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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타]

노벨화학상 데미스 하사비스, '알파고'에서 '알파폴드'까지

유럽과 일본의 바둑 교류사 속에서 찾은 영감

김경동2025-04-29 08: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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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좌)와 이야마유타의 친선 대국. [사진=内藤由起子]

 

 

일본의 유명한 여성 바둑 관전기자인 나이토우유키코(内藤由起子)가 기고한 칼럼을 번역해서 소개한다.

 

지난 2024년 노벨화학상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한 영국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박사에게 돌아갔다. 알파폴드는 바둑 AI '알파고'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영국 출신의 하사비스 박사는 왜 바둑에 주목했을까?

 

해외 바둑 애호가들 사이에선 이공계 종사자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2025년으로 45회를 맞는 '세계 아마추어 바둑선수권대회'에는 현재 60여 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1979년 첫 대회부터 유럽·미국 참가자 중 컴퓨터 공학자, 수학자, 엔지니어 등 이공계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처음엔 체스를 했지만, 바둑의 깊이에 매료됐다"는 체스 전향자들도 많았다.

 

노벨상 수상자 하사비스 박사 역시 세계 랭킹 2위 수준의 체스 플레이어였다. 1996년 IBM 컴퓨터 '딥 블루'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꺾은 사건이 영향을 줬는지, 그는 캠브리지대학 재학 시절 이공계 커뮤니티에서 바둑을 접하고 매료됐다. 그는 "바둑은 체스보다 수학적으로 아름답다"며 독특한 표현으로 바둑의 매력을 설명했다.

 

하사비스 박사는 바둑에 빠진 후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를 만들어 세계 챔피언을 이길 수 있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이는 이후 바둑 AI '알파고' 개발로 이어졌다. 알파고는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하며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그 기술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로 진화해 노벨상의 토대가 됐다.

 

 

 

 

유럽인 최초의 바둑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메이지 시대 초기, 19세기 후반 독일의 화학자 오스카어 코르셸트(동경제국대 교수)에게 18세 혼인보 슈호(本因坊秀甫)가 바둑을 가르친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코르셸트는 독일로 돌아가 바둑 입문서를 출간하며 서양에 바둑을 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입문서로 바둑을 배운 인물 중 한 명이 수학자 펠릭스 듀팔 박사다. 그는 1930년 바둑을 배우기 위해 일본을 방문, 1년간 체류하며 세고 겐사쿠, 기다니 미노루, 오청원 등 당대 최고 기사들의 지도를 받았다. 귀국 시에는 초단 면장을 수여받았으며, 이후 독일바둑연맹을 창설해 보급에 힘썼다. 듀팔 박사는 1936년 하토야마 이치로(후일 총리)와 '전보 바둑'을 두며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전보 바둑이란 19로×19로 바둑판을 좌표축으로 간주해 "흑 16(가로축)의 4(세로축)" 등 문자로 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두는 것을 말한다. 현재도 좌표 표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바둑 AI에 정통한 오하시 히로후미(大橋拓文) 7단(일본기원 소속)은 하사비스 박사의 내한 시 접대를 맡은 바 있으며, 매년 유럽 바둑 보급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선 바둑이 '쿨'한 취미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오하시 7단은 일본기원 바둑 앱 '바둑으로 놀자' 감수를 맡았으며, 재즈 피아니스트 야마시타 요스케가 "음대생 수준"이라 인정할 정도의 피아노 실력자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바둑은 동서양을 연결하는 지적 교류의 매개체로 기능해 왔으며, 그 정점에 AI 기술의 혁신이 자리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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