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바둑협회가 한국바둑발전연구원들의 바둑 발전에 대한 릴레이 기고를 7월5일부터 시작했다.
기고문은 산업육성 정책, 교육과 문화, 정책과 제도, 인재육성 등의 주제로 총16차례 발표될 예정이다. 기고는 대한바둑협회 공식SNS에 10월18일까지 계속된다.

바둑 실업팀 창설 및 활성화 방안_한국바둑발전 연구위원 유승엽
지난 5월 신선한 바둑 뉴스 하나가 바둑계에 퍼졌다. 바로 이스타항공의 실업팀 창단 소식이다.
처음에는 국내 최초의 아마추어 실업 바둑팀 창단이라고 보도됐지만, 이것은 오보이다. 국내 최초는 1983년 고려투자금융 여자 실업바둑팀 창단이었다. 당시에도 제법 큰 뉴스였기에 올드 바둑팬들 중에는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려투금 실업팀은 사실상 활동이 없었다. 다른 팀도 있어야 같이 시합을 할 텐데, 후속 팀 창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전국체전에 바둑 종목이 없었고, 단체전 시합도 거의 없었다. 결국 고려투금팀의 선수들은 여자바둑대회 개인전에 출전하는 정도의 활동밖에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어느 회사에서 특정 개인을 후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현재 이스타항공팀은 전국체전에도 참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상태이다. 그러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스타항공팀 외의 다른 팀들이 계속 생기지 않으면 이스타항공팀의 성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업팀의 활성화에 대한 글을 쓰기에 앞서 우선 실업팀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국어사전에는 ‘기업이나 은행 등 사업체가 운영하는 운동 단체’라고 간단하게 명시되어 있다.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 위키백과에는 ‘축구를 비롯한 구기종목부터 육상, 사격 등 선수들이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동시에 운동을 하는 스포츠 단체를 말한다. 실업팀이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쓰이던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현재는 완전한 프로가 아니기에 세미프로팀이라고 종종 불린다’라고 되어 있다.
정리해보면, 실업팀은 프로 선수들이 아닌 아마추어(실력은 거의 프로에 준하는 세미프로의 실력일지라도)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사전적인 의미는 차치하고 그냥 실업팀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과거 프로야구가 생기기 이전의 실업야구, 그 팀들이 바로 실업팀이다.
다시 얘기하면 프로제도가 생기기 이전에 직업적으로 시합을 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 실업팀이었다. 그런데, 바둑은 실업팀 이전에 이미 프로 제도가 있었고, 프로(기사)들이 활동하는 대회가 있다.
대한바둑협회가 (재)한국기원이 운영하는 프로시합을 모두 무시하고 실업팀을 활성화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향후 실업팀의 활성화를 논하려면 기존의 프로 대회와는 방향이 약간 달리 하며 동반 성장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아마추어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원래 프로란 ‘경기를 직업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아마추어는 실비 이상의 보수를 받고 경기에 참가 또는 코치로 활동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런 정의 또는 규정은 모두 19세기 때 정해진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아마추어만 참가할 수 있는 올림픽의 참가 선수들 중에서 경기를 통해 돈을 버는 유명 스타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즉 이미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많이 허물어진 상태이다.
이것을 굳이 다른 종목과 비교할 것 없이 우리나라의 바둑계만 정의하자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은 (재)한국기원에서 주관한 프로 입단대회를 통과해서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프로기사이고, 그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아마추어이다. 즉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자격증이 없으면 아마추어인 것이다.
여기까지 이런 저런 정의 또는 현 상황을 적은 이유는 지금부터 실업팀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실업팀 활성화를 위해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후속 실업팀의 창단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시합이 없는 실업팀은 의미가 없다.
기업에서 실업팀은 왜 창단할까? 목적은 단 하나, 기업의 홍보를 위해서이다. KB리그에 참가하는 프로팀 창단도 목적은 같다. 그렇다면 왜 프로팀을 창단하지 않고 실업팀을 창단할까?
중국의 갑조리그는 우리나라의 KB리그보다 훨씬 활성화 되어 있고, 규모도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커제가 어느 팀 소속인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바둑팬은 거의 없다. 즉 커제 9단은 갑조리그 시합을 할 때만 그 팀의 소속이고, 그 외의 시합은 모두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업팀 소속의 선수는 기본적으로 어떤 시합을 나가던지 소속팀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선수 본인도 소속팀을 밝히고 참가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면 기업은 프로팀 창단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큰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동반 성장을 하려면, 하나의 기업에서 프로팀, 실업팀을 같이 운영하면 더 좋을 것이다. 실업팀에서 활동하던 어린 아마추어들 중에서 프로로 입단할 수도 있고, 또 같이 훈련을 하면서 실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니어 프로팀, 여자바둑리그팀 등도 모두 같이 운영한다면 더욱 좋다. 그러면 그 기업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서 바둑을 통한 홍보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바둑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바둑팀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후원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과거 장학퀴즈를 오랜 기간 후원했던 선경그룹(현 SK그룹)이 굉장히 깨끗하고 좋은 기업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됐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대한바둑협회는 이렇게 생긴 실업팀의 바둑대회를 지금 운영하고 있는 내셔널리그보다 훨씬 더 잘 홍보해야 할 것이다. 프로대회가 있는데, 아마추어들이 두는 시합을 누가 볼까라는 생각은 기우이다.
현재 내셔널리그 시합보다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대학동문전, 고교동문전, 직장인바둑대회 등의 중계도 케이블TV에서 굉장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 재미있게 시합을 운영하고 홍보를 더 잘한다면 바둑팬들은 그에 호응한다.
앞으로 제2, 제3의 이스타항공팀이 조속한 시일 내에 창단돼서, 실업팀의 시합이 대성황을 이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기고문 제공: 대한바둑협회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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