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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시평]

바둑 인구가 줄고 있다

바둑의 가치 체계를 강화하자

이청 바둑사학자2007-12-03 10: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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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층의 관심부족으로 바둑 인구의 구성이 심각한 역삼각형 구도를 형성, 바둑이 조만간 희소 오락의 하나로 전락하여 몰락(?)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바둑계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바둑이 연구생제도의 운영과 바둑 도장들의 소수 엘리트 교육의 성과로 세계바둑의 최강국으로 군림하면서도, 명품(名品)중의 명품이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바둑팬의 볼륨과 무관치 않다.

한국 바둑계의 볼륨이 급격히 확대된 것은 조치훈의 일본 제패와 조훈현의 활약 때문이다. 이 두명의 천재적 기사들이 80년대 국민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바둑의 관심과 기대가 뜨거웠던 탓이다. 그런데 조치훈·조훈현의 활약에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없는 이창호·이세돌 등 3세대 기사들이 세계바둑을 유린(?)하는 상황에서도 가라앉은 바둑붐은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완전 철시한(?) 전국의 기원이나, 파리 날리는 바둑교실, 바둑 동아리 한 곳 없는 유수의 대학들의 현실을 보면 단순한 문제로 치부하기 힘든 심각한 현실이다. 실재로 어린 청소년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바둑교실외 찾아 볼수 없고, 게임방에서 바둑 사이트에 접속한 유저 찾아보기가 가뭄에 콩나기다.

조훈현·이창호를 이은 이세돌의 파천왕적 활약에도 바둑계 외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현상은 분명 이상 현상이다. 바둑의 붐이 조성되어야 할 시점과 타이밍에도 붐이 조성되지 않는 이유를 바둑계의 전문가들이 모여(월간바둑12월호) 진단한 것을 보면 일리가 있다. 진단의 내용은 쉽고 빠른 것이 시대의 화두가 된 시대에 바둑은 접근성에서 문재가 있다는 것이다. 쉬운말로 말하면 복잡한 것에 질색을 하는 무뇌아(?) 시대에 바둑은 너무 고상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배우기가 어렵기에 유소년의 유입이 적고, 80년대에 급격하게 확대된 바둑인구층은 역삼각형이 될 수 밖에 더있냐는 것이다.

바둑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점은 바둑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면 모두 느끼는 것이다. 배우기가 힘든(기초를 터득하는데 어떤 놀이나 스포츠보다 어렵다)만큼 한번 배우고 나면 또 영원한 마니아가 되는 것이 바둑의 장점이자 덕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바둑의 접근성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문제를 알았으면 해답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해답이 간단치 않다. 배우기 어려운 바둑, 배우는 과정에 개인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과(課)에 따져지는 실(實)의 물음은, 간단하고 단순한것을 추구하는 시대에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동서양의 바둑붐을 생각한다. 바둑이 동양에서 생긴것이기는 하나 일찌기 서양에도 보급이 되어 있었다. 동서양의 소통지였던 돈황 문서에서 나온 기경(碁經)에 티벳트 승려들이 바둑을 이해하고 있었고 돈황 서쪽 투르판 아스타나(astana) 7세기 무덤벽화에 바둑두는 모습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서양에서 바둑은 철저하게 뿌리내리지 못한다. 바둑의 대유행을 하던 동양에 비해 서양의 바둑은 암흑 자체였다. 이점을 주목한 학자 테오반데스(네덜란드의 언어학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바둑의 내재적(추상적) 측면이 동양적 사고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속도와 변화무쌍한 서양인에게 장애가 되었다.

테오반데스는 놀이에 필수적인 나눔과 즐기는 과정의 '의사소통'의 문제를 동서양 바둑의 갈림(벽)으로 이해한다. 한마디로 접근성을 말하는 것이다. 바둑은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점을 한국바둑은 그동안 간과해 왔다. 몇몇 프로 기사들의 활약으로 인한 바둑붐에 편승하여 그저 실(實)을 따내는 것에만 급급하여, 간단하고 자극적인 온갓 허접(?)의 놀이 문화들과 무한경쟁을 해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대비하지 못했다. 바둑교실은 갑자기 떨어져 나가는 원생들의 발길을 돌려 세우지 못했고 기원들은 그많던 손님들을 추억하며 업종을 변경해야 했다. 인터넷 바둑의 발전이 기원의 몰락을 부른것만은 아니다.

바둑교실은 원생들과 부모들에게 왜 바둑을 배워야 하고 바둑이 원생들의 심성과 학력의 고양에도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설득하지 못했다. 대비가 없었기에 설득할 논리도 자료도 부족했다.

21세기에 와서 바둑을 서양이 주목하고 있다. 동양에서 퇴보를 하는 바둑이 서양에서 붐이 조성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바둑 서적을 출간하면 초판도 팔기가 힘들다(2007년 실제로 그렇다) 그러나 윤영선이낸 초보바둑(영문판)이 재판을 찍는 등 서양바둑의 기초 체력이 강해지고 있다. 빠르고 간단한 것을 추구하던 서양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것이다. 서양인들은 과학적이고 사실적인것을 추구한다. 그들도 이제서야 바둑의 진정한 진면모를 파악하고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바둑은 서양인들이 눈뜨기 시작한 바둑의 진면모를 확대 재생산하여 유소년들의 바둑교육의 필요성과 가치를 부여하고, 성인들이 함유하고 있는 고상한 품위로의 바둑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다시 한번 바둑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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