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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이엔씨배]

청년 강자들, 우리는 바둑이 고프다

대제이엔씨배 참관기

바둑신문 유경춘 편집국장2008-09-08 15: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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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맹위를 떨쳤던 지난 8월 초순 인제. 주말을 이용해 취재 겸 피서 겸해서 인제에서 열린 어린이 큰 바둑잔치를 찾았는데 거기서 뜻밖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하성봉 아마7단. "아마 최강부 대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먼 곳까지 웬일" 이라고 물으니 "아이들 지도다면기 해주려고 왔어요."라고 말하며 씩 웃는다.

저녁 식사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바둑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유 기자님, 저 얼마 전에 거제도에 다녀왔어요."

"무슨 일로."

"거기 바둑팬들이 초청해주셔서요."

"햐, 그 먼 곳까지. 불러주시는 분들이나 갔다 온 사람들이나 열성이네…."

"타이젬 바둑 동호회 분들이 주축인 모임이었는데, 어쩌면 저희들끼리 바둑대회를 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얘기가 잘되면 말씀드릴 테니 와 주실 거죠."

"그럼 가봐야지."


▲ 대회장 모습.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8월 16일 서울 오목교 부근에 위치한 양천대일바둑도장에서 제1회 대제이앤씨배 아마최강전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카메라를 챙겨 대회장을 찾았다.

오전 11시 경, 그리 넓지 않은 대회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에어컨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열기가 훅 밀려나온다. 이번 대회에는 총 32명의 청년 강자들이 참가했다. 청아모 회원 기사 15명과 서울 및 지역 연구생 출신의 아마추어 17명이 스위스리그 5국을 벌여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채 열 평도 되지 않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찬 바둑 탁자와 의자, 그리고 거기에 얼마나 많은 바둑돌이 놓이고 거둬들여졌는지 움푹 페인 바둑판. 바둑판도 그동안 얼마나 사용했는지 줄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다.

이번 대회는 거제도와 부산에서 하성봉 7단을 후원하는 팬들이 앞장서는 바람에 성사될 수 있었다.

"전에 거제도에 갔을 때 처음 뵙는 팬들이 축하를 많이 해주셨어요. 많은 얘기가 오고갔는데 얘기 끝에 아마추어를 위한 바둑대회를 바둑팬들이 열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굳이 전국 규모의 대회처럼 거창할 필요도 없고 참가하는 선수들도 상금보다는 대국에 목말랐던 입장인 만큼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해주시는 바람에 대회를 열 수 있었어요." (하성봉 7단)

이번 대회는 인터넷 바둑사이트 타이젬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열릴 수 있었다. 특히 타이젬 ID '사게불이(제이에이치 건설 현장소장)'님의 설레발(?)이 큰 역할을 했다.

"저는 바둑을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고수들의 바둑을 관전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그게 가능해요. 거기다 제가 노력하면 직접 만날 수 있는 영광도 안을 수 있고…. 거제도에서 하성봉 사범님을 모실 때만 해도 대회를 열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 혼자 노력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그런데 얘기를 들으니 회원들이 십시일반 하면 불가능한 금액도 아니겠더라고요. '아니, 분기별로 대회를 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팬들의 힘으로 아마추어 사범님들을 위한 바둑대회를 열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사게불이)

이번 대회를 실질적으로 후원한 대제이앤씨(주)의 홍은표 사장 역시 인터넷 바둑을 사랑하는 마니아. 그는 얼마 전 지병인 당뇨가 눈으로 전이될 조짐이 보여 의사로부터 장시간 독서나 인터넷을 금하라는 애기를 들었으면서도 노년에 정이 든 인터넷 바둑을 좀처럼 멀리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게불이' 아우의 꼬임(?)에 넘어가 바둑대회 후원까지 맡고 나섰다.


▲ 홍은표 사장이 우승자 최인혁 군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세계대회 우승에 빛나는 하성봉 7단을 비롯해 아마랭킹 1위 송홍석, 거기에 강창배, 함영우, 김정수 등 바둑팬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기사들이 모두 출전했다. 하지만 평소 아마바둑계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연구생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18세를 넘길 때까지 입단을 못하면 연구생을 나와야 한다. 때문에 매년 입단대회의 관문을 뚫지 못한 일정 수의 연구생들은 연구생 신분에서 아마바둑계로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 날선 '이무기'들의 실력은 곧바로 아마바둑계 최정상의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대회에는 이들 모두도 빠짐없이 모였으니 그야말로 국내 아마바둑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기사들이 모두 출전한 셈이다. 오죽하면 가장 최근에 열린 삼성화재배 아마예선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유병용 6단이 16위에 머물렀을까.

개인전 형식에 4명씩 짝을 이루는 단체전을 병행한 이번 대회에서는 올해 연구생을 나온 최인혁 군이 최종 5라운드에서 박영운 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김남훈 7단, 3위는 송홍석 7단. 대체적으로 기존 강호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역시 우승의 영광은 올해 연구생을 갓 졸업한 최인혁 군에게 돌아갔다.

김경래 6단의 말에 따르면 최 군은 입단 전 가진 연습바둑에서 이세돌 9단에게 정선으로 여러 차례 승리를 거뒀을 정도로 기재가 뛰어난 기사라고 한다. 이9단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 군은 입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런 기사도 결국 입단의 관문을 뚫지 못했으니 그 경쟁의 치열함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대국 후 의견을 나누고 있는 기사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 지급되는 연구비는 개인전 30만원, 단체전 60만원. 보통 전국대회 우승자에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연구비가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적은 액수지만 참가자들은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연구비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 참가한 사람들 중에 상금 액수에 연연하는 친구들은 없을 겁니다. 보통 전국대회는 지방에서 많이 열리는데 대회에 참가하려면 교통비나 숙식비 등으로 10~20만원은 깨져요. 그런데 문제는 누구도 입상을 자신할 수 없다는 거지요. 제한시간도 대개 십분 내외고 실력도 비슷하니 우승은 그야말로 그날의 운인데 상금이 많아봐야 그림의 떡입니다.
그것보다는 상위 입상자의 상금 액수를 좀 줄이고 시상의 폭을 확대하면 차비에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니 훨씬 낫죠. 다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고요. 지금 이 친구들한테 필요한건 상금보다는 대국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연구생 때는 주변에 상대도 많고 주말마다 연구생 리그전이 열리기 때문에 대국 기회가 많은데, 연구생을 나오게 되면 대국 수가 많이 부족해져요.
인터넷 대국은 기량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회참가에 의존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대회는 환경이 열악하잖아요. 이런 대회라도 자주 열리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프로기사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성적을 못 내는 것처럼 아마들도 연구생을 나온 지 오래 될수록 성적을 못내는 건 대국 기회가 적은 탓이 커요." (김경래 6단)

한편 이번 대회에는 시니어 기사들을 대표해 심우섭 7단과 신병식 7단이 대회장을 찾아 후배들을 격려해주었다. 심우섭 7단은 "시니어 기사들은 분당기우회장배 시니어바둑대회가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열리고 있는데 주니어는 그런 자리가 없었다. 늦게나마 이런 좋은 대회가 열렸으니 후배들이 앞으로 더욱 기력연마에 힘썼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제이앤씨배 아마최강전은 앞으로 여름과 겨울 1년에 두 번씩 열릴 예정이다. 봄과 가을에는 타이젬 ID ‘사게불이’님을 비롯한 회원들이 십시일반 해 알찬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비록 액수가 좀 적으면 어떤가. 순수 아마추어들이 힘을 모아 국내 아마추어 바둑계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대회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주간 바둑신문(제70호) 2008년 9월 1일자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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