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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쓸쓸하지 않았던 이창호의 퇴장

삼성화재배 결승1국 이모저모

정연주2007-01-23 11: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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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지나갔다. 삼성화재배 결승1국이 끝났다. 이창호 대 창하오의 대결이 벌어진 중국 상해 화팅호텔. 결승1국이 벌어지는 동안 있었던 이모저모를 모아봤다.


- 사라진 포토라인
대국자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사진을 찍도록 대부분 포토라인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이창호와 창하오의 대결은 포토라인이 없어질 정도로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한국과는 사뭇다른 분위기. 한국에서 열리는 결승에는 몇몇 매체에서만 옹기종기 모여서 취재를 하는데, 말로만 듣던 중국의 바둑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결승1국.

작년 농심신라면배 1차전을 북경에서 했는데, 그때보다 2배는 많아진 취재진들. 해외로 결승대국 취재를 나온 것이 처음인 기자는 깜짝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예전에 선배가 "잉씨배 결승가니까 연주 너는 중국에 취재가면 아마 깔려서 죽을지도 몰라"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침에 옷을 갈아입은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대국날 아침에 구두에 정장 바지를 입었다가 선배의 말이 떠올라 운동화로 갈아신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처음에 왼쪽에서 사진을 찍던 기자는 포토라인이 없어지는 순간 재빠르게 중앙쪽 잠입에 성공, 그나마 대국자들의 얼굴이 나올 수 있도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v


▲ 처음에는 잘 지켜진 포토라인. 남자들 틈에서 힘으로 안 밀리고 이겨낼 수 있을까? 워낙 건강해서 아마 살아 남을 수 있을게다.


▲ 요렇게, 순식간에 앞 자리로 달려든다. 중국 기자들을 피해 창하오 등 뒤로


- 창하오의 빈손이 왔다갔다~
검토실에 설치된 모니터로 대국장 바둑판이 보인다. 이창호와 창하오의 손이 왔다갔다, 가끔 이창호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이기도 했고, 창하오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손 맵시만 봐도 기사들의 대국형세를 알 때가 있다.
결승1국은 창하오가 초반 우위를 점했다가 잠깐 이창호가 역전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창하오의 빈손이 바둑판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어? 뭐지? 이창호를 응원하러 온 두터미 회원들도 놀란다. 복기를 하는 듯한 손놀림이다. 사라진 포토라인을 경험한 기자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결론은 돌을 던진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 해설을 하던 조한승이 "창하오 습관이다"라고 말한다. 평소에도 창하오가 자주 저런 행동을 한다고. 돌을 가지런히 놓는 것도 좋지만, 창하오는 모니터만 볼 수 있는 관전자들의 마음을 아는지.


- 오후에는 여유로운 시간
한국은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대국이 시작하고 10분간 사진 찍는 시간을 준다. 여기는 중국이지만, 한국 주최기전이기 때문에 한국규칙에 따른다. 이미 오전에 무서운(?) 경험을 한 기자는 점심 식사를 한 뒤 빠르게 대국장으로 이동.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대국장은 텅텅 비어있다. 한국에서 취재를 간 기자 네명만 쪼로록~ 맨 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아침에 포토라인을 무시하는 기자들 때문에 빨간색으로 띠를 둘러 놓았다. 알고보니 중국은 한국과 달리 오후에는 사진 찍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조금 뒤에 사진 찍는 시간이 있는 것을 알았던 중국기자들 몇몇이 대국장에 오긴 했지만 크게 북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기자는 중국 바둑 열기가 부럽다. 치열한 취재 현장이 부럽다.


▲ 이렇게 한산 할 수가! 오후대국은 여유롭게~


- 형세에 따라 변하는 중국 언론들
중국 사람들은 목소리가 참 크다. 알아 들을 수가 없는 언어라서 그런지 더욱 크게 들린다. 검토실에 모인 중국 사람들은 형세에 따라 목소리 크기가 달라진다. 만화에서 나오는 가제트형사(?)와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 왕루난 원장의 목소리가 계속 귀에 맴맴돈다.
창하오가 거의 이겼다고 생각이되자 중국측 기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하늘을 찌른다. 모니터 쪽을 바라보고 기사를 작성하던 기자의 뒤쪽에 앉아있던 중국측 기자들. 뒤통수가 따갑다.


▲ 뚫을 수가 없다. 뒤쪽으로 이동해서 의자 위로 올라간 정기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진을 담으려니 정신이 없다. 잘 찍히지도 않는다.


▲ 한 50장은 찍었나 보다. 물론 사진찍는 실력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 참 고마웠다
대국에서 이창호 9단이 졌다. 안그래도 사람들 많은 곳을 싫어한다는 이창호 9단, 본인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기가 끝나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취재를 한다. 마음이 좋지 않다. 그냥 안타깝고 속이 상하다. 평소 숱기가 없는 이창호 9단이 많은 취재진들을 어떻게 뚫고 숙소로 돌아갈지 갑자기 걱정이된다. 기자가 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때, 얄밉기만(?) 했던 중국기원 왕루난 주석이 기자들을 진정시키고 이창호 9단을 숙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고맙다. 비록 졌지만 이창호 9단을 배려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패자가 쓸쓸하게 홀로 퇴장하지 않고 배려를 받으면서 퇴장할 수 있도록 해준 왕루난 주석이 고마웠다. 배려심이 고맙다.


▲ 순식간에 찍어서 사진 상태가 좋지 않다. 숙소로 돌아가는 이창호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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