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한자(漢字)로 점을 치는 용한 점쟁이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이성계에게 아무 자나 써보라고 했는데 이성계가 문(問)자를 고르자, 그 점쟁이가 엎드려서 절을 했다. 이성계가 까닭을 묻자 “왼쪽으로 봐도 임금(君:임금 군), 오른쪽으로 봐도 君이니 장차 왕위에 오를 분이다.”라고 답했다. 이성계는 다음날 잘 생긴 거지에게 부탁해서 그에게 좋은 옷을 입힌 뒤 그 점쟁이에게 가서 問자를 고르라고 말했다. 그 거지가 시키는 대로 問자를 고르자 점쟁이는 “평생 빌어먹을 팔자”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문(門)앞에 입(口)이 있으니 거지가 맞다.”라는 것이었는데 같은 한자라도 그 사람의 관상과 태도에 따라 다른 점괘가 나오는 것이 한자 점이라고 한다. 타이젬 9단 중 위의 물을 문(問)자처럼 좌로 보나 우로 봐도 같은 아이디가 있으니 바로 한심한 9단이다. 작명을 멋지게 한 덕분인지 한심한의 대국 방에 들어가면 특히 한심한이 졌을 경우 “이런 한심한 9단 같으니라고! 내가 뭘 믿고 이런 자에게 베팅을 했을까”하고 후회라도 할라치면 “한심한을 믿는 자 한심할 뿐이다.”라는 재미 있는 농담을 해서 관전객들에게 웃음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한심한 9단의 대국을 보고 있노라면 파도타기가 생각난다. 파도타기는 영어로 서핑(surfing)이라고 부르는데 해안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이용하여 판자를 타고 파도 속을 빠져 나가면서 묘기를 부리는 스포츠이다. 또한, 파도타기는 수영능력과 평형감각을 요구하는 격렬한 스포츠로서 판자 위에 엎드려 팔로 저어나간다든지 판자 위에 앉아 노를 저어 파도가 일어나는 바다로 몇 백미터 나간 후에 밀려드는 파도와 파도 사이를 뚫고 나오는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한 수상 스포츠이다. 한판의 바둑을 둘 때 공격을 장기로 하는 자가 있는 반면에 타개가 전매 특허인 사람도 있다. 한심한 9단은 타개를 능수능란하게 하는 편이다. 마치 바닷가에서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을 대마 공격으로 본다면 이러한 파도의 흐름을 읽고 교묘하게 파도를 헤쳐나가는 능력은 대마 타개로 볼 수가있다. 대마를 타개하는 것은 수준 높은 위기관리 능력과 위험에 처한 돌들의 떨림을 본능적으로 간파할 수 있는 더듬이가 있어야 한다. 한심한 9단의 다른 장기는 형세 판단이다. 미세한 바둑이 되면 그의 머릿속은 빠른 시간 안에 집을 헤아리는 능력이 마치 컴퓨터처럼 정확한 계가가 일품이다. 반면에 한심한 9단의 단점도 있다. 얼마 전 바둑TV 생방송 중 예전의 날렵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중후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프로기사 B는 한심한 9단을 언급하면서 그의 아킬레스 건으로 초반 포석의 약점을 지목했다. B의 예언대로 한심한 9단은 그 바둑의 포석의 기로에서 방향착오를 범해 일찌감치 차이가 벌어져 끝내 승패를 뒤집지 못했다. 다음에 소개하는 바둑은 중국의 tryortry랑 둔 것이다.
한심한 9단은 행운의 기사이다. 대진 운이 상당히 좋은 편으로 몇 년 전 세계대회에서도 기막힌 대진 추첨으로 강자 C를 비켜가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물론 그 강자 C는 다른 기사 D가 잡고 D는 한심한 9단이 꺾는 이런 식이다. 항간(巷間)에 어떤 자들은 이러한 행운을 두고 조상의 묘를 잘 썼네. 또 어떤 자들은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서 시주를 많이 했다지 라는 소문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과연 소문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심한 9단이 자신의 약점인 초반 포석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그의 행운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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