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의 한가위. 18세기 한양에서 부터 남해안 김해의 여항(골목길)까지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노래가 있었는데요. '세시풍요' '동국세시기' '물명유해'등에 겨우 겨우 전하고 있는 동요랍니다. 초저녁 골목길에 달뜨면 기억나시죠. 밤하늘을 보고 별 하나 나 하나를 노래하던 어떤 시인이 말입니다. 윤동주는 밤하늘을 바라 보고 별 하나 나 하나를 노래했지요. 시인 윤동주의 마음과 조선의 시인 이학규가 김해에서 본 아이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그렇군요. 2백년전을 살았던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오늘날의 어린이들과 똑같이 노래를 부르며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군요. 아이들은 골목에서 나와 논둑길을 달리며 이런 노래도 불렀는데요. 白或黑或來止. 한자가 어려운가요. 그럼 한글로 옮겨보면 어떨까요.
별 하나 나 하나를 노래 하고 바둑 강아지를 부르던 옛날 옛적을 살던 누나가 또 한분 계신데요. 그 누나는 김씨(金氏) 성만이 알려져 있고 문집이 한권 전해 우리를 감동 시키는데요. 그 누나의 한가위 노래가 절로 눈물이 나게 합니다. 옛날 어릴 때 살던 집에 많은 동생들을 보느라 정신없어 하던 누나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모두 어린 동생이 일곱명이나 한가위 날이라 모였다니 어른들 차례 준비에 바쁘고 조금이나마 나이가 많은 누나가 아이들을 모두 책임질 수 밖에요. 큰집 작은집 식구들 모두 모여 기름 냄새 풍기며 음식 준비 여념이 없는데 어린 동생들은 바둑판에 달라 붙어 누나의 혼때를 쏙 빼 놓은 모양입니다. 흝어진 바둑알 정리하는것도 일이었다니 동생들이 알까기라도 하며 논 것 일까요. ● 어른들의 한가위. 신선같은 한가한 8월 돌아왔네. 유만공은 유득공의 사촌이자 조선 바둑의 풍속을 전한 유본학의 당숙인데요. 한가위 묘사로는 당시(唐詩)를 연상케 하는 찰지고 알싸한 시편을 남겨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유만공은 한가위를 가배라 하고 신라때부터 있어온 민족 축제임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실재로 삼국사기 유리왕(신라 3대왕)조는 한가위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한가위에는 햇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빗어 술을 담가 조상에 제사를 지내고, 토란국을 끓여 먹고는 산소(山所)에 성묘하는 것으로 본행사가 매듭됩니다. 다음에 모인 가족 친지들이 여러가지 놀이를 하며 한해의 농사의 수고로움을 달래고 가족 친지들을 위로하며 공동체의 화목을 도모했던 것이지요.
여자들의 놀이중 강강수월레와 반보기 놀이가 있었는데요. 경기도 안성땅에 살던 한 여인이 전한 시에 반보기 놀이의 모습이 남아 있는데요. 시집살이 고달프다. 이 내용은 시집온지 3년만에 시댁과 친정의 중간쯤으로 서로 나와, 잠깐이나마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집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딸과 어머니의 상봉의 모습인데요. 엄한 시집살이에 숨통을 트고자 한가위 연휴중에 있었던 깜짝 이벤트임을 알게 됩니다. 이 노래속에 바둑판에 달라 붙어 있던 친정의 어린 동생의 모습이 아스라하고 은근합니다. 골목길도 사라지고 당연히 골목길을 휩쓸고 다니며 놀일도 없는 오늘날의 아이들은 인터넷 게임과 각종 학원 순례에 그야말로 군중속의 고독인데요. 부모들은 독불장군에 유아독존을 강요하며 아이들을 온통 개인적 영웅(?)으로 만들고 있기에 한가위가 즐거울 턱이 있을까요. 어른들은 한가위가 즐겁기는 커녕 부담스런 의무(?)가 된 듯해 씁쓸하지만 그러나 어쩌겠어요. 한가위는 돌아 왔고 둥근 보름 달 휭휭하니, 보름 밤에 바둑 한판 두시면서 내일의 희망을 기대해야지요. 타이젬 안에서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를…. 지난 3년여 졸렬한 글을 읽어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도 함께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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