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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순진한 GoldHammer 씨!

나는 스스로 나를 밝힌다

김종서 작가2008-09-16 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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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공포의 저격수

타이젬에서 골드해머9단의 인기는 최근 3년 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어떤 상대와 두어도 그에게 베팅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그만큼 내공이 강하다는 뜻이리라.

그가 홀연히 타이젬의 중원에 등장한 것은 정확히 3년 전 이맘때였다. 무림고수의 정체를 은닉한 채 평범한 5단을 달고 나타나서 애꿎은 강호의 중수들을 제물로 40연승을 기록하며 입신에 등극했다. 그도 부족해 9단 고수들의 아성에서 번번이 19연승, 20연승, 18연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전적 표에 핑크빛 매화꽃을 줄줄이 달곤 했다. 북악검신의 ‘9단 분석’에 골드해머의 가공할 기록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인용하자면-

GoldHammer의 9단 전적을 살펴보면 689전 500승 189패이고 승률은 자그마치 72.57%다. 그가 대부분 강 9단과 대국했음을 따져본다면 앞의 승률로 보아 정상급 기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GoldHammer와 관련해 세간에 최고의 화제를 뿌린 사건이 있었다. 타이젬은 2007년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타이젬 세계 최강 모험대결’이라는 이벤트 대국을 주최했다. 한국보다 오히려 중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인기 아이디인 GoldHammer의 온라인 대국을 지켜보기 위해 중국의 바둑팬들이 타이젬에 몰려들었다. 당시 짧은 시간 동안 접속자 수가 폭주하면서 주최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하는데 이 대국에서 한·중·일의 온라인 최강자 인기 스타 팀으로 출전한 GoldHammer는 한국의 Big3 드림팀으로 나온 이창호 9단에게 백으로 불계승을 거둬 그의 명성을 드높였다.

뿐만 아니라 골드해머9단은 진정한 강자들과의 승부를 무척 즐겨서 대국실에 입실하면 강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도전장을 날리는 저격수로 악명(?)이 높다. 구렛나룻걸, 한심한, 측정불가, 신의 한수, 코브라더스, 가닥구, 내안의 신 등등 초 절정 고수들이 금망치의 둔중한 스윙에 몸살을 앓곤 했었다.

구렛나룻걸 9단과는 무려 40여 합, 한심한 9단과도 30합 가까이 자웅을 겨뤘었다. 그리고 자주 만나진 않았어도 내안의神 9단을 두 차례 꺾은 바 있으니 골드해머 9단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S#2. 나는 나를 밝힌다

골드해머 9단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농심신라면배 국제대회에서였다. 대국이 끝나고 기사들끼리 환담하는 자리에서 젊은 중국기사 한 사람이 싱글벙글 미소를 뿌리며 한국기사 진영으로 넘어와 악수를 청했다.

“하이, 내가 타이젬에서 골드해머다 해. 당신들도 아이디를 알려줘 봐라. 한가할 때 한 판 붙자 해.”

뭐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 익명의 세계 명함을 교환하자고 우겨대니 회피할 수도 없고 해서, 우리의 고수들도 선선하게 아이디를 밝혔다는 이야기다. 그로부터 골드해머의 즐거운 온라인 스토킹이 감행되었고, 그와 가장 많은 대국을 기록한 아이디들이 그해 농심신라면배 출전 선수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수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재미도 쏠쏠하리라.

골드해머 9단은 이번 9월 삼성화재배에도 중국 국가 시드를 받아 출전한 멤버였다. 중국의 감독인 마샤오춘 9단으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신예라고 전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험난한 관문을 뚫고 8강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장인 유성 연수원에서도 골드해머는 특유의 친화력을 과시하며 32강 멤버들에게 인사를 시원하게 건넸다고 한다. 취재진들에게도 싹싹하게 악수를 건네고 손짓 몸짓으로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 해 인기를 끌었다.

골드해머 9단의 강점이 바로 그런 순진한 친화력 아닐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고수들에게 다가가서 상대의 무공과 비기(秘技)를 흡수하는 순진흡판 신공, 뭐 이런 거 아닐까?

그의 기보를 유심히 살피자면 한 번 깨진 상대와 다시 만나 반드시 복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상대를 분석하고 연구한다는 뜻. 이미 공부할 것은 거의 다 했을 테고, 온라인을 통해서 한국의 강자들과 실전경험을 쌓는 느낌이 강하다.


S#3. 맞으면서 배웠다

9월 4일 삼성화재배에 참가한 기사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함께 즐겼다. 편을 갈라 축구와 농구 등을 즐겼는데 탁구장에 아주 희한한 차림의 사나이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의 용감한 골드해머 씨가 체구에 맞지 않는 반바지와 셔츠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옷의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마치 복어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의 대답 가라사대,

“유성 연수원이 운동시설이 있는지 모르고 단벌 차림으로 왔거든요. 탁구를 치고 싶어서 동료 리저에게 옷을 빌려 입었는데 상당히 거북하군요. 입는데도 힘이 들었습니다. 하하”

골드해머와 리저의 체급은 얼핏 봐도 플라이 급과 미들 급 차이쯤 되는데 미칠 노릇이지 하하하.

삼성화재배 8강에 오른 골드해머는 중국의 차세대 유망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후원자는 아버지라고 한다. 아버지가 아주 엄하게 그를 인도했다고 하는데 골드해머는 아버지를 설명하면서 느닷없이 지고나면 때렸다고 한다. 바둑시합에서 지고 오는 날이면 다짜고짜 아버지가 체벌을 했다는 것이다.

골드해머라는 아이디도 아버지가 작명해 준 이름이다. 그래도 프로기사인데 폭력은 좀 심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버지를 이해한다. 아들이 미워서 때린 건 아니잖은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어느 정도 바둑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골드해머 9단의 담담한 고백에 그의 진정성이 보인다. 매끈하고 화사해보이지는 않아도 투박한 그의 인상이 금망치의 스윙으로 연상된다. 마이스터는 대개 순진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즐길 때 성취되는 명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골드해머는 상당히 완성형에 가까이 도달한 기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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