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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신라면배]

못다푼 5일간의 부산 이야기

농심신라면배 2차전 이모저모

정연주2018-11-30 10: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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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동안 부산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2차전은 한국이 천금 같은 1승을 거두고 일단락 됐다. 벼랑 끝 형국에서 박정환이 일궈낸 첫 승리다.

1차전은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일본은 1승, 중국은 3연승을 했다. 주최국 한국의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부산에서 이어진 2차전에서 중국의 독주는 계속 됐다. 중국은 4연승을 내달렸다.

중국에게 7연승을 안긴 주인공은 판팅위였다. 1차전에서부터 2차전까지 쭉 체크무늬 양복을 입고 대국장에 나타난 판팅위는 ‘큰 의미 없는 옷이다. 편해서 입는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아무도 그의 양복을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은 상대전적에서 우위에 있었던 최철한도, 기세를 보였던 이세돌도 판팅위의 연승 제물이 됐다. 일본도 쉬자위안, 이치리키 료가 고개를 숙였다.

2년전 농심신라면배와 같은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었다. 신중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판팅위는 7연승을 거두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농심신라면배와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2차전 마지막 대국은 판팅위와 박정환의 대결이다. 판팅위는 2년전에도 이 대회에서 7연승을 거둔 바 있는데, 한국 마지막 주자 박정환이 그의 덜미를 잡았다.

뒤가 없는 승부를 벌였던 박정환과 스스로 세운 이 대회 최다연승인 ‘7연승’을 넘으려는 판팅위의 대결은 뜨거웠다.

박정환은 평소와 다르게 ‘기 싸움에서 밀리고 싶지 않아’ 바둑판 위에 돌을 힘차게 내려 놓았다. 3시간 가량 진행된 대국 결과는 2년 전과 그대로였다. 박정환이 이겼고, 판팅위가 졌다.

닷새 동안 부산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의 못다 푼 사진들을 공개한다.


▲한결 같은 판팅위의 입장 모습. 베이징에서부터 부산까지 이어온 ‘체크무늬 정장’ 사랑.
판팅위는 결코 이 양복을 ‘연승을 부르는 양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편해서 입을 뿐이라고.

▲부산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 한국 최철한과 판팅위가 만났다. 상대전적에서 최철한이 7승1패로 우위에 있었다. '독사' 최철한이 한국에 첫 승을 안길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판팅위는 체크무늬 양복 착용 뿐만 아니라 다섯판의 대국을 치르는 동안 일관된 행동을 보였다. 바로 상대방의 첫 수 혹은 자신의 첫 수가 놓여진 뒤에 꼭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상의를 벗어 놓는 것.


▲4연승을 거둔 뒤 판팅위는 인터뷰에 응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들었지만, 질문과 관계 없는 대답을 먼저 꺼냈다. ‘베이징에서 인터뷰한 내용 중 통역이 잘 못 된 부분이 있었다’는 말을 먼저 꺼내면서 ‘최철한9단은 아주 어려운 상대였다’고 답했다.

한국에는 판팅위가 4국에서 대결할 최철한을 두고 ‘최철한9단은 한국 대표 중 가장 편한 상대’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져 한국 바둑 팬들의 공분을 샀고, 중국 바둑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 것은 오역으로 밝혀졌다.

원래 판팅위는 "한국 바둑 팬들도 잘 아시겠지만 나는 최철한9단에게 성적이 매우 좋지 않다. 마지막 대국은 대략 2014년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4년간 대국하지 않았다. 이번 대국에서는 제 실력을 잘 발휘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것라고.


▲농심 과자와 함께 검토실에서 활발히 대국을 검토하는 중국 선수들. 중국은 판팅위가 질 것을 대비해 스웨와 당이페이가 함께 왔다.

당이페이는 달달한 바나나향 과자 2-3봉지를 거뜬히 먹었고, 황이중 감독은  새우향 과자에 자꾸 손이 갔다.



▲6국째 쉬자위안과 대국에서도 같은 행동을 보이는 판팅위. 첫 수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상의를 벗는다.



▲복기 후 인터뷰를 준비하는 판팅위와 자리를 정돈하고 퇴장하려는 쉬자위안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7국째 한국은 이세돌이 등판했다. 대국은 시작과 동시에 일찌감치 판팅위의 승리로 기울었고, 이세돌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돌을 거둬야했다.

▲이번에도 대국 시작 후에 상의를 벗어둔 판팅위.
이세돌은 대국장에 들어서서 커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관계자에게 ‘커피 좀…’이라고 부탁을 했다. 대국이 시작되고 이세돌 곁으로 배달 된 아메리카노 한 잔.

 

▲한국과 일본의 검토진들 사이에 박정환의 모습이 보인다. 5국이 시작되는 아침 박정환이 부산에 왔고, 밤 늦게 이세돌도 도착했다.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어 검토실에서는 ‘박정환을 먼저 내보내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대국이 끝나고 박정환에게 질문하자 ‘이세돌 사범님이 이야기를 하시면 내가 먼저 나갈 생각이었는데, 별말씀이 없으셔서 자연스럽게 마지막에 나오게 됐다.’고 한다.


▲‘판팅위-이세돌’의 대국은 공개해설도 함께 진행됐다. 주말이기 때문에 많은 관전자들이 몰렸고, 검토실에도 학생들이 방문해 기사들에게 사인을 받았다. 국내랭킹1위가 된 신진서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어린이들이 줄을 섰다.

판팅위에게 졌지만 '세돌이형 응원해야죠'라며 부산에 남았던 최철한은 이날 대국을 끝까지 보고 서울로 돌아갔다.


▲짧고 굵게 대국이 끝났다. 검토실에서 대국장으로 와 복기에 함께 참여하는 한국의 마지막 희망 박정환의 모습이 눈에 띈다. 복기는 장시간 이어졌다.


▲공개해설이 끝나자 선수들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대국장에 방문 한 어린이들. 관계자의 통제로 대국장 밖에서 복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복기를 끝내고 이세돌이 먼저 대국장을 나섰고, 끝까지 선수들을 기다린 어린이들은 판팅위에게 사인을 받고 '땡큐'를 외쳤다.

▲어김없이 대국 시작 후 상의를 벗는 판팅위. 이번에는 이치리키 료가 첫 수를 두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수를 놓으려는데 판팅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치리키 료는 첫 수를 둬야 하나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검토실이 한가해졌다. 중국 선수들은 판팅위의 연승으로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자 중국으로 돌아가고 황이중 단장만이 남았다. 일본 단장으로 온 조치훈과 박정환이 대국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이치리키 료도 졌다. 대국 후 복기를 하며 쉬자위안의 휴대폰으로 인공지능 '절예'의 참고도를 확인하고 있다.
판팅위는 자신의 연승행진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원래 27일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꾸 연승을 거두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날 비행기 일정을 바꿨다.


▲결전의 날! 대국장에 올라가니 박정환의 뒷 모습이 보인다. 무엇을 하고 있나 슬쩍 가봤더니 커피를 마시기 위해 뜨거운 물을 준비하는 중.


▲체크무늬 양복 판팅위는 늘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첫날 찍은 사진이나, 이날 찍은 사진이나 동일한 날 같다.


▲카메라 앵글에서 사라진 판팅위. 자리를 뜬 것이 아니라 상의 벗는 중.


 

▲양복 상의를 벗고 착석한 판팅위.


▲대국은 치열했다. 초반 박정환의 형세가 너무 나빠서 이대로 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3차전이 열리는 상해까지 가지 말고, 하루 더 연장해서 일본 마지막 주자 이야마 유타를 초청해서 대회를 끝내버리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박정환의 승리! 2년 전과 판박이였다. 판팅위는 2년전에도 이 대회에서 7연승을 거뒀고, 한국 마지막 주자 박정환이 그의 덜미를 잡았다.

▲치열했던 대국이 끝나고 복기를 한 뒤 어디론가 사라진 박정환. ‘설마 집에 간 것은 아니죠’라는 말이 나오는 찰나에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한 박정환이 나타났다.

대국 시작 전 긴장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

 

▲“남은 상대가 많아 우승을 말하긴 이른 듯하다. 판팅위9단이 연승 중에 말했듯 한판 한판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남은 5판이 강한 상대지만 응원해주시는 바둑팬들에게 좋은 내용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은 박정환의 승리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여전히 가시밭 길이다. 일본 1명, 중국 4명과 싸워야 하는 살얼음판에 올라설 예정. 특히 중국의 남은 선수는 스웨, 구쯔하오, 당이페이, 커제 등으로 세계대회 타이틀을 따냈던 주인공들이다.

3차전은 2019년 2월18일 상하이에서 한국 마지막 주자 박정환과 일본 마지막 주자 이야마 유타가 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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