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각지에 한국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힘 쓰는 한상대 교수. 한 교수는 "해외에 나가 보면 바둑보급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소홀히 해 왔는지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한다.
옥스포드에 와서 차를 해리 연구실 앞에 세우고 옥스포드 투어버스를 탔다. 해원이가 몸이 안 좋아 차 안에서 자기만 한다. 옥스포드를 한 바퀴 돈 후에 내가 하진이에게 “해원이가 몸이 안 좋으니까 네가 강자들을 맡으면 내가 하수들을 맡아 다면기를 두겠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해원이가 “제가 두겠어요. 자고 났더니 좀 나아 졌어요” 한다. 해원이의 자세가 진짜 프로다. 하긴 프로하고 두어 보겠다고 먼 길을 온 영국 하수들이 아마추어인 내가 두어 주면 김 샐 것이 뻔하다. 우리는 해리가 예약해 놓은 옥스포드의 고급 식당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유럽 대륙에서는 영국 음식에 대한 평이 나쁘다. 그래서 '세계에서 제일 얇은 책'이 영국 요리 책이란 농담이 생겼다. 그런데 이 식당의 맛은 너무 훌륭하다. 시간이 조금 남는 틈을 타서 우리는 옥스포드 셔츠와 모자를 샀다. 해리가 해원이와 하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간 동안 나는 뮤직숍에 들려서 모짜르트의 코시판 투떼 영국 글라인본 프로덕션을 찾았으나 재고가 없다고 해서 못 샀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건데….
옥스포드는 1130년 학자 같은 왕 헨리 1세 때부터 학문의 중심지가 되었다. 헨리 2세도 여기에 살면서 1167년에 대학으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은 법학, 수사학, 의학, 철학 등 4 과목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단과 대학만도 무려 35개나 된다. 대학 자체가 도시이다. 해원이와 하진이가 이 대학 분위기에 너무 감명 받는다. 오래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쿼드랭글(Quardrangle)로 불리는 잔디밭이 있어 더욱 분위기를 돋운다. 여기에선 2~3백 년 된 건물은 새 건물 취급을 받는다. 7~8백 년 이상 된 건물이 수두룩하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영국이 전 세계의 26%를 식민지로 삼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고 런던이 세계의 수도였을 대영제국 당시 세계를 실질적으로 주무른 사람들은 옥스포드와 켐브리지 출신들이었다.
대학교 컴퓨터학과 2층에서 약 20명이 다면기 지도를 받았다. 나는 유럽 회장 앳킨스, 해리와 함께 옆 방에서 차를 마시며 내년에 한국 대사배 개최 문제, 런던에 바둑 사범 보내는 문제, 바둑 TV, Internet 보급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다. 타이젬 평균 접속 숫자를 말하고 한, 중 프로들 대부분이 들어온다고 하니까 놀란다. 나에게 타이젬이 왜 영어화 안 하느냐고 묻는다. 서양 바둑인의 약 90%는 일본이 운영하는 KGS(Kiseido) 에서 인터넷 바둑을 둔다. 이 사이트에서 자기네끼리 채팅도 많이 한다.
영국의 1인자 매튜 맥페이든(Matthew Macfadyen) 6단은 1980~90년대 유럽 강자였다. 그는 항상 첫 점을 천원에 두면서 전 유럽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그는 한 때 '공포의 천원'으로 서양인들 사이에서 다케미아 9단의 세력 바둑과 버금 가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오늘은 그의 부인과 와서 곧 있을 페어(Pair) 바둑대회를 준비한다면서 하진이에게 5점을 놓고 두고 있다. 둘이서 의논을 안하고 번갈아 두면서 하진이에게 완승을 거뒀다. 하진이가 “워낙 단단하게 두어서 중반 이후 판을 흔들 곳이 없어서 제가 던졌어요” 한다.
다면기 후에 우리는 옥스포드의 밤거리를 걸어서 바둑클럽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카페에 갔다. 옥스포드에서 제일 비싼 카페라고 하는데 교회를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스테인 글라스가 벽면을 차지하고 천정이 높다. 생음악도 있다. 멋있는 줄은 알겠는데 아늑한 맛은 없다. 나가는 문 옆에 낮은 나무 벽장 같은 게 있는데 바둑 용품을 넣어 두는 곳이라고 한다. 바둑회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원이와 하진이가 옥스포드에 점점 반한다. “이 곳에는 사범 안 부르나요?” , “일년간 어학 연수 오는 방법은 어떻게 되죠?” 우리 숙소는 기숙사의 일부인데 약 300년 된 방이다. 내가 해리의 부담도 덜어 줄 겸 우리가 기숙사에서 자겠다고 국제 전화로 말했다. 해원이와 하진이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했다. 해 마다 열리고 있는 유럽 대회 등 서양 바둑 대회는 참가자 모두를 기숙사에 묵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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