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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라는 말이 국가별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함축하는 말일까? 일본인이 가장 빠른 응대를 보여 2~3분이 잠깐의 개념이라고 한다. 한국은 5분 가량이며 미국은 4분 가량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부족은 잠깐이 15일 정도에 해당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요즘 성적이 좋은 기사가 누구지?” 라는 질문을 받으면 바둑 소식을 꿰차고 있는 분들도 둘로 갈릴 것이다. 과연 이창호라고 해야 할 지 이세돌이라고 해야 할 지… 그것은 ‘요즘’이라는 단어의 모호성에서 출발한다. 1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요즘’인가? 아니면 두어 달 전? 분명 ‘요즘’ 이세돌이 잘하고 있기는 한데, ‘요즘’ 랭킹은 이창호가 앞설 때도 있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6관왕 2위 : 무관 1위? 이창호는 20,107점을 기록했고 이세돌은 19,638점을 기록했다. 과거 2년간의 성적을 집계해 대국점수, 기전가중치,
기전인정률 상대 평가에 따라 집계한 랭킹 점수에는 하자가 없다. 그런데도 요즘, 잘 나가지 못하는 이창호가 1위에 오른 것을 두고
팬들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이른 것. 심지어 이창호가 한 인터뷰에서 “한국최고 기사는 이세돌”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는데 말이다.
7월에 이창호가 왕위를 어렵사리 지켜내어 무관전락은 막았으나, 만약 왕위방어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역 세계대회 2관왕이자 도합 6관왕인 이세돌을 누르고 랭킹1위에 복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로 점수 격차를 감안하면 이창호가 무관이 되어도 랭킹 1위로 올라서는 격차였다. 도요타덴소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을 비롯해 대소의 타이틀 6관왕을 달리는 이세돌이 ‘달랑’ 왕위만 들고 있는 이창호에게 랭킹이
밀린다? 제 아무리 승부세계에서는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는 하나 이것은 좀 심하지 않았을까 싶다. 승부에서 과거는 필요 없고 오로지
현재 상황만 존재할 뿐이라는 속성을 감안하면 누구라도 인정하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준우승이라는 것은 승부 자체로 보면 패배이지만, 성과로 보면 상당한 랭킹 점수는 얻는 것이라는 얘기. 랭킹 산정기준에 의해서 보면 이창호의 4승 7패는 우승과 준우승이 포함되어 있어서 ‘단순한’ 대국자 상호간의 대국이나 승패점수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 아무리 그렇다손 지더라도 팬들은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있다. 이세돌이 7월중 9승 1패를 거두었지만 랭킹점수는 62점이나 하락한 이유가 뭘까. 더욱이 5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24연승을 기록하며 전성시절을 구가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던 이세돌은 왜 2위에 머무른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이세돌의 9승 가운데에는 4강전 이상의(4강 이상이면 보너스 점수가 또 있다.) 굵직한 대국이 없었다는 점이다. 둘째, 지난해 우승·준우승의 기전 가중치의 점수반영이 작년에 비해서 올해는 자동으로 일정부분 삭감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작년에 세계대회를 우승하여 550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올해는 최근 200일은 100%인 550점이지만, 다음 달엔 그 10%인 55점이 감점된다. 바로 이 점이 팬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주범이다. 그리하여 우승을 한번 하게 되면 그 100%가 0%가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년이다.
토너먼트 승자위주의 오랜 관행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리그전에 올라가는 것이 토너먼트 기전의 우승을 차지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모습이 있다. 일례로 바둑리그는 본선에 한번 올라가면 14판의 대국을 갖는다. 승자는 80~100점, 패자는 50점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14전 14패를 당한다고 쳐도 700점을 얻게 된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십단전의 상황을 보자. 7연승 정도를 거두면 결승에 오를 수 있다. 그 후 결승3번기에서 승리하면 우승이다. 하지만 맨 밑바닥에서 결승까지 올라가서 받는 총계는 500점이 채 안 된다.
오히려 이러한 모순 덩어리가 현 랭킹제도라는 점을 깨닫고 일찌감치 위원회를 구성하여 수정의 칼을 들이 밀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오히려 2년 전 만들어진 제도가 이미 공표했듯, 완제품이 아닌 ‘베타버전’임을 새삼 강조한다. 한국기원은 매달 1일 프로기사랭킹을 50위까지 발표한다. 2005년 8월 당시에는 느낌상으로만 알 고 있던 프로기사들의 랭킹에 대해 계량화한 작업의 공로가 컸다. 2년 전 랭킹을 산정할 때는 양건 김성룡 등이 관여했다. 그러나 실시한 지 2년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김수장과 김만수·안조영·조한승 등 랭킹위원회 프로기사들이 현행 랭킹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랭킹위원회는 6월 기사총회에서 정식안건으로 붙여진 랭킹문제를 지금까지 두 차례 랭킹위원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국랭킹의 가장 큰 문제점이 패자에게 과도한 점수를 책정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2년간의 누적 점수로 계산하기 때문에 랭킹 변화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기원 관계자도 “테니스나 골프의 랭킹제를 비교해서 만들었고, 또 중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바둑만의 기법으로 우리만의 새로운 제도를 확립하고 있다. 늦어도 2008년부터는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며 의욕을 보였다. 김만수는 “가장 문제가 많은 대국점수(5점에서 25점)와 승리점수(25점에서 5점)를 아예 바꾸는 것과 산정일로부터 2년간의
누적점수를 1년으로 바꾸었다. 아마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되어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새로 아예 만든다고 할 정도로
랭킹제를 손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때 아니게 비난의 초점은 한국리그에 맞춰져있는 면도 있다. 선수 선발이 전년도 랭킹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이다. 한번 한국리그에 들어간 기사는 상위 랭킹을 유지할 수 있어 계속적으로 기득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한번 빠진 기사는 계속 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볼멘소리이다. 작년 신인왕에 올랐던 백홍석은 랭킹15위라고 한다. 순전히 지난해 한국리그에 끼지 못한 탓이다. 기전 규모면에서 대환영을 받아야 할 기전마저 마치 ‘비리의 온상’이 되는 듯한, 이런 나쁜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랭킹제의 수술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한국리그에 끼지 못한 기사들은 랭킹이 빠른 속도로 밀리고 있다고 생각할까.
또한 가중치를 3단계를 줄이려고 한다. 예를 들면 기성전에서 10번 우승하는 것과 LG배 1번 우승하는 것은 상금에서는 약 10배 차이임으로 비슷한 경제적 성과는 있다. 따라서 시행초기에는 가중치를 10배로 두었었다. 이를 지난 4월에 5단계로 축소했으나, 이도 많다는 중론에 밀려 앞으로는 3단계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기성전 10번 우승하는 것이 더 힘듦은 불문가지. 그리고 새로이 만들어진 원안을 팬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현 랭킹제도의 모순점들을 공론화하여 수정보완이
신속해지리라 본다. 가급적이면 중간 평가라도 한번 쯤 발표하는 것이 낫다. 현재 기전의 가중치 서열은 한국기원에서 ‘사정상’ 외부
공개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회의 고른 개최도 중요하다. 지금은 연말 연초에 세계타이틀 결승이 몰려있다. 우승자의 가중치를 높게 치다보니 대회개최 시기도
문제가 된다. 매월 타이틀전이 나오게 하는 편이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대회가 치러지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이 문제는 한국기원이
결심한다고 해도 상대(후원사 주최사)가 있는 문제인 만큼 중기적으로 시행할 문제이다. 또한 농심배·정관장배의 경우는 특별가산점을 주는 문제도 고민해 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기사들의 국위선양을 많이 하는 종목이 단체전인데, 특별승단이나 특별 랭킹점수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관장배에서 막판 5연승을 이끈 이민진에게 특례점수를 주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 특례점수도 상설화해야 한다고 본다.
일례로 바둑은 4년마다 열리는 대회도 있고 2년 만에 열리는 대회도 있다. 따라서 꼭 1년간으로 끊어서 계산하는 것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골프 탁구는 2년 성적이 모두 포인트에 반영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프로의 랭킹은 세계대회를 나갈 때 잡음 없이 나갈 수 있는 점과 팬들에게 흥미로운 요소를 갖게 하는 점으로서 존재이유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바둑계에 몇 안 되는 랭킹제는 흥미로운 ‘꺼리’가 주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지극히
제한된 즐거움만 맛보고 있다. 우리가 필요를 느끼는 만큼 제대로 잘 만드는 것만이 프로기사나 팬들이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