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대학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던 나는 저녁을 먹으러 한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의 TV 속에서는 혼성 듀엣 ‘철이와미애’의 1집 ‘너는 왜’를 방영하고 있었다. 그들의 화려한 춤과 신들린 듯한 랩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듬해 2집 타이틀 곡 ‘뚜벅이 사랑’은 차도 없이 뚜벅뚜벅 걷는 남자 대신에 점장이에게 사랑을 사고 귀가 찢어질 만큼 시끄러운 락카페를 좋아하는 X세대 젊은 여자가 멋진 차를 몰고 다니는 오렌지족 남자를 쫓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늘 9단 분석의 주인공은 뚜벅이 보다 밝은 느낌을 주는 또바기(P)다. 또바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이다. 또한 아이디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무엇이든지 한 걸음씩 또박 또박 정진해 나간다. 즉, 바둑 외길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다.
또바기(P)는 9단 전적이 228전 122승 106패로 승률은 53.5% 밖에 안되지만 최근 20국은 18승2패로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바기(P)는 얼마 전에 끝난 제 5회 동양종합금융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에서 소소회 2월 시드로 32강부터 출전했다. 그는 wjbh·yangzhuzhu·gaoshan을 차례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해 강력한 우승후보인 mijiaer를 2대0으로 꺾고 결승전에서는 huyiming에게 2대0으로 승리하며 오직 중국 기사를 상대로만 7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해 도대체 이 가면의 기사가 누구인지 타이젬 회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또바기(P)의 기풍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았다. 첫째, 선이 굵은 두터움을 좋아하고 두터움으로 국면을 풀어나간다. 둘째, 기세를 중시하고 순발력이 뛰어나며 끝내기가 세다. 셋째, 대세관이 좋고 치열하며 수읽기가 깊다. 넷째, 끈끈해서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초속기에 강하다.
또바기(P)의 이번 왕중왕전 기보를 살펴보면 gaoshan과의 8강전(08년 6월 10일 324수 끝 흑 반집승)이 가장 힘든 판이었던 것 같다. 그는 이 대국에서 각자 20분씩 30초 초읽기 3회의 짧은 제한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변에서 대마의 사활 패를 내는데 성공해 국면을 반전시켰고, 마지막 초읽기 중에도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행운의 반집승을 쟁취했다.
또바기(P)의 바둑을 한 수씩 놓다 보니 그는 비록 2008 한국 바둑리그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바둑리그에서는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고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기사가 아닐까 싶다.
한 번은 몇 달 전에 A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또바기(P)는 인사성이 밝고 따뜻한 눈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대국이 없는 날이면 대부분 도장으로 출근해 연구생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기도 연구에 힘쓴다고 하니 그가 성적을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10년 전에 출판된 우칭위엔 사활집 가운데 ‘자강불식(自强不息)’ 편은 ‘수석불로(壽石不老)’ 편과 더불어 꽤 어려운 수준의 사활책이다. 기력이 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한 문제씩 풀면서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새롭다.
삼경(三經)의 하나인 주역(周易) 건괘(乾卦) 상전(象傳)에 따르면 “천행건(天行健) 군자이자강불식(君子以自强不息)”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천체의 운행은 건실하다. 군자는 그것으로써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 의역하면 천체인 대자연의 변화는 정상적이며 어긋남이 없다. 매우 높은 학식과 덕행을 가졌거나 높은 관직에 있는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단련해 지혜와 품성, 도덕을 닦는데 매우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즉, 오직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를 쉬지 아니하며 수양에 매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바기(P)는 타고난 재능 외에도 프로기사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인 성실함을 갖춰 장래가 촉망되는 기사다. 아마도 그는 머지않아 국내 기전이나 해외 기전에서 반가운 소식을 알려올 것 같다.
다음은 제5회 타이젬 왕중왕전의 결승 1국 huyiming과의 대국으로 또바기(P)가 백이다.
| | | 백1로 꽉 잇고 흑2로 귀를 지킬때 백3으로 씌워가는것이 요즘 유행하는 정석이다. 올해 4월1일에 열렸던 제 6회 정관장배 본선 11국 이민진 대 탕이의 대결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석이 나왔다. 당시 바둑에서는 실전의3으로 7에 씌워갔다. 물론 주위 배석은 다르다. 백35까지 쌍방간의 힘겨루기인데 어떤 변화가 나올지 너무 복잡하다. |  | | | | | | 흑1로 밀었을때 백2로 단수를 선수하고 백4로 뛰어간 것이 좋은 행마다. 흑21까지 백이 포위당해 답답하다. 그러나 백22로 젖혀간 이후 32로 끊어서 버린 수가 좋았다. 백46으로 다가선 수가 잘 이해가 안간다. 46으로 '가'에 내려서면 과연 결과는? |  | | | | | 백1로 내려선다면 패가 필연이다. 백은 팻감이 없으므로 상변을 해소할 수 밖에 없지만 중앙 백이 공격을 당하면 장담할 수 없다. 흑16은 이렇게 웅크려 두는것이 백을 괴롭히는 좋은 수다. 또 흑 '가'의 선수를 당하는것도 아프다. 그렇다고 흑12의 패를 백이 받으면 상변 백대마의 사활이 걸린다. |  | | | | | 흑의 포위망에 약점이 있는것을 간파한 백은 1로 날일자하며 한껏 버티고 있다. 흑도 백 대마를 공격해 팻감의 차이가 승패로 직결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백75로 따냈을때 흑이 팻감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변 백 한점을 차단했지만 백도 상변 패를 해소해 형세는 백이 유리하다. 게다가 백이 '가'로 이으면 흑도 중앙 양쪽이 미생이다. |  | | | | | 예상대로 백2로 중앙을 잇고 흑진영을 가르고 나오니 흑이 피곤하다. 백32까지 중앙 백 대마만 잡히지 않는다면 백의 승리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  | | | | | 백6까지 오히려 좌하귀의 흑이 미생이다. 흑은 젖먹던 힘을 다해 13으로 최후의 공격을 시도했지만 중앙의 패가 발생했고 팻감이 없는 흑은 돌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초반 우상귀에서 어려운 정석이 나온 이후로 백의 침착한 타개가 돋보인 명국이다. 또바기(P)는 다음 결승2국에서도 승리해 종합 전적 2대0으로 제5회 왕중왕전을 우승함으로써 올해 1월달에 열렸던 제 5회 동양생명배 대회에서 중국측에 빼았겼던 우승컵을 되찾았다. |  | | | | | 또바기(P)는 이 대회를 우승함으로써 상금 3천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소문에는 상금 일부를 풀어서 주위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 기회에 조그만 자가용 한 대라도 구입해 뚜벅이를 면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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