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시대다. 바둑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계’라는 글자가 붙지 않는 대회는 별 흥미를 끌지 못하는 시절이다. 물론 기획력이 풍부한 국내대회도 강한 마력이 있지만, 이왕지사 세계대회가 있다면 동일선상에서 국내대회를 더 관심 있게 바라볼 리는 만무할 것이다. 세계대회가 몇 개나 있을까.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면 꿰차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 19년 전 후지쯔배로 출발한 세계대회가 어느 덧 두 자리 수를 넘어서서 지금은 대략 12~13개의 세계대회가 있다. 12개면 12개고 13개면 13개지 12~13개가 도대체 무슨 연유인가.
세계기전 현황 한국에서 LG배·삼성화재배·농심신라면배(단체전)·정관장배(여자) 등 4개를 개최하고 있고, 일본에서 후지쯔배·도요타덴소배(격년제)·CSK배(단체전) 등 3개, 대만이 잉창치배(4년제)·중환배(격년제) 등 2개, 중국이 춘란배(격년제)·일월성배(한중전)·대리배(여자) 등 3개를 개최하고 있다. 또 한·중·일 공동주최로 TV바둑아시아 대회가 있다. 겉으로 보면 중국도 바둑강국답게 3개를 개최하여 제몫은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중국이 주최하는 기전을 몇 개라고 해야 하는지 아리송해진다. 따라서 ‘중국 역할론’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가고 있는 중이다. 중국주최 기전의 허점
그러나 우리는 안다. 우승상금이 70만 위안이면 1억이 조금 못되는 그러한 대회를 2년간 방치해 놓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일월성배는 참가기사에게 대국료도 지불이 안 된 상태여서 거의 떼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중국기전으로 과거 호작배가 있었고 동방항공배가 있었고 취보배가 있었다. 모두 1년짜리 여자세계대회. 한국의 경우 보해컵·흥창배정관장배 등으로 스폰서명만 바뀌었을 뿐 94년 이후로 줄기차게 세계여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다시 중국은 대리배를 개최했다. 박지은과 김혜민의 격돌로 결정 난 이번 대리배도 결승전은 5월에 진행된다고 한다. 대리배는 우승상금이 10만 위안. 군소기전 비슷한 규모에다 '세계'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좀 어색하긴 하지만, 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결승전이 과연 열릴 지 여부로 고민스럽다. 조그마한 상금이 스스로 보기에도 거슬렸던지 승용차를 부상으로 준다고 했다. 그 마저도 줘야 주는 것이다. 국제교류는 신뢰가 우선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춘란배. 1999년 개최되었으나 이제껏 5회 대회까지밖에 우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4회 대회부터는 격년제로 치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춘란배가 중국기사가 우승을 못하니 주최 측에서 화가 나서 대회규모를 줄였다고 알고 있다.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 정작 춘란배 예산을 중국기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1년분 예산은 대회를 치르는데 쓰고 1년분은 중국기원의 ‘바둑사업’에 쓴다. 국책사업의 간접자본정도로 인식된다는 얘기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는데, 중국바둑계는 오로지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쓸 뿐이지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돈은 전혀 안 쓴다는 뜻이다.
한국과 중국의 신인왕이 같이 만나서 이른바 통합전을 치르는 한·중신인왕전. 한번은 한국에서 한번은 중국에서 치렀다. 그런데 중국에서 치르면 항상 문제가 있었다. 05년의 경우 준우승한 박영훈에게 주어진 돈은 130만원 정도. 1주일간 중국에 머문 대가치고는 너무나 적었다. 물론 정해놓은 상금 규모는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 규정을 지킨 예는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는 준우승자에게는 300만원을 지급한다. 중국은 스폰서가 매년 바뀌기 때문에 일정치 않은 금액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 1999년 김만수와 후야호위의 대국을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는데, 급히 돈을 모아온 듯 두둑하게 생긴 현금봉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한 적도 있다.
중국 바둑사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기억하는 중·일슈퍼대항전. 80년대 중반 ‘철의 수문장’ 네웨이핑은 중·일슈퍼전 11연승을 잊을 중국바둑 팬은 없을 것이다. 또 그 슈퍼전은 60년대 말부터 계속 이어지던 중·일교류전이 확대 재편된 것이다. 비용은 전부 일본에서 대준 것이다. 또한 90년대 이후 급성장한 한국바둑의 덕을 보고 있다. 한국은 각종 세계대회가 마른 산에 불이 붙던 대회개최를 주도하자 중국바둑의 후진성도 어느덧 극복한 계기가 되었다. 그 보잘 것 없던 중국바둑이 오늘날 한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게 된 것은 순전히 타국의 도움에 의해서이다. 바둑 인구를 조사하는 중도에도 새로운 바둑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열기. 그 열기를 지피는데 일본과 한국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오늘날 각 대회에서 중국을 빼놓고 치르는 국제대회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바둑에 대한 중국의 입장 또 최근 2010아시안게임 개최도시인 광저우시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소득 1만 달러 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경제가 발달한 주요 대도시 상황도 비슷하다고 한다. 일본의 80년대, 한국의 90년대 중반 수준이지만 실제 구매력을 따지는 구매력 평가로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최대기전인 창치배에서 우승했던 경험이 있는 저우허양은 “국내전의 상금에는 관심이 없다. 어차피 세계대회에 나가는 것이 전 기사의 목표가 아닌가.”라며 세계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중국의 수많은 준재들이 세계무대에만 진출하게 되면 돈과 명예가 주어지기 때문에 지금도 중국의 바둑도장은 문전성시라고 한다. 과연 그 폭발장세를 유지하게 된 것은 국제전이라는 마당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국이, 일본이, 대만이…. 중국은 이제 오래된 빚을 갚아야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중국리그도 최근 침체되어 간다고 한다. 제 아무리 자국리그가 인기라고 한들 세계타이틀만한 인기를 누리겠는가. 국제적으로 놀지 못하면 어차피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대회가 지금도 많은데 왜 개최를 해야 하는가라고 말한다면, 중국바둑의 미래는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지금 중국의 바둑열기라든지 경제적 상황은 기전 개최의 적기라 할 만큼 순조롭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바둑의 종주국답게 세계바둑계에 큰 힘을 실어줄 때가 아닌가 한다. 바둑 종주국이라고 했다. 언제까지나 한국 일본으로 건너다니며 숟가락만 들고 밥상을 받으려는 것은 대국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바둑 역사상 지금처럼 많은 나라가 바둑을 즐기는 시대는 없었다. 바로 이때 중국도 바둑의 세계화에 앞장서는 한 방편으로 기전 개최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세계바둑계의 양웅으로서 우뚝 선 지금,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리만 행사한다면 바둑은 공멸의 길을 걸을 뿐이다. 중국은 세계바둑계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어받을 찰나에 와 있음을 알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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