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뉴스 기보 상점 새소식

[중국기타]

'커제가 되고 싶다'던 시각장애인 바둑천재 소년 이야기

올해 항저우아시안페러게임 '바둑' 첫 종목 선택으로 관심

김경동2023-04-21 13:45:04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쉬광린은 특수 바둑판을 사용하여 3차례 입단대회에 출전한 바 있는데 대국 시 후반이 되면 더욱 긴장하게 된다고. 사진은 다큐멘터ㅣ '맹혁(盲弈)'의 한 장면.

 

 

"커제가 되고 싶다"던 시각장애인 바둑천재 소년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중국 바둑팬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쉬광린(徐光霖)의 부친은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 안마를 배우도록 하려고 고민 중이다. 1~2년 전만 해도 쉬광린은 바둑 선생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귀재'였다. 그는 2017년 11월 랴오닝성 입단대회에서 비장애인을 상대로 특수 제작된 바둑판을 더듬어 바둑을 두어 단숨에 9전 전승을 거둘 정도였다.

 

경기 중 두각을 나타내자 일부 바둑인들이 그를 도왔고, 쉬광린은 부친을 따라 베이징으로 가 바둑공부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4년 후, 쉬광린은 뇌경색을 앓았고, 아버지와 아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들은 혼자 있으니 바둑에 대한 흥미가 없어졌고, 부친도 더 이상 바둑에 미련을 버렸다.

 

2018년 베이징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세계대회 홍보물을 보고 우승하면 20~30만위안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면는 것을 보고 "네가 우승해서 20만위안을 벌면 우리가 생활할 수 있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들을 상상했다. 베이징에 도착 한 첫 몇 개월 동안은 베이징 교외의 바둑학교에 정착했다. 교장은 쉬광린의 실력이 좋다고 칭찬하면서도 쉽지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특수 제작된 바둑알을 만져서 대국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는 국면을 이 아이는 더 만져봐야 이해할 수 있다. 교장은 부자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었고, 대국 연습 상대도 소개해 줬다. 

 

결국 학교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이상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이 없게 됐고 개인 교습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당시 쉬광린 부친은 수중에 1만위안(한화 약 190만위안)의 예금이 있었다. 아이의 바둑공부를 위해 부친은 일찌감치 직장을 그만뒀기 70대 노모는 퇴직급여에서 조금 보태고 형님이 조금 보태 생활비를 충당했다.  

 

베이징에 막 도착했을 때 그들의 한달 생활비는 몇 백위안에 불과했는데 "고기 한 팩에 20위안으로 너무 비싸서 일주일에 한번 밖에 먹지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에 쉬광린은 무료로 바둑을 둬 줄 상대를 찾기위해 정기적으로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했다. 이때 베이징의 한 기사가 자신이 푸젠에 기원을 차릴 예정인데 가면 쉬광린에게 바둑사범을 붙여주겠다고 해서 이들은 푸젠으로 갔다. 

 

푸젠에 간지 두 달이 지나도 그 기사가 쉬광린의 바둑공부 일정을 잡아주지 못하자 관계가 나빠져 현지를 배회하다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들의 눈병은 유치원 때 생겼다. 아들이 TV를 볼 때 항상 앞으로 바싹 다가가 볼 때 부친은 그를 꾸짖었다. 아들이 바둑을 배울 때 종종 아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면 좋지않다는 것을 알고도 고치기 어렵다고 털어왔다. 

 

2018년 하반기, 거위홍도장에서 등록금을 감면해 줄 수 있다고 해서 부자는 고향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거위홍도장은 쉬광린과 비슷한 또래의 학우들이 있어 그에게 잘 어울리는 도장이다.쉬광린은 점차 '우승은 힘들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방송 카메라를 향해 "커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으며, 부친도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도장에서 바둑을 배울 기회는 더욱 줄어 들었다. 

 

거위훙도장을 나와 2021년 바둑대회에서 알게된 프로기사 구이원보가 무료로 쉬광린을 가르치겠다고 했다. 꾸이원보는 이 아이가 바둑에서 질 때 아무말도 하지않고 어두운 표정으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 것을 봤다. 꾸이원보 역시 바둑도장을 운영하기 어렵게 되면서 그들은 다시 낯설은 베이징에 버려졌다. 

 

부친은 10여년전 아이의 눈을 수술하려고 베이징에 갔는데 당시 의사는 아이가 더 크면 수술을 하라고 했다. 수술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을 알고 몇 년 동안 병을 치료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가 다시 의사를 찾아갔으나 이번에는 아이사 너무 커서 수술할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베이징 생활 4년 동안 부자는 어떤 관광지도 가본 적이 없다.  

 

50대에 이르러 쉬광린의 부친은 "바둑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음악을 배우더라도 정상급에 이르면 학부모 돈으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광린은 5명과 동시에 '맹기바둑(눈을 감고 두는 바둑)' 세계기록 보유자인 바오윈과도 인연이 닿았다. 바오윈은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아마추어 강자이자 비장애인으로 암기력이 뛰어난 맹기바둑 세계 최강자다.

 

바오윈은 쉬광린에 대해서 "바둑을 두는데 두 대국자 모두 교착상태에 빠졌고 AI 승부예측을 보니 쉬광린이 약간 앞서 있는데 쉬광린이 갑자기 우측 하단에 두개의 바둑알을 놓고 패배를 인정했다"라고 회상하며 너무 쉽게 패배를 인정한다고 지적했다. 바오윈은 쉬광린과 함께 인터넷 바둑방송도 해봤으나 자신이 혼자할 때보다 시청자가 많지않아 사회는 아직 자라지도 않은 시각장애 아마추어기사에게 큰 관심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오윈은 쉬광린이 사회의 냉랭함을 견뎌내고 바둑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랬다. 그래서 "넌 올해 겨우 15살이다.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 너무 조급해 할 필요없다. 비록 지금은 바둑을 배우고 경기에 참가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라고 쉬광린을 격려했다. 고심 끝에 바오윈은 고사양의 PC를 준비해 쉬광린에게 주며 AI를 통해 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도 성과가 시원치않았다. 쉬광린의 부친은 "아들이 자꾸 지니까 인공지능과 바둑두는 것을 싫어한다. 몇 판 두다가 흥미를 잃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쉬광린은 고향에 모물면서 5년 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특수교육학교로 돌아갔다. 쉬광린에게 베이징으로 가서 바둑을 배우고 싶냐고 묻자 그는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기분이 나빠보이지 않던 어느날 다시 여기 있고 싶냐고 물으니 '여기에 있자'라고 답했다. 

 

한편, 제4회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에서는 총 금메달이 37개가 걸려 있으며, 바둑, 체스 등 22개 종목이 열린다. 바둑은 이번 대회 처음 종목으로 선택됐다. 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의 바둑 종목은 남자 단식, 여자 단식, 남자 단체전, 여자 단체전 등 4개 종목이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복지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용 바둑판.

총 댓글수: 0새로고침

0/150자등록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