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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타]

또 한번 열정의 축제를 기대하며

대구·경북재경고교동문 바둑대회 참관기

컨텐츠2008-07-08 15: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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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매일신문사장배 대구·경북재경고교동문 바둑대회가 7월 6일에 한일기원에서 열렸다. 대구경북고교 재경기우회 연합회 배명은 사무국장이 참관기를 보내왔다.


한국 영화에서 시대마다 같은 주제로 재탕 삼탕을 하면서도 인기가 있는 프로는 당연히 [춘향전]인데 그 이유는 그 소설이 우리네 정서에 아주 잘 맞는 대중성 때문이다. TV에서도 재탕 삼탕 써 먹는 좋은 주제는 오랫만에 만나는 동창들에 대한 프로그램 인가보다. 학창시절의 악동들이 훗날 초로(初老)의 옷을 입고 만나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흑백의 사진 쪼가리같은 기억을 덩달아 끄집어 내보고는 남들의 이야기를 내 기억에 자꾸만 대입을 시키곤 한다.

일년에 한번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하루 앞둔 7월 6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경북, 대구지역의 고교동문들이 모여서 바둑대회를 가졌다. 이름하여 제6회 매일신문사장배 대구·경북재경고교동문바둑대회. 대구지역의 일간지인 매일신문이 주최를 하고 후원은 NICE그룹이 하였고 협찬은 금복주와 대구은행이 했으니 다채로움과 풍요로움이 여느 프로대회 못지 않을까 자못 심각한 기대를 품고 대회장소로 올라섰다. 그 대회의 또 다른 협찬자이신 대구의 덕영치과원장님의 커다란 화환으로 대회장 입구를 장식하여 참가자들을 반기는 폼부터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해마다 가을이면 대구에서는 덕영배가 열린다. 덕영배는 아마바둑대회에서 규모가 제법 큰 대회이고 순수하게 개인이 주최하는 대회다. 열렬한 바둑 애호가이신 덕영치과 원장님이 사재를 출연하여 만든 대회가 벌써 26회를 거듭하고 있으니 그 분의 바둑 사랑과 열정은 바둑인들에게는 커다란 위안일 것이다.

팜플렛에 적힌 시간표대로 하면 오후 1시반에 식순을 시작하는데 아직 30여분이나 남았음에도 이미 대구·경북 지역의 16개 고교동문은 벌써 1백여명의 선수들로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티브이에 나오는 어떤 프로처럼 '반갑다 친구야'하면서 악수를 나누었고 또 다른 친구들은 서로를 소개해 주기 여념이 없다. 이미 하얀꽃이 머리를 적신 그들은 졸업후의 몇십년을 서로에게 보상해 주려는 듯 명함을 건네 받고는 작은 글씨에 적힌 이름을 보려고 돋보기를 꺼내들고 무던 애를 쓰는 모습이다.

고3 때 몇반이었냐고 심문을 하고, 당하던 그들은 어느새인가 지난 시절은 아무 관심도 없고 당장의 바둑대회가 급하다는 듯 타이젬에서 몇단을 두는가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대회장은 서울의 복판임에도 아랑곳없이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말로 쓰이고 있었고 대구경북 재경동문 기우연합회 회장이신 김계현 님과 한국바둑학회 회장이신 계성고 68년 졸업의 이재윤 님, 매일신문사 서울 지사장인 경북고의 허용섭 님 등의 인삿말과 함께 드디어 대회는 시작을 한다.

대구경북지역의 고교동문 기우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 였지만 미미한 수준이었고 2004년부터는 그 마저도 중단이 되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 작년에 다시 대회를 시작했다. 그것도 겨우 5개의 학교가 모여 간신히 대회 성격을 맞추었는데, 올해는 16개 학교가 동참을 하여 이토록 성대한 규모로 발전을 시킨것은 바둑이 품은 마력과 동문들의 끈적한 결속감과 승부욕 일 것이다.

현재 바둑인구의 현실을 말해주듯 선수들의 면면을 보니 40대 후반은 거의 막내 수준이고, 50대와 60대가 주류를 이룬다. 작년에는 대구의 대건고가 대구경북 재경고교 동문 기우연합회 대회를 주관하고 올해는 대구공고가 대회를 주관하는 방식으로 해를 달리하면서 대회를 책임진다. 그간 몇번의 작은 대회를 열었기에 6회라는 횟수를 정해 놓았지만 주최사와 후원사등의 형식과 규모와 진행으로 본다면 올해 열리는 이 대회가 사실상 첫 대회성격이다.

그리고 올해는 기우회 사무국까지 만들었으니 이렇게 성황리에 대회가 열렸기에 내년이 자못 궁금해 진다. 대구가 배출한 프로기사 윤종섭 3단은 심판위원장을 맡으시고 자못 흐뭇한 기분으로 이대국 저대국을 관전하시면서 끝난 바둑판에 수순도 잠시 복기 해준다. 대구가 그래도 제3의 도시이고 경북의 인구도 만만치 않건만 바둑계에 프로기사는 무척 드물게 배출했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다. 하지만 이렇게 아마추어들이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대회를 만들어 가는것은 어느 지역 못지 않은 바둑의 열정이라 할 수 있다.

대회는 단체전과 개인전을 각각 진행하였다. 단체전은 각 학교별로 타이젬 7단급으로 구성된 A팀과 타이젬 6단 이하로 구성 된 B팀으로 운영을 했다. 개인전은 자유 출전으로 모교의 명예와 개인의 영광을 겨루었다. 대회는 진지하게 진행되었고 한판 한판이 끝난 사람들은 서로 담뱃불을 댕겨주며 바둑에 대한 이야기로 짬을 메운다. 까까머리의 세월만 간직한 그들은 오랜 시공의 단절을 아무 어색함없이 바둑으로 채워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6시간여의 대회는 끝이났고 시상을 한다. 단체전 A조 우승 트로피와 상금은 대륜고, 경북고, 대구고 순으로 자리를 차지하였다. 단체전 B조 우승은 사대부고, 울진고, 대건고 순이었다. 개인전은 계성고와 경북고가 나누었는데 우승자나 준우승자는 타이젬에서 9단을 오가는 실력자들이라니 대회의 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근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여느 대회와 다르게 시상식마저 끝난 상황에 각자 기념품들을 들고 또 한번 자리를 마련한다. 무슨 합동 결혼식을 연상 시키는 단어같이 합동회식이라고 명명을 하고 커다란 음식점도 구해서 또 한번의 공통점을 마련하였다. 가뜩이나 왁자한 경상도 사투리는 술 한잔에 더 시끌하면서 흥이 돋는다. 이제는 동문이 아니고 같은 고향 사람들 끼리의 대화가 어우러진다.


오늘의 대회는 수구초심의 마음 때문에 개최가 된 것일까? 아니면 바둑의 열정이 고향을 핑계로 나타난 것일까? 삶의 여유를 느끼는 나이에 바둑을 매개로 다시 만난 동문들은 내년을 약속하며 뜨거운 여름날의 저녁을 마무리했다.

서울을 고향으로 하는 사람보다 지방을 고향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서울 사람들이다. 오늘의 대회는 언젠가 광주전남지역 재경기우회 대회도 이끌어내는 모티브가 되고 충청도, 경상남도, 전라북도, 강원도, 제주도 등이 경쟁을 하듯 이런 모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혹시? 정말로 그런 대회들이 만들어져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를 만들어 낼지….

대구공고, 대구고, 대륜고, 안동고, 대건고, 경북고, 계성고, 영남고, 울진고, 현풍고, 청구고, 달성고, 성광고, 안동 경일고, 금오공고, 사대부고 등 16개 학교의 결속에 찬사를 보내면서 내년에 더 멋지고 커다란 모임이 틀림없이 만들어지면 또 한번 축제를 만끽하고 싶다.

[매일신문사장배 대구·경북재경고교동문바둑대회에 참가를 희망하시는 회원은 대구·경북고교 재경기우회 연합회 배명은 사무국장에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02-742-9517 / 010-2800-5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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