가 진행됐다. 김감독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미래에셋대우 후원으로 열린 이 대회는 경기 방식에 파격적인 변화를 줘서 눈길을 끌었다. 풀-리그전 이후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일정, 4단 1복 단체전에서 복식을 먼저 하고 네번의 단식을 이어 진행하는 경기 순번과 복식만 5게임제로 하고 단식은 3게임제로 벌이는 경기방식이다. 달라진 방식에 상위권 팀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변화에 동의했다.
바둑도 애기가들의 흥미를 위해 시간을 속기로 변경하거나, 대국 시간을 변경하는 등 여러 방식을 도입해 변화를 주려고 노력 중이다.

“탁구는 재미있는 운동인데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단체전을 하게 되면 4시간이 넘어가고 중계가 길어지면 팬들은 지루해한다. 팬들이 없는 스포츠는 죽은 것이다. 전자제품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소비자가 제품을 가져가서 고쳐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와서 서비스를 해준다. 우리만 좋은 서비스를 하면 안 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

이번 실업탁구리그에 도입한 변화들이 빠른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유럽은 변화를 이미 시도했다. 스포츠 룰은 빠르게 변화한다. 탁구는 이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때 반짝하는 관심만으로 버틸 수 없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편하게 했고, 모두가 그걸 인정했으며, 달라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변화와 시도 모두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지만 변화의 첫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팬들은 변수를 좋아한다. 매번 나와있는 뻔한 승부보다 새로운 선수들이 탄생해서 흥미로운 게임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세돌-알파고’ 대국도 챙겨봤다. 인공지능이 실패할 확률이 적었을 텐데, 이세돌 선수가 1판을 이겼다. 한 번 이기니까 기대가 되고, ‘한 번 더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더 흥미가 생겼다. 이런 측면에서 변화를 꾀한 리그전은 꽤 성공적이었다. 경기 방식을 바꾸니 굉장히 스릴이 있었고 유리한 선수들 쪽으로만 흘러갔던 경기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변화를 하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바둑도 빠르게 변화했다.

“정체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20초든, 10초에 한 수를 두든 바둑은 바둑이다. 팬들을 위한 대회가 있고, 정체성을 가져가야 할 대회가 따로 있다. 수많은 대회가 열릴 텐데, 위상이 다를 것이다.”

 
 

▲북한 탁구 선수들과 함께한 김택수 감독과 유승민 IOC위원.
김감독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유승민의 코치로 이름을 빛냈기도 했다. [김택수감독 제공]


 

▲편안하며, 재치있는 화법이 매력적인 김택수 감독은 다른 분야 스포츠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김택수감독 제공]

 



김택수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지만 외롭다. 스웨덴의 발드너, 중국 류궈량까지 김택수 감독은 현역시절 10년 동안 매번 바뀌는 세계의 1인자들과 혼자 싸웠다. 한국 바둑도 천재 한 명,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다 보니 그들의 어깨가 한 없이 무겁다.

“스타 선수들한테만 의존하며 안주하면 안 된다.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다방면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세돌, 박정환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유망주 배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모든 분야는 투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한국 탁구도 특정 선수 몇 명에게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 밀리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일본한테도 지냐?’라고 말한다. 혹 이긴다면 한국 탁구가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특출 난 선수 몇 명이 이긴 것이지 한국 탁구가 이긴 것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저변이나 시스템이 앞서고 있다. 중국은 탁구 학교가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꾸준히 선수들을 양성하고 배출한다. 중국이 잘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변화와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에 지는 것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엘리트체육인 양성에서 생활체육을 기본으로 한 교육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유소년 스포츠 생태계에 맞는 새로운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지도자들의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바둑도 끊임 없이 성장하려면 앞의 5년 말고, 10년 20년을 보면서 바둑 꿈나무를 육성하고 기회를 줘야 한다. 현역 기사들이 재능기부나 바둑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김택수팬클럽 회원들이 선물한 감사패.

 

고민 끝에 김감독은 탁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수원에 탁구클럽도 오픈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클럽에 가서 탁구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강의를 하는 등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유승민과 같은 훌륭한 후배들이 있기에 마음 편하게 물러날 수 있다. 지도자로 한국 탁구 발전에 기여하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다짐을 이렇게 몸소 실천 중이다.



#①한결같은 그대의 랠리 ‘김택수’ 인터뷰 기사는 2편에서 계속 됩니다 ▶2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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