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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연구회를 옮겨놓은 검토실 ○…연수원 본관 2층에 마련된 검토실에는 이른 시간부터 소소회(충암 출신 젊은 기사들이 주축이 된 모임 ; 회장 김만수 5단) 소속의 젊은 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모니터를 통해 대국상황을 지켜보며 검토에 열중.
해마다 삼성화재배 개막전과 때를 맞추어 유성연수원에서 수련회를 가져온 소소회는 올해에도 50여명의 젊은 기사들이 25일(일)부터 일찌감치 이곳에 내려와 공동 검토와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 이들은 29일밤 자체리그전을 벌이기도.
타이젬이 생중계(해설 최규병 9단)한 조훈현 9단 전을 비롯,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등 간판 선수들이 쾌조의 출발을 보인 가운데 한국 선수들이 대부분 선전하는 흐름이 이어지자 검토실은 이른 시간부터 활기.
초반 중국 연승행진.. 이세돌 꺾자 절정의 분위기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에 접어들자 마치 황사라도 불어닥친 듯 대회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중국쪽으로 일변.
오후 2시반경 뤄 시허(羅洗河) 9단이 난전 양재호 9단을 꺾고 일찌감치 중국 선수단에 첫 승전보를 전해온 것을 시작으로 후 야오위(胡耀宇) 7단, 펑 첸(彭筌) 5단, 장 원뚱(張文東) 9단이 줄줄이 승리한 데 이어 차오다위안(曹大元) 9단까지 우승후보 이세돌 3단을 꺾는 망외의 성과를 따내자 중국측 승전분위기는 절정. 종국 후 검토실에 입장한 차오 9단은 흡사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중국선수단의 환영을 받기도.
이처럼 중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세 속에 초반 5연승을 달리자 검토실의 바둑관계자들은 "이러다 삼성화재배가 황사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며 혀를 내두르기도.
뜻밖의 이세돌 패배, 경적필패 교훈 되새겨 ○…뤄 시허 9단은 2년전 이 대회 2회전에서 양재호 9단에 당한 패배를 설욕한 셈이 되었으며, 삼성화재배가 낳은 스타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 8단(4회 4강, 5회 준우승)을 격침시킨 중국 신인왕 펑 첸 5단의 힘 또한 중국의 괴력을 입증하기에 충분.
최근 성적 부진으로 이번 대회에 중국측이 사실상 별 기대를 걸지 않았던 중견 장 원뚱 9단과 차오 다위안 9단이 한국의 유망 신예를 꺾는 기염을 토한 것도 화제거리.
특히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세돌 3단이 '한물 간 기사'로 치부되던 차오 9단에게 완패한 것은 '경적필패(輕敵必敗)'의 섭리를 깨닫게 했다는 평. 통합예선에서 '고단자 숲'을 헤치고 본선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박진솔 초단은 때마침 찾아온 감기몸살로 제 컨디션을 발휘못한 채 주저앉아 아쉬움을 남겼다.
역시 '최고 인기'는 이창호, 이세돌 바둑 ○…검토실에서 설치된 8대의 대국중계 모니터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역시 이창호 판과 이세돌 판.
한 테이블에 나란히 설치된 두 대국은 KBS 위성TV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이창호 9단이 점심시간 무렵 상대인 치우 쥔(邱峻)의 요석 겸 대마를 잡고 일찌감치 승세를 확립한 반면, 이세돌 3단의 바둑은 중반이후 패색이 뚜렷해지자 이내 관전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분위기.
특히 이창호-치우 쥔 전은 점심시간 전후 급격히 승부가 기울어 한때 최단명국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으나, 의외로 저녁 6시가 다되어 종국, 관계자들을 아연케 하기도. 일부 관계자들은 치우 쥔 6단의 끈기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일찌감치 결정난 바둑을 너무 오래 끈 것은 매너가 아니지 않느냐'는 지탄을 하기도.
최원용 패기에 용궁갔다온 창하오 ○…오후 4시경 검토진의 주목을 끈 화제의 바둑이 창 하오(常昊):최원용전.
통합예선에서 거함 저우 허양(周鶴洋) 9단을 격침시키는 최대 파란을 일으켰던 최 초단이지만, 상대가 워낙 강적인 탓인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이무렵 최 초단의 우세가 확실시되자 "야~ 원용이가 이긴데!"라는 소리와 함께 우르르 이 바둑판으로 집결.
그러나 공교롭게도 검토진이 몰려와 진을 치자마자 그 좋던 형세가 급전직하로 기울어 아쉬움. 이상훈 7단, 백대현 4단 등 검토진은 '최원용이 이길 수 있는 코스'를 찾아 이리저리 검토를 해보았지만, 끝내 최초단이 비세를 회복하지 못한 채 돌을 거두자 모두들 자기 일처럼 아쉬워하는 분위기.
최원용 초단으로선 저우 허양에 이어 창 하오까지 연파해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지만, 그 막강 잠재력은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
한국 반격의 교두보가 된 허리싸움…박영훈 반집드라마 연출 ○…이날 한-중 맞대결 구도의 분수령이 된 바둑은 최명훈:콩 지에(孔杰) 전과 박영훈:위 빈(兪斌) 전. 이전까지 중국세에 힘없이 밀리던 한국은 결과적으로 이 '허리층 싸움'에서 반격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
박영훈 3단은 위 빈 9단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접전 끝에 극적인 반집승을 일궈내 이 날 대국 중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 중국 ?소호'의 선두주자 콩 지에의 두터운 운석에 말려 고전하던 최명훈 8단도 오후들어 형세를 반전시키며 쾌승을 거두어 한국 허리층의 저력을 과시.
한-일 '깡패바둑' 맞대결 양건, 왕밍완에 역전 KO승 ○…이어 오전부터 승세를 구가하던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이 연이어 승전보를 알려온 데 이어 양건 6단도 마지막 대국에서 일본의 전 본인방 왕 밍완(王銘琬) 9단을 꺾는 기염을 토하며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
특히 맨 마지막으로 끝난 양건-왕 밍완 전은 한-일간의 대표적인 '깡패바둑'의 맞대결답게 엄청난 대마를 주고받으며 유혈 낭자한 격전을 벌였는데, 결국 중반 카운터펀치를 작렬시킨 양6단이 회심의 역전극을 일궈냈다.
한국, 막판 대분전으로 중국과 5승6패로 호각세 이뤄 ○…결국 초반에 중국세에 힘없이 밀리던 한국은 막판 대분전으로 중국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데는 성공한 셈.
16강 진출자수(한국 6, 중국 8, 일본 2)에서는 중국에 약간 뒤졌으나, 중국과의 맞대결에서 5승6패로 호각을 이룬 데다 이세돌 3단을 제외하고는 '조-이-유'의 빅3에 최명훈, 박영훈 등 안정권 전력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오히려 16강전의 결과는 더 유망하리라는 전망.
5명을 출전시키는 일본은 좌장격인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이 일찌감치 탈락하고 기대를 한껏 걸었던 야마다 기미오 8단과 왕 밍완 9단도 탈락했으나,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과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9단이 살아남아 또한번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해말 류시훈을 꺾고 천원에 올라 혜성처럼 또오른 하네 9단은 한국의 맹장 서봉수 9단을 제압해 일본 타이틀홀더의 체면을 세웠다. 반면, 재작년 이 대회 4강에서 야마다 8단에게 다이긴 바둑을 막판 역전패한 바 있는 서9단은 일본 신진급 기사에게 약한 징크스를 또한번 노출시키며 씁쓸한 서울행.
'쾌활한 중국' '조용한 일본' 극명한 대조 ○…29일 휴일을 맞아 유성연수원은 승부의 긴박감은 사라진 채 태풍 속의 고요에 접어든 분위기. 32강전에서 탈락한 선수 상당수가 일찌감치 보따리를 꾸린 데다 관계자, 관전자들도 상당수 상경해 일단 인원수가 꽤 줄어들었다.
16강전을 하루 앞둔 선수들은 운동과 체조 등으로 가볍게 몸을 풀며 운기조식. 그 중에서도 10대후반~20대 초반의 젊은 기사들이 주축이 된 중국 선수단은 승전분위기를 드러내듯 전자오락과 게임 등으로 왁자한 분위기를 연출. 반면 단둘이 남게된 일본 선수단은 사우나와 식사를 제외하고는 일체 외출을 삼가 대조.
이곳 유성연수원은 외부와 안전 차단된 채 음주 및 잡기가 원천금지된 곳으로 유명하지만, 사우나, 수영장, 헬스장, 축구경기장 등 완벽에 가까운 부대 휴양시설이 갖춰저 있다. 기사들의 휴양 방법도 각약각색이어서 조훈현 9단은 오락, 유창혁 9단은 헬스, 이창호 9단은 탁구가 주종목.
한-중 선수단, 축구 맞대결로 또한번 '맞장'


○…29일 오후 이곳 유성연수원에서는 또하나의 빅게임이 벌어져 관심을 끌었는데. 한국과 중국 선수단 대표가 축구로 한판 승부를 벌인 것. 팀 구성은 이창호 9단과 10~20대 소장파 한국선수 및 소소회 회원이 주축이 된 한국팀과 창 하오 9단이 주축이 된 중국선수단 대표(8명)에 유창혁 9단과 양건 6단 등이 가세한 중국팀이 20분 3쿼터제로 한판 대결을 벌인 결과 한국팀이 6대5로 신승.
특히 과거 프로기사들의 축구모임인 '비마회'에서 라이트 윙으로 명성을 날렸던 유창혁 9단(66년생)은 나이는 못속이는지 경기 중반 "더이상 힘들어 못뛰겠다'며 기권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기도. 이창호 9단과 창 하오 9단의 포지션(중앙수비수)의 일치한 점도 흥미를 끈 대목.
중국의 신예 왕 시 4단은 2골을 혼자 넣으며 발군의 활약을 보여 단연 주목을 받았는데, 중국도 한국의 비마회처럼 축구모임이 있어 정기적으로 축구경기를 벌인다는 전언.
한편, 유성연수원 인근에 한국의 8강신화를 이뤘던 월드컵경기장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 선수단은 이 대회 운영을 맡은 타이젬과 한국기원 측에 경기장 관람을 강력히 주문해 눈길. 먼발치에서나마 월드컵경기장을 관람한 중국 기사들은 하나같이 경외의 눈길을 보내 중국의 축구열기를 반영.
<유성=타이젬/김창호(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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