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중국 베이징 쿤룬호텔 2층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5회 잉씨배 결승5번기 3국에서 최철한 9단은 아쉽게 중국 창하오 9단에게 지고 말았다. 따라서 최철한 9단은 한판만 더 지면 그대로 상대에게 우승컵을 넘겨줘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있다. 대국이 없는 4일 오후 최9단을 만나 지금의 심정을 들어보았다.
-결승 3국은 9시간동안 둘 정도로 치열했다. 이날 대국을 총평하자면. 오래 둔 느낌은 있었는데 바둑 둘 때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것보다 마지막 좌하귀 백돌을 잡을 수 있는 길이 안 보여서 그때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점심시간까지 흐름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점심식사 이후 한동안 많이 따라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중앙에서 백이 78로 끼우는 수를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그때부터 확 비세로 돌아섰다. 좌하귀를 잡으러 가기 전 중앙쪽 백을 제대로 봉쇄했어야 했는데 당시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수많은 길을 찾아봤지만 답이 안나왔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음을 추스리고 몇수 더 두다가 돌을 던졌다. -대국에서 졌다고 느꼈을 때 든 생각은 무엇인가? 대국 내내 비관적으로 생각했었다. 나중에 검토실에선 한때 내가 좋다는 말이 나왔다고 들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갔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또다시 앞질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3국에 올인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두었고, 비록 졌지만 그다지 큰 충격은 없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마치 이번 대회가 결승전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비교적 편안하며 바둑을 즐긴다는 생각뿐이다. -창하오 9단은 최근 '새가슴'이란 별명을 얻었다. 승부처에서 쉽게 물러선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인데 이날 대국에선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새가슴'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서로 치열하게 싸운 것만 기억난다. 도요타덴소배 결승전 기보를 봤을 땐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좀더 둬봐야 알 것 같다. 창하오 9단은 기풍상 껄끄러운 상대이다. -창하오 9단은 이미 세계대회 준우승만 여섯 차례를 한 백전노장이다. 대국을 할 때 상대의 노련미가 느껴지는가? 노련미라기보다 창9단이 그동안 운이 너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말했듯이 이번 대회는 결승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한 편이다. 비록 4국에서 진다고 해도 창9단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싶다. 한국 팬들에게는 구박을 많이 받겠지만 앞으로 다시 기회를 잡으면 된다.
것이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만큼 내 모든 것을 걸 것이고 설사 졌다고 해도 계속 둘 것이다. -이 호텔이 지금 공사중이라 소음이 심한데 불편하진 않은가. 첫날은 난리도 아니었다. 처음에 15층을 배정받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20층으로 옮겼다. 난 평소에 늦게 일어나는 편인데 대국날은 일찍 일어나니까 상관없지만 쉬는 날은 두 귀를 손으로 막고 잠을 잔다. 하지만 대국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 -쉬는 날인데 무엇을 하며 보냈나. 점심때까지 잤고 점심식사를 한 후 잠깐 산책을 나갔다. 하지만 바람이 심하고 추워서 금방 들어왔다. 지금 한국에선 국수전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어서 동료 기사들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좀 심심하다. 혼자니까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싶지도 않고. -잉씨배 대국룰은 이제 완전히 적응했는가? 아직까지 트러블은 생기지 않았다. 물론 모든 규정을 알고 있긴 하지만 빅이나 귀곡사 등과 같은 이상한 모양이 나오면 좀 애매할 것 같다. 세계의 모든 바둑룰이 하나로 통일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바둑이 더 발전할 것 같다. -최철한 9단은 국수전 등에서 이창호 9단에게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일부 팬들이 국내용이니, 이창호 9단만 연구했느니, 하는 말들을 하는데 이런 말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어떤가? 그런 글들은 많이 봤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다. 과거 한국의 3인방이 너무 심했다(웃음). 그들이 너무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 기사들에겐 큰 짐으로 다가온다. 중국은 분명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 일본에겐 확실히 자신있지만 중국 기사들과의 승부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기분은 편안하다고 말을 했지만 잉씨배 계보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과 곁에서 아버지와 스승인 권갑룡 7단 등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분명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솔직히 그런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지면 잉씨배의 희생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선 홈런만 치다가 이번에 희생타를 치면 굉장히 어색할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정반대이다. 이세돌 9단은 평소 희생타만 날리다가 중요한 순간 홈런을 날리지 않는가, 나도 그렇게 되야 하는데(웃음). -최9단을 응원하는 수많은 바둑팬들을 위해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달라.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했다는 과정을 남기고 싶다. 국내에서 타이틀을 딸 때도, 그리고 방어할 때도 이겼다는 기쁨보다는 많이 배웠다는 생각뿐이다. 질 때 지더라도 4국에서 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그러나 만약 진다 해도 많이 배웠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이를 고마워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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