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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씨배]

이창호, 그는 짜릿했다

잉씨배 결승 진출 뒤 인터뷰

방콕-정연주2008-09-27 03: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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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 그는 짜릿했다

"기분이요? 뭐, 그냥…. 일단 뭐, 예상외로 2대0으로 이겨서 편안한 것 같아요. (기자 : 2대0 완벽한 승리여서 편안하다는 것인가요?) 아니요, 대국이 끝나서 편한 느낌이요."
이세돌과의 잉씨배 준결승 3번기 2국이 끝난 25일과 하루가 지난 26일, 이창호의 얼굴에서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가끔 농을 던지기도 하는 이창호, 몸과 마음의 여유가 배어나온다.

"누가 이기든 2대1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죠."

1국을 보면서 바둑팬들과 관계자들이 이창호의 전성기 모습이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2국도 후반에 실수를 했지만 나쁜 내용은 아니라고.
"1국때 초반에 조금 고전을 했어요. 확실히 제가 괴로운 바둑이었는데 복기를 하면서 흑(이세돌)도 크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데요. 흑이 갑자기 바둑을 엷게 둬서 주도권이 백으로 넘어갔어요. 바꿔치기에서 수읽기 착오도 있었고요. 운 좋게 덤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 된 거죠."

잉씨배는 '이-이, 세기의 대결'로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다. 지금까지 '이-이'는 모두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지 않았다.
"중요한 대국이었던 것은 사실이고 계속 될 거예요. 묘하게 이세돌 9단하고 대국을 한지가 오래됐어요. 이제는 자주 만나지 않을까 생각되요."

세기의 대결! 이창호냐 이세돌이냐! 당사자의 느낌은.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예요. 한편으로는 부담도 되지만 즐겁죠. (기자: 즐겁다는 의미는?) 짜릿한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의미예요."

1등, 2등 등수가 뭐 그리 중요한가. 누가 1인자인가라는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괴롭다. 하지만 오늘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요즘에는 객관적인 전적으로 제가 밀려있어요. 솔직히 이번에 졌으면 1인자는 이세돌 9단이죠. 이번에 이겼으니 다시 연장전이 된거예요. 극적이었지만. 제가 많이 이겨야 할 듯해요."


이세돌과 LG배 결승에서 두번, 이번 잉씨배 준결승에서 한번 만난 것까지 세번으로 생각하고 이세돌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3번다 어려운 승부였어요. 쉬운 적은 한번도 없어요. 처음에 2001년 LG배 결승에서는 부담이 컸어요. 후배 기사랑 두니까…. 갑자기 나타나고, 만나서. 꼭 이겨야지라고 생각해 부담감이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부담감이 없어요. 승부에만 전념 할 수 있어요."

이번 잉씨배 준결승은 서로 부담이 있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중요한 대회가 많이 있을 것 같고, 삼성화재배에서도 만나고…. 어디서 만난 다고 정해져 있지는 않아도 만날 가능성이 많아서 좋은 승부를 하고 싶어요."


2004년 국수전에서 이창호 독주체재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을 일게 했던 기사 최철한, 이후로도 최철한은 국수전에서 3대0으로 이창호를 꺾었고, GS칼텍스배에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번기의 제왕 이창호의 아성을 흔들기도 했다. 결승전은 최철한과의 5번기다.
"글쎄,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도 최철한 9단이 성적이 나빴어요. 저랑 같이 슬럼프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런면에서 결승에 같이 올라간 것이 반가워요. 작년 10월 3일에 최9단하고 태백산 천제단 대국이 있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그 이후로 성적이 좋아졌어요. 농담삼아서 이제 태백산의 기를 받나 보다라고 하곤해요. 좋은 후배니까 결승전에서 만난 것이 즐거워요."


2라운드 / 그는 달라졌다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3년전 쯤 부터 이창호의 건강 이상설이 화두가 되곤 했다. 아마 성적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그 원인을 찾다보니 나온 말일 것이다.
"수지침이나 뜸을 뜨고 있어요. 완화가 되어가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이창호의 방에서는 뜸을 뜬 냄새가 솔솔난다.

정확한 병명이 궁금했다.
"정확히 몰라요.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크게 느껴서 MRI도 찍어보고, 진찰도 받았는데 크게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병명이 뭔지 모르겠어요. 신경성이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니, 왜 신경성 장염 이런 것 같이요. 증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치료법이 있으면 한번 해보고요, 몸에 안 맞으면 하지 않죠."

신경성이면,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은데,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이창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모르겠는데, 바둑 두는 것 자체가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종종 바둑팬들이 기자에게 묻는다. 이창호가 왜 성적이 좋지 않냐는 질문. 그럴 때 마다 '기풍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어서 그래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본인은 기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까.
"조금씩은 예전보다 전투를 많이해요. 아주 많이 변한 것은 아니예요. 전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제 피하지는 않죠. 지금은 이렇지만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죠.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요. (기자: 후배들이 이창호 바둑을 너무 많이 공부해서 기풍의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닌지.) 그런면도 조금 있어요."

최근에 후반으로 갈 수록 실수가 많아졌다. 너무 쉬운 수인데도 못 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웃으면서) "저도 느껴요. (기자: 그래서 일부러 치열하게 두는 것인가요.) 그런 이유도 있어요. 끝에 실수가 있을지 모르니 그 점을 감안해서요."

"일단 열심히 해서 우승을 하고 싶어요. 한국 선수랑 대국이니 심적 부담없이 편해요. 우승을 해야지. 방법이 없어요."
그가 달라졌다. 이창호를 인터뷰한 5년간, 단한번도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단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을 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왕년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창호도, 달라진 이창호도 모두 환영이다. 반갑다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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