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다가오면 태릉 선수촌의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느라 여념(餘念)이 없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태권도와 양궁 두 종목에서 강점을 보여왔는데, 특히 양궁의 실력은 다른 국가의 시셈을 받을 만큼 좋은 성적을 올려왔다. 과거 한국바둑의 4인을 세계 바둑계의 4인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양궁 역시 국내 선발전이 더 치열해 우선 국가대표로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當相)이었다.
 우리 민족의 활에 관한 사항은 아래의 사료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후한서(後漢書) 제85권 동이열전(東夷列傳)과 삼국지(三國志) 제 30권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에 의하면‘고구려 땅에는 맥궁이라는 좋은 활이 나고 부여의 동명은 자라면서 활을 잘 쏘았다'라는 기록이 있다. 야사(野史)에 의하면 천 보가 나가는 고구려의 철궁(鐵弓)이 당(唐) 태종 이세민(598~649년)의 눈을 정통으로 쏘아 맞힌 일이 있다. 한반도에서 생산된 대나무로 만든 활은 중국 본토의 활보다 사거리가 길었는데 이것은 당시 당나라 군과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핵심 무기였다.
타이젬의 수많은 고수들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국 고수가 있으니 바로 sadrain(P)이다. 프로기사 식별 아이디인 대문자 ‘P’를 달고 있는 sadrain(P)을 번역하면 '슬픈 비'라는 뜻인데 뭔가 감상적(感傷的)인 느낌이 묻어난다. 나는 불현듯 박인환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sadrain(P)의 현재 전적은 274전 169승 105패로 승률 61.67퍼센트를 기록중이다. sadrain(P)은 매우 뛰어난 승률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필자가 앞서 ‘sxkr'편에서 밝혔던 타이젬 9단 5등급 중에서 단연 1등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sadrain(P)은 주로 중국 선수와 겨루는 편이다. 그러면 중국의 정상급 아이디 2인과의 최근 기보를 통해 sadrain(P)을 자세히 분석해 보겠다. 먼저 xiabscheng과의 대결이다. 흑을 잡은 sadrain(P)은 '변형 요다류' 포석을 들고 나왔는데 난전에 강한 xiabscheng을 상대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시종일관 난타전 끝에 불계승을 이끌어냈다. 두번째, sxkr과의 대결은 sadrain(P)이 흑을 잡고 중국식 포석을 펼치자 sxkr도 대모양을 펼쳤다. sadrain(P)은 '전투는 자신이 유리한 곳에서 해야한다' , '미생마 부근에서는 가급적 전투를 피하라’라는 바둑의 격언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적이 강한 지역에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또한 미생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특유의 배짱과 강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수차례의 바꿔치기를 거쳐 우세를 확립해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위의 대국 내용을 통해 드러난 sadrain(P)의 기풍은 상대방의 혈을 짚는 막강한 공격력과 더불어 적에게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달아나는 와중에도 틈틈이 반격을 노리는 되치기 능력이 일품이다. 또한 공격 후에 반면을 정리하는 기술과 끝내기 능력이 일류의 수준에 달해 있다. 초속기 바둑에서도 수상전이 벌어지면 거의 정확한 수읽기를 보여줘 관전자들에게 존경심을 갖도록 할 만큼 화려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벌어진 sadrain(P)과 한 중국 기사와의 4연전을 지켜보면서 그의 화려한 공격에 넋을 잃었다.sadrain(P)이 상대의 대마를 잡으러 가는 것은 마치 배달민족의 신궁이 올림픽에서 과녁을 맞추는 것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다. 다음은 중국의 fanchuan과의 대결이다. | | | 흑이 1로 귀를 막을때 백2로 젖히면서 우하귀에서 새로운 형태가 출현했다. 백34까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만큼 난전의 출발이다. |  | | | | | | 우변에서 백1로 들여다 본것을 흑2로 반발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흑12는 이런 모양의 급소였지만 백13,15,19의 맥점으로 인해 흑은 부득이 22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흑22로 23에 두어 백 한점을 잡으려는것은 귀에서 백의 꽃놀이 패가 발생한다. 흑32까지 전투의 불길은 우변에서 다시 중앙으로 번져가고 있다. |  | | | | | 흑5까지 우변 백대마가 곤란해 보였는데 이때 백6으로 가만히 나간것이 절호의 묘수였다. 실전에는 흑7로 늦출 수 밖에 없었는데 만약 흑7로 가에두면 백7,나,다,라,마 의 차례대로 흑이 크게 망한다. 실전은 백이 귀의 요석 두점을 잡고 선수로 살고 백12로 상변을 견제해 백의 우세다. |  | | | | | 흑1,백2의 숨고르기를 한 뒤에 좌하쪽 흑3으로 뛰어들면서 국면은 다시 급격한 흐름으로 변했다. 백36까지 복잡한 수상전이 발생했다. 독자들도 한번 연구해보기를 바란다. |  | | | | | 하변에서 커다란 패가 발생했다.백은 그 와중에 패를 한차례 더 키워 하변을 버리는 대신 상변에서 석점을 빵따내고 백32로 우변의 흑 대마에 선전포고를 시작했다. 과연 백 대마의 운명은 어찌될까. |  | | | | | 흑19로는 상변에서 집을내고 패를 하는것이 실전보다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백32까지 설마하던 우려가 현실이 돼 거대한 흑의 대마가 피를 토하고 길게 누웠다. 숨막히는 듯한 공방전을 통해 관전자들에게 수싸움의 진수를 보여준 이 한판은 sadrain(P)의 명국이라 할 수 있다. |  | | | | | sadrain(P)은 타이젬이 주최하는 바둑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그의 깊은 수읽기와 순발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올 한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그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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