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뉴스 기보 상점 새소식

[농심신라면배]

선택 임박! 이창호냐, 이세돌이냐

농심배 와일드카드 이번주 내로 발표, 삼성화재배는 마샤오춘 선택

진재호 바둑평론가2007-08-27 11:33:25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운영의 묘, 와일드카드 제도
이세돌이냐 이창호냐? 요즘 농심신라면배 와일드카드로 누가 뽑힐 것인지 바둑가가 요란하다. 하필 농심배 예선에서 국내 4천왕 중에 박영훈만 살아남고 한국의 대표선수가 되어 주어야 할 초강자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생겨나게 된 고민이다.

와일드카드를 사용하는 기전은 삼성화재배와 농심신라면배 등 2개. 그 중 삼성화재배는 1회 때부터 올 가을에 개최될 12회 대회까지 매번 와일드카드를 1~2명씩 뽑아오고 있으며, 농심신라면배는 4회 대회부터 국내 대표선수 한해서 와일드카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 마샤오춘이 삼성화재배의 와일드카드로 결정되었다. 그러면서 농심신라면배의 와일드카드도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제9회 농심신라면배 대표선수 (왼쪽부터) 목진석·홍민표·조한승·박영훈.


와일드카드란 무엇인가

원래 와일드카드는 트럼프게임에서 자기가 편리한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패’를 뜻한다. 일종의 ‘조커.’ 그러나 요즘은 스포츠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특히 스포츠 용어로는 축구 야구 등 일부 종목에서 출전자격을 따지 못했지만 특별히 출전이 허용된 선수나 팀을 말한다.

올림픽 축구팀의 경우, 원래는 올림픽 출전선수는 프로와 아마추어에 관계없이 23세 이하로 제한되어 있으나 23세 이상의 선수를 3명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에 비해 뒤떨어진 올림픽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도입한 제도이다.

와일드카드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케이스는 미국 메이저리그가 아닌가 한다. 90년대 중반 메이저리그는 사상 초유의 선수단 파업사태로 인해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자 이 제도를 실시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각 지구(동부·중부·서부) 1위 팀은 플레이오프로 직행하고, 각 리그 2위 팀 3개 중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한 팀에게 플레이오프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케이스.


농심측, “팬의 목소리가 담아 결정 내릴 것”
한 마디로 와일드카드는 주최 측의 고유권한이다. 원래는 본선에는 오르지 못한 중견기사에게도 한번쯤의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순수한(?) 의미로 쓰여 졌다. 또한 한·중·일의 바둑계를 대표하는 인물을 와일드카드로 넣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최강국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부터는 성적위주로 결정이 된다. 뽑힐 수 있는 멤버가 뽑히지 않았을 때 구제해주는 역할이 더 중시되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원래는 팬들이 관여할 바가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팬들에게 인기 있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최측이 결정권은 갖지만 ‘요로’를 통해 적당한 선수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기원과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바둑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또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바둑사이트에서 팬들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는다고 한다. 결국 와일드카드는 팬과 주최사와 한국기원이 공동 결정한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농심 측에 와일드카드에 관해 정보를 물어봐도 일언반구의 힌트도 주지 않아 이번 결정이 참으로 힘들다는 뉘앙스를 느꼈다.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한다는 얘기만 확실 할 뿐이었다.


▲ 타이젬에서 실시한 온라인 투표.


와일드카드의 이변 - 조치훈·조선진·서봉수의 분전
와일드카드의 레전드는 조치훈이다. 조치훈은 03년 삼성화재배에 와일드카드로 진출하여 김주호 원성진에 이어, 국제대회에서 7연패의 가위눌림을 주던 상대 조훈현을 꺾고 이변을 연출하였다. 4강에 올라선 조치훈은 계속해서 중국의 후야호위를 꺾은 다음 ‘어린왕자’ 박영훈에게 마지막까지 좋지 않았던 바둑을 역전시키며 12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다음으로는 조치훈에게서 일본본인방 타이틀을 따내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조선진이다. 삼성화재배 99년 대회에서 와일드카드의 신분으로 결승까지 점프했다. 조선진은 대진운도 따라와서 차오다완·김만수·장주주·히코사카나오토 등을 물리치고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결승에서는 당시 절정의 기량을 서보이던 이창호에게 3연패의 제물이 되고 말았지만,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선수가 준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이변으로 꼽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작년대회에는 한동안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순국산’ 서봉수가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오랜만에 세계대회에 출전한 그는 예상을 뒤엎고 4강까지 뛰어오르는 혁혁한 공을 세워 올드팬의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본선 1,2회전에서 중국의 15세 유망주인 장웨이와 17세 초우량주 천야오예를 꺾어 화제가 되기 시작하더니 8강에서는 조훈현과 이세돌을 거푸 꺾어 작년 삼성화재배의 최대이변을 일으킨 왕야오라는 젊은이까지 완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서봉수는 젊은이들에게 바둑과 인생을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과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 바 있다.


삼성화재배 와일드카드의 모범
1회 때부터 12회에 이르기까지 와일드카드를 매년 실시한 삼성화재배는 흥행면에서 비교적 모범적인 사례가 많았다. 김인·천주더·린하이펑·조남철·후지사와·왕루난·다케미야 등 그리운 얼굴들이 와일드카드라는 양념으로 등장하곤 했다.

대회 초반에는 다분히 ‘접대용’으로 많이 썼으나 최근에는 실력과 이름을 겸비한 선수에게 주는 경향이 있다. 6회 때부터는 실력을 겸비한 ‘올드보이’들이 등장했다. 요다노리모토·다케미야·조치훈·녜웨이핑·서봉수 등이 그들. 또한 올해에는 ‘불운아’ 마샤오춘이 발탁되었다.

사실 애초에는 대만의 저우쥔쉰이나 일본의 고바야시고이치도 유력했다고 한다. 대만기사가 본선에 한명도 올라오지 못해서 지난 LG배 깜짝 우승자인 저우쥔쉰을 고려했다고. 그러나 LG와 삼성이 라이벌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며 LG배우승자를 삼성화재배에서 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또 ‘도쿄지하철’로 불리며 89~90년대 조치훈과 함께 일본바둑계를 호령했던 ‘메이드인저팬’ 고바야시도 보고 싶은 얼굴이다.

오히려 삼성화재배는 본선참가선수 수도 많으니 와일드카드를 2명으로 늘렸으면 오히려 더 좋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드높다.


마샤오춘을 다시 보다
마샤오춘은 90년대 중반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95년 후지쯔배·동양증권배를 우승하여 일약 세계최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그러나 훌쩍 커버린 이창호와 만난 네 번의 세계대회결승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96년 후지쯔배·동양증권배는 모두 이창호에게 패해 타이틀을 빼앗겼고 3년 뒤인 1999년에 삼성화재배와 LG배 결승에서도 ‘징그러운’ 이창호에게 우승컵을 내주웠다. 그해 후지쯔배 결승에도 올랐으나 이번에는 유창혁에게 패했다. 한국선수에게 질려버린 마샤오춘은 이 때 부터 빠른 하향세가 지속된다.

사실 마샤오춘의 추락에 상당히 관여한(?) 기전이 바로 삼성화재배이다. 1999년 제3회 삼성화재배 결승은 마샤오춘으로서는 남아있는 힘을 모조리 쏟아서 사력을 다한 시합이었다. 이창호와 상대전적 3승 12패에다 부끄러운 10연패도 끼어있는 그는 이미 내상을 입을 만큼 입은 상태였다. 번기에서 이창호를 이길 자는 거의 없고, 시리즈는 앞서가는 이도 없었던 시절. 그는 ‘마지막 승부’에서 삼성화재배에서 이창호에게 2승 1패를 리드하고 있었다. 공교롭게 이전 대회인 1, 2회 대회에서는 결승이 3번기였으나 그해부터 5번기로 결승이 진행되었다.

일이 되려고 하니, 운명의 4국에서 거의 다 이겨있던 내용을 놓치고, 5국에서도 이창호의 착각에 편승해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으나 그 기회를 끝내 무산시켰다. 그 후로 그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이창호 콤플렉스’이자 ‘삼성화재배 콤플렉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세계무대에서 사라진다.


농심신라면배 와일드카드는 누구?
삼성화재배는 그래도 국제적으로 와일드카드를 뽑기 때문에 수월한 면이 있다. 그러나 이번 농심신라면배는 골치 아픈 일이 벌어졌다. 4회 대회 때부터 별일 없으면 수문장 역할을 해온 이창호가 와일드카드로 뽑혔고 작년만 조훈현이 혜택을 보았다.

그러나 올해는 별 일이 생겼다. 지난달 농심신라면배 예선에선 이세돌이 조한승에 패해 탈락했고 이창호가 원성진에게 패해 역시 자력으로는 태극 마크를 달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 뿐 아니라 최철한도 진작 탈락했기 때문에 국내 랭킹1~3위가 모두 국가대표로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

이창호와 이세돌이 동반 탈락하자 주최측의 와일드카드 선택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농심신라면배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수많은 명승부의 주인공이었던 이창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세돌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객관적인 성적에서는 단연 이세돌이 앞선다. 벌써 도요타덴소배를 우승했고 TV바둑아시아선수권을 우승했다. 국내 타이틀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도합 6관왕이다. ‘랭킹1위’ 이세돌이 당연히 와일드카드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선발 기준이 꼭 성적만은 아니다. 기사의 지명도와 상품성과 함께 주최 측에게 끼친 공로도 무척 중요하다. 한마디로 이창호를 배제하기도 힘들다는 얘기이다. 특히 그가 그 동안 농심배에서 이룬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막판 기적의 역전극을 이룬 것이 몇 차례던가.

현재 성적이나 기세로는 이세돌이 분명 낫다. 승부세계의 철칙인 성적 좋은 사람을 외면하는 것은 또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심배국보’ 이창호는 국가대표 주장이라는 카리스마가 있다. 즉, 다른 선수들도 이창호가 뒤에 버티고 있으면 든든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솔로몬의 선택 필요
어느 누구에게도 기울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과연 이창호가 처음으로 농심신라면배를 불참하게 될는지, 아니면 이세돌이 지독히 운이 따르지 않던 농심신라면배에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뛰게 될는지 자못 궁금하다. 어쨌든 뉴스가 필요한 바둑계로서는 흥미로운 기대가 생긴다. 사실 누가 되어도 좋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이세돌에게 한 표를 던진다. 그간 단체전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세돌도 국가대항전에서 자랑스럽게 태극마크를 달고 뛸 기회를 한번쯤은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세돌은 개인전에서는 자주 우승을 했으나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대회에는 이상하리만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것은 조훈현·이창호가 이미 대표선수로서 자리매김한 때문에 자기의 몫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조훈현·이창호에 이어 주장을 새롭게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이세돌이 뽑혔으면 한다. 이세돌에게도 국가에 ‘충성’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창호만 에이스’라는 생각을 아직은 떨칠 수 없지만, 이 참에 이창호에게 쉼표를 찍어주며 자연스레 바통을 터치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그것이 피곤한 이창호를 쉬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총 댓글수: 0새로고침

0/150자등록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