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영의 아빠는 꿈을 꾸듯 “우리 딸, 만약에 우승하면 뭐하고 싶어?”라고 물었다.
“로또에 당첨 되기는 엄청 어렵잖아요. 가족들끼리 마치 로또에 당첨되면 뭘 사고 싶냐고 질문하는 것처럼 대화를 했어요. 효영이랑 같이 꿈을 꾸듯이 ‘만약에~ 우승하면 뭐하고 싶냐’고 물었지요. 효영이 하고 싶은 것 다하라고 했어요” 효영아빠 김기성 님의 말이다.
빨간 안경테가 인상적인 13세 소녀 김효영은 부모님과 함께 국제 바둑춘향 선발대회 국제춘향부에 출전하기 위해 6월 첫째날 서울에서 남원으로 향했다.


▲전북바둑협회 오인섭 회장.
바둑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알려진 전북바둑협회 오인섭 회장은 8월에 하던 대회를 조금 앞당겼다며 “따스한 햇볕이 싱그럽게 비추던 봄이 지나가고 여름을 알리는 신록의 계절 6월, 푸르른 날에 정절의 고장 춘향골 남원에서 네번째 국제바둑춘향선발대회를 개최해 기쁘다”고 전했다.
효영가족은 여행하는 듯 룰루랄라 신이 났다. 오회장의 말처럼 너무 덥지도 않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외국 참가자 6명과 국내참가자 31명 등 총 38명이 출전한 국제춘향부 우승 후보는 여럿이었다. 외국 참가자와 정지우, 류승희가 본선 시드를 받아 출전했고, 남은 본선 자리는 8개였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12세 김은지(왼쪽), 김효영.
효영은 3조에 속했다. 김민주, 김은지, 고미소와 한 조를 이뤘다. 특히 강력한 우승후보 12세 김은지와 한 조였기에 모든 눈길을 김은지에게 쏠렸다. 기대주 김은지는 2승을 하며 단숨에 조별 예선을 통과했고, 첫 번째 대국에서 패했던 효영은 2,3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조별 예선을 통과했다. 효영은 조용했고, 묵묵히 바둑을 뒀다.
그리고 조별 예선을 통과한 16명이 선수들이 치르는 국제춘향부 최종 예선. 효영은 아마강자 김지은과 대결에서 승리하며 움츠렸던 어깨를 조금씩 펴기 시작했다.
북적북적이던 대회 첫째 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흘러가듯 얻은 정보는 ‘김효영, 13세, 한종진바둑도장’ 뿐.

하루 푹 쉬고, 대회 두 번째 날이다.
북적북적했던 남원 춘향골체육관은 전날 보다 조용해졌다. 자리도 많이 비었다.
16명의 선수 중 효영은 10번이었다. 1회전에서 프랑스 선수 아리안을, 2회전에서는 중국 선수 왕주어를 만나 승리했다. 2회전까지 2승을 거둔 선수는 류승희, 한지원, 대만 진천유 뿐이다. 3회전은 대만의 진천유와의 대결이다. 진천유는 우승후보 김은지를 일찌감치 누른 강자다. 한 판만 이기면 결승 진출인데, 효영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미동이 없다.
그리고 효영은 승리했다. 마지막 대국을 두지 않고도 결승에 오른 효영은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갔다. 재미있는 것은 효영은 본선에서 모두 외국선수들을 만나 승리를 했다. 외국 선수들은 바둑 선진국 한국 보다는 객관적인 전력으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행운이 따른 것’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효영의 결승행이 확정되고, 다른 대국들도 하나 둘씩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반상 위 싸움을 벌이던 선수는 류승희와 한지원이다.
▲한지원(왼쪽)을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류승희. 국내 첫 실업팀 '이스타항공 바둑단' 멤버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여자아마바둑랭킹 3위 류승희는 지난해 준우승자로 시드를 받아 본선에 직행했다. 류승희는 베트남 린을 가볍게 제압하고, 우승후보 여자아마바둑 1인자 김수영을 잡더니, 한지원까지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효영도 당당히 결승에 올랐지만 류승희의 적수로 보기는 힘들었다.
류승희는 얼마 전 창단한 국내 첫 실업팀 ‘이스타항공 바둑단’ 멤버다. 이스타항공 마크를 단 유니폼도 입었다. 창단 후 첫 공식대회에 참가했기에 부담이 두 배로 컸다. 게다가 전기대회에서 김제나에게 져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국제바둑춘향 대회에서 2위(선) 3위(미)를 모두 해봤다. 올해는 1위인 ‘진’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효영과 류승희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한복을 입고 19시에 남원 켄싱턴리조트에서 마주한다.
여기서 잠깐, 국제바둑춘향선발대회는 ‘국제바둑춘향’ 말고도 춘향배 이몽룡부 3인단체전, 5인 여성단체부, 학생춘향부가 진행됐다.
각 부에서 각축을 벌인 끝에 이몽룡부 3인단체전에서는 광한루팀이 우승을, 5인 여성단체부에서는 군포팀이 우승, 학생춘향부에서는 이우주가 권예빈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이 이어졌고, 외국에서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특별상도 주어졌다. 2대 국제바둑춘향 답게 한복을 입고 대회에 출전한 김수영에게는 즉흥 ‘베스트 드레서상’도 수여했다.
전북바둑협회 오인섭 회장은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세계를 이끌어갈 바둑스포츠의 주역이다. 스포츠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승자가 되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셨기를 바란다”고 말을 보탰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즐거운 시상식이었다.
▲학생춘향부. 권예빈, 시상자 남원바둑협회 박문용 수석부회장, 이우주.
▲몽룡부 우승팀. 조종신, 박성균, 최진원.
▲국제춘향부 3위 시상식. 한지원, 시상자 오인섭 전북바둑협회장. 김수영.
▲5인 여성 단체전 시상. 군포시 선수단, 시상자 허병희 남원바둑협회장, 대전시 선수단.
▲멀리서 찾아온 외국인 선수들에겐 별도의 선물이 주어졌다.
▲김수영에게는 ‘베스트 드레서상’도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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