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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젬9단분석]

sxkr-환상의 펠레슛

sxkr-환상의 펠레슛

북악검신2008-01-03 1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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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포르투갈전 후반 25분에 박지성의 멋진 결승골로 한국의 48년 숙원을 시원하게 풀었다.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몸놀림으로 포르투갈 문전을 위협하던 박지성은 이영표가 띄워준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수비에 가담한 콘세이상을 가볍게 제치고 결승골을 뽑았다. 이것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당시 브라질과 스웨덴의 결승전에서 17세 소년 펠레가 축구 황제의 등장을 알리며 터뜨린 역사적인 축포와 비슷한 골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잇달아 골을 기록하며 히딩크사단의 새로운 킬러로 떠오른 박지성은 월드컵 본선에서도 마침내 골을 터뜨려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강인한 체력과 타고난 근성으로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아온 박지성은 2002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을 거쳐 현재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소속팀에서 뛰고있는 한국 프리미어리거 제1호다.

며칠 전에 한국의 강자들을 연거푸 꺾으면서 수백명의 타이젬 회원들이 우러러 보는 중국의 강자가 있으니 그의 아이디는 바로 sxkr.

sxkr이란 무슨 뜻일까? 필자의 추측으로 볼 때 중국의 Shenyang Sanxin KARI Machinery Equipment에서 따오지 않았나 싶다. sxkr은 중국의 선양시에 위치한 불도저나 포크레인을 생산하는 회사인데, 불도저나 포크레인처럼 자신을 가로막는 상대의 대마는 깨끗하게 정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타이젬에 들어오는 중국 고수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를 꼽으라면 sxkr을 추천하고 싶다. 그는 9단 전적이 현재 581전 377승 204패로 승률 64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는데, 기보를 보면 강 9단과 대국한 것이 대부분이다.

참고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타이젬 9단을 5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1등급: 정상급 프로기사와 비슷한 내공의 소유자, 승률이 60~70퍼센트-이들의 특징은 강한 상대만 골라서 둔다는 것이다.
2등급: 중위권의 프로기사와 입단을 눈 앞에 둔 연구생-보통 승률이 50~60퍼센트.
3등급: 아마 강자로서 보통의 중견 프로기사에게 선 이내로 버티는 실력자-일명 청아모들이 여기에 속한다. 승률은 50퍼센트 내외.
4등급: 중견 프로기사에게 선~선둘 정도의 차이로서 장년층의 아마강자들-승률은 40~50퍼센트, 9단 유지를 위해 8단하고도 종종 대국한다.
5등급: 8단에서는 강하지만 9단으로 승단하면 버티기 힘든 층-20판 중에 8승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타이젬 9단은 층이 두꺼워 분석하기가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sxkr은 위의 분석에서 단연코 1등급에 속한다.

정상급 프로기사의 세계는 동료 기사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찍이 고 조남철 국수는 “프로기사는 수도승과 같이 규칙적이고 절제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라는 잠언(箴言)을 남겼다.

sxkr의 기보를 연구하다 문득 일본의 강자인 ‘tenho’ 와 둔 기보를 들여다보았다. 초반 정석 과정에서 새로운 수법이 눈에 띄었는데, 백을 잡은 sxkr이 덤을 의식해 난전형 정석을 피하고 알기 쉽게 두는 이창호류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또한 며칠 전에 두었던 한국의 ‘까시다’ 와의 대국을 보면 흑을 잡은 sxkr이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까시다는 전성기 시절의 사까다 에이오(坂田榮男)를 연상케하는 타개 솜씨를 선보였으나 생불여사(生不如死)였다. 세 개의 대마를 살려주고도 넉넉하게 형세를 압도한 sxkr의 대세관과 수읽기를 찬양하는 관전객들의 노랫소리가 땅을 뚫고 올라온 두더지 소리와 함께 절묘한 조화(調和)를 이루어 대국실 안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sxkr은 실리와 세력의 균형감각이 뛰어나고 초속기 중에도 맥을 짚어나가는 능력이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또한, 상대에게 예측하지 못한 강수나 신수를 당해도 좀처럼 동요하지 않고 냉정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수양을 해 온 그의 최고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초반부터 끝내기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그의 수읽기를 지켜보면서 프리미어리그 맨유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칠줄 모르는 ‘터보엔진’ 박지성 선수를 떠올려보았다. 그의 한 수 한 수는 행마의 교본이고, 그의 기보를 연구하는 것은 진수성찬(珍羞盛饌)을 먹는것처럼 즐거운 일이다.

다음은 한국의 강자인 whrh와 둔 바둑이다.

참고도1

흑이 우변을 크게 키웠을때 깊게 침투한 백은 백 27까지 여러가지 맥점을 선보이면서 '타개의 묘'를 보여주었다. 백9가 기억해 둘만한 맥. 이러한 수를 실전에서 바로 찾아낸다면 상당한 실력자라 할 수 있다.

참고도2

상변에서 흑1로 백 한점을 잡으면서 백이 연결할 것인지 물었을때 백2로 붙여간것이 보통 사람들은 찾기 힘든 타개의 묘착이었다. 백8로 응수를 물어본 이후 백12로 끼우고 백14로 빠져 나간것이 또한 멋진 수법이다. 마치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백은 우변의 대마를 타개했고 흑은 중앙을 돌파하면서 하변의 백 석점을 협공했다. 반상은 여전히 안개속에 휩싸여 있다.

참고도3

백1로 날일자 씌우면서 좌변을 크게 부풀리겠다고 선언하자 흑은 하변을 굳게 지켰는데 이때 백3으로 들여다 본 수가 흑에게 어려운 선택을 남겨주었다. 정상급 기사의 바둑을 보면 이처럼 상대를 당황하게하는 응수타진이 많다. 손해를 볼 수 없어 백 한점을 잡았지만 백7로 붙인것이 껄끄럽다. 하변 백 한점이 나가는 수 때문에 흑8로 지킬 수 밖에 없을때 백9를 선수하고 좌하귀를 지켰다. 좌변의 백 모양은 아늑하기만한데 흑은 좌변에 낙하산을 띄웠다. 게릴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참고도4

좌변에서 치열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흑은 좌변에서 움직이는 도중에 흑22로 끊는 강수를 던지면서 중앙의 백대마도 뭔가 약점이 있지 않느냐고 시비를 걸고 있는것이다. 서서히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참고도5

중앙 전투에서 죽기 살기로 쌍방 어려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 백11로 단수쳤을때 흑도 되단수쳐서 강하게 반발한다. 백17로 붙여서 백에게 골인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 싸움은 확실히 백이 유리해 보인다.


참고도6

흑1로 빈삼각으로 나와 배수의 진을 쳐보는 흑. 하지만 백의 대응책은 정확했다. 백28까지 좌변 일대가 백의 수중에 들어가자 흑은 조용히 돌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우변에 백이 뛰어들면서 난전의 연속이었지만 부분전투에서 보여준 '맥의 보고' 와 상대의 강력한 돌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는 솜씨는 전투의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sxkr의 명국이다.


세월이 빠르다더니 벌써 달력 한 장이 훌쩍 넘어가버렸다. 며칠간의 강추위를 핑계로 집에서 두더지 놀이를 했더니 눈이 침침하다.

밤이 깊은 이 시간에 sxkr의 기보를 놓아보면서 자꾸만 훈남 박지성 선수가 뇌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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