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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영훈이의 파란만장한 이틀②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겠지?

정연주2007-10-09 18: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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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8강 인터넷 해설을 하기 위해 유성연수원에 온 이재웅과 담소를 나누다가 박영훈에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들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박영훈은 파란만장하지만 운이 좋았던 이틀을 보냈던 것.

박영훈과 함께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 온 이재웅의 이야기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①, ②로 나누어 구성해봤다. (이재웅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박영훈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하고 읽어 주시길. ^^)

영훈이의 파란만장한 이틀①/ 운이 좋네. 그래! 가는거야!
영훈이의 파란만장한 이틀②/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겠지?


[장면6/ 다음날 숙소] 9시 따르릉 소리에 놀라서 이재웅이 잠을 깬다.

재웅 : 영훈아! 9시다. 일어나야지.
재웅 : 10분 지났어. 이제 진짜 일어나야해.
영훈 : 응, 그런데 좀 춥게 자서 감기 걸린 것 같아. 뜨거운 캔커피 생각나는데?
재웅 :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매점있잖아. 같이 나가자.

10분 더 잔 것인데 머리가 개운하군. 재웅이 덕분에 늦잠도 안자고 좋다. 역시 챙겨주는 친구가 있으니 든든하단 말야.
영훈 : 뜨거운 캔커피 없어요? 그러면 차가운 캔커피라도.

유성연수원 매점에는 캔커피를 팔지 않는다. 예전에는 있었는데 이제 유통기한 있는 상품은 취급을 안한다나, 어쩐다나. 에잇. 그냥 대국장에 있는 봉지커피 마시고 상큼한 기분으로 오늘 하루 시작해야겠다.


[장면 7/ 대국장] 대국장에 간 박영훈. 상대자 한상훈은 먼저 착석해있다.

LG배 때도 일찍 대국장에 앉아 있던 모습이 보였는데 이번에도 일찍 나왔나? 구리 9단만 빼고 한국 선수들은 다 와있네. 과연 흑일까, 백일까. 두둥!
입회인 : 돌을 가려 주십시요.

아, 백 잡고 싶었는데 아쉽네. 그럼, 어제 재웅이가 이야기한데로 소목에다 둬야겠다.
여인 1 : 대국을 시작하겠습니다.


[장면8/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12시 40분쯤 검토실에 나타난 박영훈. 이재웅은 인터넷을 하고 있다.

오전 대국은 그럭저럭 좋았어. 점심도 먹었겠다 더 힘내서 실수없이 둬야겠어. 시간이 약간 남았네, 재웅이는 어딨지? 오늘 인터넷 해설한다고 했는데. 검토실에 있으려나.
재웅 : 영훈아! 밥은 잘 먹었고? 아까 눈 마주친 것 같았는데 모른척 하더라? 밥이 그렇게 맛있었냐.
영훈 : 아니야, 너 못 봤는데. 바둑 생각하느냐고 밥이 어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어.
재웅 : 바둑 끝나고 오늘 올라갈꺼야? 나는 내일도 해설이라서 하루 더 잘껀데.
영훈 : 음, 저녁에 술을 마셔야하나? 그런데 결과에 따라서 다르지 않을까. ^-^
여기자 : 에이, 술을 쏘느냐, 안 쏘느냐의 차이가 있는 거죠. 술 마시는 것은 변하지 않잖아요.


[장면9/ 대국장] 대국은 어느덧 종반으로 향해가고. 박영훈은 바둑에 몰두해 있다.

여기저기서 상훈이가 '잘둔다, 잘둔다' 하도 그러길래 궁금했는데, 진짜 만만치 않네. 그래도 초반에 실리를 좀 벌어놔서 다행이야. 우변에서도 좀 벌었네. 흠. 중앙 싸움도 어렵고….
(한참 후) 휴, 중앙 대마 잡아서 다행이다. 항상 대마를 잡을 때는 강 심장이 필요하다니까. 자칫해서 대마 놓치고 나면 빈털털이가 될지 모르잖아. 그나저나 유창혁 9단 대 구리 9단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긴 기사랑 4강에서 붙어야하는데.

상훈 : (꾸벅). 잘 뒀습니다.
영훈 : 우변에서… 어쩌구 저쩌구…중앙에서….


[장면10/ 검토실] 3시 38분, 박영훈이 한상훈을 이겼다. 이기고 난 뒤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검토실에 왔다.

여인 2 : 박영훈 9단하고 구리 9단 기념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두 선수, 악수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구리가 이겼구나. 어색어색. 언제나 대국 전에 상대방이랑 악수하는 것은 어색해. 1초가 10분 같이 느껴진다니까. 그래도 살인 미소는 잊지 말아야지.

구리 : 박영훈 9단은 두터운 기풍입니다. 어려운 상대이지요.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 물론 결승전 상대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4강에서 잘하고 나서 생각 할 일입니다.

구리가 먼저 인터뷰를 하네. 시간이 좀 걸리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영훈 : 구리 9단은 다 세지만 특히 싸울 때의 힘이 좋습니다. 아직 4강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구리 9단의 기보를 잘 연구를 할 생각입니다.

사실 구리하고 나는 상대전적이 2승 3패로 내가 1승 뒤져있다. 2년전 박카스배 한·중신인왕전에서 1대2로 진 것이 크게 반영 된 것 같네. 물론 상대전적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해. 그리고 2006년 5월에 두고 아직 만난 적이 없잖아?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겠지.


[장면11/ 길목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나와 숙소로 향하고 있는 박영훈.

아저씨 : 어이! 영훈이, 축하하네.
영훈 :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시지?)
아저씨 :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르겠지? 영훈이 아버지가 박광호 씨 맞지?
영훈 : 네, 맞아요. ( 처음 보는 얼굴인데.)
아저씨 : 예전에 어렸을 때 영훈이랑, 아버지랑 같이 청계산에도 올라가고 그랬는데. 기억 안나겠지?
영훈 : 네, 잘….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청계산에 올라간 적이 있단 말인가?)
아저씨 : 어쨌든 수고했다고 영훈이!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니, 아버지한테 물어 볼 수도 없고 누군지 전혀 모르겠네. 그나저나 기분이 좋은데 오늘 술은 내가 쏴야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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