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핵펀치를 작렬시켜 거대한 대마를 때려잡고 '왕위후이 길들이기'에 성공한
조훈현 9단은 이날 강펀치에 몸을 사리는 왕위후이 7단의 위축된 포석에 힘입어 쾌조의 출발을 보여였다. 그러나 중반 한때 낙관이 빚은 완착 탓에 패국의 위기에 몰린 끝에 왕7단의 실착에 편승해 재역전승을 일구어냈다.
'엎치락뒤치락' 장면을 연속 장면으로 보자.
장면1(회심의 강타)
조9단이 초반 승기를 잡은 장면.
왕7단이 흑1로 실리를 탐하자 백2~8을 선수활용해 벽을 만들어놓고 백10으로 갈라친 것이 그림같은 수순이다.
이어 백12가 회심의 급소 강습! 이 한 수로 조9단은 단숨에 우세를 휘어잡게 된다.
참고도1(흑, 곤경)
흑1·3으로 받으면 백2·4가 준비된 연타. 이어 백6이면 졸지에 흑은 빈사지경이 된다.
이밖에 다른 변화도 많으나 흑으로선 신통치 않으니 곤란할 따름.
실전진행1(흑, 3곤마 신세로)
뜻밖의 강타를 당한 왕7단은 고심 끝에 흑1로 받았으나, 백2~12로 치고나오자 역시 흑은 곤란해졌다.
백14로 가르자 흑은 졸지에 3곤마 신세. 이래서는 백이 대세를 제압한 형국이다.
재미있는 것은 어제 1국에 이어 오늘도 왕7단의 중앙 빵때림이 곤마로 전락했다는 사실~.
장면2(방심의 완착)
조훈현 9단의 완착으로 형세가 역전되는 장면.
백에게 연속 빵때림(△)을 허용하며 좌변 흑대마는 간신히 살았지만, ▲들이 폐석으로 전락한 채 ●들도 쫓기는 신세여서 흑의 비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여기서 조9단은 형세를 낙관한 듯 끈을 늦추고, 다음 순간 역전을 허용한다. 백5가 느슨한 수. 흑6으로 연결자세를 갖추자 갑자기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실전진행2(흑 반격 성공, 역전)
뒤늦게 백1·3으로 절단했지만, 우선 모양이 나빠 마음에 걸린다.
흑8이 왕7단의 뛰어난 타개솜씨를 드러내는 묘착. 흑12의 카운터 블로가 성립해서는 일순 흐름이 바뀌었다.
게다가 흑16의 노림수가 터져 도리어 백이 곤경에 빠진 모습. 패를 빌미삼아 흑22까지 두텁게 정비해서는 완연한 역전이다.
참고도2(백 낙승)
당연히 백5로 가르고 나올 자리였다.
그러면 흑은 덩치 큰 우변 대마를 돌볼 수 밖에 없는데, 그때 백7이었으면 우세를 다질 수 있었다고 조훈현 9단은 못내 후회했다.
오른쪽 흑대마의 연결이 아직 불확실한 것도 백의 자랑.
장면3(흔들기에 말려든 흑)
흑1로 나오자 백2로 반발한 것이 조훈현다운 '흔들기 승부수'. 결국 백6까지 바꿔치기 형태가 이뤄졌는데, 다음 순간 왕7단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고 돌진하다 재역전의 빌미를 제공한다.
흑7·9가 속수. 백10으로 개운하게 따내 흐름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실전진행3(재역전무드)
흑1·3으로 약간 이득을 취했으나 흑5가 불가피해 귀중한 선수가 백에게 돌아가 흑은 얻은 것이 없다.
백6이 A, B의 수단을 노리는 승착. 흑7의 가일수가 불가피할 때 백8로 못질해서는 거의 역전무드.
이러고도 아직 미세한 바둑이었으나, 이후에도 왕7단은 초읽기 탓인지 실책을 거듭해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273수 끝, 백 3집반승>
참고도3(흑의 낙승코스)
백1로 지켰을 때 흑2로 똑 따냈으면 흑이 지는 일은 없었다. 백3을 강요한 후 흑4로 뛰어들었으면 흑의 낙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