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이 흐른 후 이러한 사실이 발표되자 한 부자(父子) 일행이 사재를 털어서 남해 바닷속을 뒤져보았지만 너무 넓고 수심이 예상보다 깊어 포기를 하고 말았다는데, 이 소식을 들은 측정불가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티머니를 동원해 바닷 속 탐사에 나섰지만 여전히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그 뒤로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전 재산을 잃고 오직 바둑에만 매진하려는 것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타이젬에 복귀한 측정불가의 행적(行跡)이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안보였던 측정불가는 절차탁마(切磋琢磨) 끝에 예전보다도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 9단과 한판 벌이면 보통 4~5백명은 기본이고 많을때는 1000명을 돌파하는 경우도 있어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한다. 그는 15억, 50억씩 보통 사람들로서는 꿈도 못 꿀 거액의 판돈을 걸면서 베팅계의 큰 손들을 자극한다. 이렇게 큰 액수를 걸게 되면 대부분의 큰 손들도 1~2억씩 걸어 대박을 노린다든지 아니면 부담없이 아이템을 이용해 1천만~2천만씩 걸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큰 액수를 건 판에서는 측정불가의 승리가 대부분이다. 측정불가가 승리해 두더지가 나온 편에서는 측정불가의 바둑 실력을 찬양하면서 고금(古今)을 통틀어 이 같은 바둑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에 두더지와 이별(離別)한 편에서는 ‘오늘도 측정불가가 개미들의 재산을 갈고리로 가져가는구나’ 하는 부러움과 시기어린 눈초리로 푸념을 늘어놓곤 한다. 또한 측정불가는 경제관념이 뛰어나서 아무판이나 거액을 거는 것은 아니다. 조금은 만만한 상대랑 겨룰 때만 십억대 이상의 판돈을 걸고 강한 상대를 만나면 조심스럽게 일억을 걸고 둔다. 그렇다면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측정불가가 베팅한 금액과 판세를 살피면서 티머니를 거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측정불가의 기풍(棋風)은 어떨까? A 9단의 말에 의하면 발이 빠르고 짧은 시간 안에 수읽기 능력도 대단하며 독창적이고 실리와 세력이 균형을 이룬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B 9단은 그의 단점으로 강자에게는 강하지만 약자에게도 자주 지는 편이라고 했다. 필자가 보는 측정불가는 선이 굵고, 시야가 넓어 부분적인 것보다는 판 전체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상을 떠난 측정불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한다고 동료 기사들이 말한다. 나는 그를 보면 평소 더위를 싫어해서 낮에는 초원에서 낮잠을 즐기면서 어슬렁거리다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사냥터에 나서는 백수의 왕 사자가 떠오른다. 평소에 조용하고 침착한 모습인 그가 바둑판에 앉으면 평소와는 전혀 상반된 면모를 보여주면서 상대의 미생마를 바라보며 포효하고 한 마리의 사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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