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봉 아마7단이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8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성봉 아마7단과 동행한 대한바둑협회 유나현 씨가 참관기를 전했다. [정리-정연주] [5월 26일]
우리는 오후 3시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근처에 있는 니꼬 호텔에서 1박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버스를 기다린다. 골똘히 한 곳을 바라보는 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시에 딱 맞추어 호텔 버스가 온다. 일본은 시간을 철처히 지킨다고 하던데 역시 일본답다. 호텔에 도착하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졸업생인 이수정 씨가 나와있다. “한국이 우승 후보 잖아. 스탭으로 일을 하게 됐어. 인터뷰 할 때나,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해.”라며 반가운 얼굴을 한다. 타지에서 만난 동문이라서 그런지 더욱 반갑다. 대회 참관을 위해 온 나는 스탭들이 어떻게 대회를 진행하는지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능숙하게 대회 데스크에서 선수 등록을 한다. 짐을 정리하고 호텔 주변을 둘러보다 일본 라면을 파는 식당을 들어가 매워 보이는 라면을 주문했다. 역시 한국 사람인가 보다. “어때?”라고 묻자 “맛있어.”라며 하성봉표 특유의 웃음을 지어 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따로 바둑룸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에 선뜻 구경에 나선다. 거기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독일선수 Dickhut씨와 하성봉 아마7단은 호선으로 친선바둑을 둔다. 2백수가 넘지 않았는데, 그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이미 둘은 수담을 나누며 마음도 나눈 듯 복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알고 보니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고 한다. 자리를 바꿔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이수정씨와 맥주를 한 잔씩 부딪히며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며 내일을 기약한다. [5월 27일]
한 입 더 먹는 그에게 "잠깐!" 이라며 성봉표 토스트를 사진으로 담는다. 지금 봐도 그다지 맛있어 보이진 않는다. ^^; 도쿄로 이동한 우리는 일본기원 3층에 있는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선수 자리만 따로 마련되어 있어 난 밖에서 지켜보았다. 작년에는 전야제를 하면서 추첨을 했다는데, 이번엔 전야제도 없이 오리엔테이션 때 추첨을 했다. 하성봉 아마7단이 뽑은 번호는 33번! 내일 1라운드 상대는 벨기에의 Alain WETTACH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선수들의 인터뷰가 있었다고 한다. 스탭으로 일하는 이수정 씨의 말에 의하면 “멋있게 이기겠다.” 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인터뷰 준비를 나름대로 해왔던 것일까? 말도 잘하는 한국대표 하성봉 아마7단! 자랑스럽다. 저녁에는 그를 응원 온 김승준 9단, 디아나 초단과 호주 선수 내외분과 일본에서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조상연 프로의 아들인 조인국 군이 합류를 했다. 제2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선수권대회에서 봤었던 빠오라는 태국 친구와 리팅이라는 중국 친구가 함께 저녁을 먹으러 일본기원 근처에 스시집으로 갔다. 또한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 한가운데서 홍도장을 열어 일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홍맑은샘 아마7단도 그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 홍7단은 한국에서 활동할 때 그의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이다. 모인 사람들의 언어는 각각 달랐지만, 통하는 구석이 많았다. 바둑인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뭉쳐 질 수 있다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5월 28일] 하성봉 아마7단과 다른 호텔에 묵고 있기 때문에 난 그가 있는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어제 한복을 갖고 왔다고 했었는데, 생활 한복을 입은 하성봉 아마7단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한국인인데 한복을 입어야지.”하며 웃음 짓는다. “잘잤어? 컨디션 어때?”라는 물음에 “잠을 못 잤어. 조금 별로인데….”라며 고개를 젓는다. 한국 단장으로 오신 유병호 9단과 한국기원 직원과 우리는 함께 일본기원으로 향한다. 간단한 개막식이 끝나고, 1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가볍게 이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대국 사진을 찍는다. 처음 가 본 일본기원을 둘러보니, 한국기원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바둑을 배운지 한 달이 채 안됐다는 조인국 군과 4점 바둑을 한 판 두는데, 역시나 난 접바둑을 접는데 자신이 없다. 계가가 끝나니, 바둑을 끝내고 그가 들어온다. ‘뭐, 이 정도야 금방 끝나지.’하는 표정이다.
시간이 남아 일본기원 근처 거리를 둘러보러 나왔다. 2라운드는 그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 것 같아 “생활한복 입은 모습 뒤에서 보니 할아버지 같다.”며 장난을 쳤다. 일본기원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고도 남은 긴 시간 덕분에 그와 페어바둑을 두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상대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 이수정 씨와 앞에서 얘기했던 조인국 군. 하지만 대국 중 나의 말도 안 되는 수 때문에 빅이 났다. “아~ 말이 안돼.”라며 투덜댄다. 이 말투도 역시 하성봉 아마7단이다. ‘평소에 바둑공부를 열심히 할 걸’하는 생각과 대국을 해야 할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라운드 상대는 제2회 아시아바둑선수권전에 말레이시아 남자개인전 선수로 나왔던 Zaid이다. 아시아 대회 때, 일본에서 다시 보자고 했었다. “다음 상대는 매우 강한 한국이야. 난 질 것 같아.”는 Zaid의 말에 “파이팅!”이라는 말 밖에 해 줄 수 없다. 열심히 두겠다면서 환하게 웃는 Zaid에게 은근슬쩍 미안한 마음이 든다. 2라운드 역시 불계승으로 끝났다.
우리는 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홍맑은샘 부인인 카나코의 선물을 사기 위해 시부야로 발길을 옮긴다. 시부야에 간 김에 유명하다는 하치코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치코상은 우리나라 오수의 개처럼 주인에게 충성한 유명한 개를 동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쇼핑을 하면서 맛있다고 소문난 빵을 먹는데, 맛있다고 연발하는 그를 보면 내가 더 즐겁다. 뿌듯함이랄까? 우리는 홍맑은샘의 집으로 향했다. 부인인 카나코씨와 아들 청공이와 함께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청공이는 그를 또랑또랑 쳐다보며 웃었다. ‘역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건가?’ 2005년도였던가? 하성봉 아마7단, 김남훈 아마7단과 권혁성 아마6단이 아시아팀 선수권전에 나왔을 때, 처음 기록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기록이 처음이라는 이유로 한국 선수 바둑의 기록을 맡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그의 바둑이었다. 기록이 처음이라 실수를 많이했는데 바둑이 끝나고 그가 틀린 부분을 예쁘게 수정해 주었다. 참 고마웠는데, 그때의 기억이 문뜩 떠올라 씨익하는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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