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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이세돌, 10관왕 프로젝트

명인전, 국수전 비롯 삼성화재배 우승 노려

진재호 바둑평론가2007-10-11 20: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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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통합예선 때 한국은 191명, 중국은 41명이 출전했다. 본선 32강전이 되자 한국과 중국의 숫자가 19 : 9 였고, 16강전 때는 12 : 4 였다. 그러다 8강전에서 4 : 4가 되었다. 또 어제까지 벌어진 8강전에서 약속이나 한 듯 2 : 2로 4강전을 맞게 되었다. 결국 고수는 살아남는다는 진실을 보여주듯 최근 절호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박영훈과 이세돌이 거뜬히 올랐다. 중국은 구리와 황이중.

한국과 중국간의 2 : 2로 맞선 8강전은 9, 10일에 걸쳐서 2국씩 진행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한·중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9일 유창혁이 이미 구리에게 패한 다음이라 10일에 벌어질 이세돌-창하오 전에서 이세돌이 패한다면 4강전은 중국 3명 : 한국 1명으로 치러지게 되어 중국에게 3년 연속으로 삼성화재배를 헌상할 위험이 컸다.

이세돌은 일인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중국의 실질적인 일인자이자 작년 이 대회 우승자 중국의 창하오를 시종일관 밀어붙인 끝에 통쾌한 한판승을 거두었다. '역시 이세돌'이란 믿음을 확실히 심어주었다. 이번 승리가 그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한판이 되었다. 이른바 이세돌 10관왕 프로젝트가 예상대로 순항을 계속하고 있는 것.


▲ 어제(10일) 열린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창하오 9단에게 승리한 뒤 복기를 하고 있는 이세돌 9단.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올해 성적은 준수하다-66승 13패
1월에 2패를 당했다. 그것도 큰 기전에서 두 번의 패배를 당했다. 새해 첫 대국은 도요타덴소배 결승 3번기로 일본의 장쉬에게 1국을 패했다. 그러나 2, 3국을 연이어 이김으로써 1국의 패배는 없던 일이 되었다.

또한 1월의 마지막 대국 맥심배 입신최강전에서 박정상에게 결승 첫판을 패했다. 그러나 역시 달은 넘겨서 진행된 2, 3국에서 깨끗이 이겨버려 한 달 만에 타이틀 두 개를 획득했다.(1월-7승 2패, 2월-4승, 3월-1승 1패)

봄 바람이 불어오는 4월 처음으로 아픈 경험을 했다. 도요타덴소배에서 역전극을 일군 장쉬에게 패해 후지쯔배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5월 들어 무려 14승 1패를 기록하며 기록적인 스코어를 달성했다. 1패는 목진석에게 당한 명인전 리그전 패배. 결국 명인전리그에서의 패배도 아무런 고통이 없는 패배였다. 리그 1위를 하고야 말았으므로.

또한 6월에는 10전 전승을 마크했다. 덤으로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4월-3승 2패, 5월-14승1패, 6월-10승 무패)


여름에 들어서자 두 번의 기억나는 패배를 당한다. 먼저 7월에 당한 패배는 자신의 천적이라 할 조한승에게 농심신라면배 예선에서 그만 아쉽게 패하고 만것. 9년 동안 한 차례도 본선에 나가지 못한 농심배 불운이 계속 되는 듯했다. 그때까지 2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8월 들어 언제 아픔이 있었냐는 둥 툴툴 털고 일어났다. 이세돌식 역전극도 있었다. 물가정보배에서 역시 1패를 먼저 안은 다음 이영구에게 2승을 거두며 타이틀을 획득했다. 중환배에서 한 수 아래로 꼽히는 고노린에게 패배한 것이 아픔이라면 아픔.(7월-9승 1패, 8월-7승 3패, 9월-7승 2패)

10월 들어서도 뼈아픈 패배는 한 번도 없이 이번 대국까지 6승 2패를 달리고 있다.

지금 현황 - 3개 타이틀을 향해 대시
지금 이세돌이 보유하고 있는 타이틀은 도요타덴소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 물가정보배, 입신최강전, 바둑왕전, GS칼텍스배 등 모두 6개. 도요타덴소배, 물가정보배, 입신최강전은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보유하고 있다. 도전기가 아니고 선수권전이라서 2연패가 힘든 기전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감히' 결행하고 있다.

올해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를 처음 손에 넣었다. 지난해 새로 따낸 GS칼텍스배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다. 왜 넉넉하냐면, 올해부터는 도전기로 시합의 형태가 바뀌어서 일단 방어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상태. 또한 바둑왕전에서는 두 번의 대결을 이기면 또 타이틀을 '방어'하게 된다. 오히려 바둑왕전에서는 이창호, 최철한, 조한승 등 강자가 수두룩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태.

지금 보유중인 6개도 분명 지켜내기도 수월하지는 않지만, 평소 실력이라면 못 넘을 것도 없다. 따라서 새로운 타이틀에 관심이 더 간다. 명인전, 국수전, 천원전 등 3개가 일단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세돌은 3개 기전에서 우승컵에 근접하고 있다.


▲ 이세돌 9단과 조한승 9단의 명인전 도전 5번기 제1국 대결 모습.

명인전 - 이세돌은 지난 2일 명인전 결승 첫 판에서 조한승을 불계로 누르고 먼저 1승을 올렸다. 시종 밀리는 바둑이었으나 종반 상대의 판단착오로 얻어낸 승리였다. 행운까지 따르는 상황이어서 일단 2국에서 이기면 7관왕이 확실시 된다. 2국은 16일로 예정.

국수전 - 무명 최기훈이 조훈현, 박정상, 이희성을 꺾고 도전자결정전까지 진격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세돌도 박영훈의 대마를 잡으며 결승에 안착한다. 그러다 5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변은 없었다. 도전 길목에서 만난 초단돌풍을 무력화시키며 이세돌은 첫 국수전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로써 18일 벌어질 예정인 도전자결정전 2국에서 승리하면 윤준상과 도전 5번기를 벌인다.

천원전 - 전자랜드배에 이어 오스람코리아배를 차지해 2관왕이 된 18세 '블루칩' 강동윤은 지난달 28일 십단전 우승자 안조영을 꺾고 결승에 선착했다. 반대편에선 이세돌과 원성진이 올라와 있다. 바로 11일로 예정된 원성진과의 대국이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이세돌이 가장 조심해야 할 대국이다. 그의 성격상 큰 판을 이기게 되면 '풀어지는' 경향이 가끔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한판을 조심해야 할 듯. 또한 한번 지고 나면 바로 탈락이다. 만약 이 대국에서 일단 이기면 결승에 진출하게 되어있어 안전한 번기가 펼쳐진다.(오늘 11일에 열린 천원전 준결승 이세돌 대 원성진의 대국은 원성진 8단이 승리했습니다.)

10관왕의 적은 바로 밀린 스케줄
그를 가로막고 있는 방어막으로는 랭킹 4위의 라이벌로 돌변한 조한승. 신흥 '이창호 킬러' 국수 윤준상. 신예최강 강동윤. 노련한 원성진. '초단 돌풍'의 최기훈 등 5명이다. 그러나 이름값에서는 이들 누구도 이세돌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빡빡한 스케줄이 가장 버거운 상대가 될 것이다. 일찍이 중국리그도 소화해냈고 한국리그에서도 막바지 대국이 한창이다. 그리고 세계대회를 마치면 곧장 이어지는 국내의 지옥의 레이스가 오히려 문제이다.

"3개 중 최소한 2개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다. 그 중 하나만 얻는다면 국수였으면 좋겠다." 그는 이에 대해 소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이세돌이 이러한 악조건을 오히려 즐기면서 대국을 한다면 못 이룰 목표도 아닌 것이다. 이들을 모조리 꺾는다면 이세돌은 9관왕의 대 위업을 이루게 된다. 이번에 삼성화재배 4강까지 진격했으니 10관왕도 바라볼 수 있는 위치.

이세돌은 남들이 주목해주면 힘을 더 내는 강심장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타입이다. 아직은 먼 얘기이지만 기성전과 십단전서도 서서히 사정권에 진입하고 있어서 10관왕은 그리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는다.

10년 만에 두 자리 수 타이틀 보유자 기대
지금에 와서 왜 '10관왕'이 주목받을까? 조훈현, 이창호가 절대군주로서 활약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면이 있어서 그렇다. 조훈현은 세 차례나 전관왕을 기록하며 70년대 중반부터 근 15년을 일인자 자리를 지켜왔다. 이창호는 90년대부터 10여 년간 연속으로 최고 우량주였다. 게 중 이창호가 94년 작성한 13관왕은 좀체 깨지기 힘든 신화로 꼽힌다.

그러나 이세돌의 10관왕이 선배의 업적과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은 바로 지금은 속기시대이며 선수권전시대라는 것이다. 속기가 주류이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여간 힘이 든 것이 아니며, 선수권전으로 치러지는 대회가 다수이기 때문에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타이틀을 보유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1997년 이창호가 10관왕이 되어본 이후 가장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셈. 지금 6관왕도 실로 10년 만에 이룩한 '기록'이다. 6개든 10개든 최다관왕으로서 이세돌의 입지는 당장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10년 만에 나타난 10관왕이라는 감투를 그가 쓰게 될는지 적잖이 기대된다. 정상 기사로는 드물게 승률도 무척 좋다는 점도 자랑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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