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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전]

강동윤 '나는 진화하고 있다'

오는 10일 이세돌과 천원전 결승1국 예정

진재호 바둑평론가2008-11-07 20: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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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센티미터의 훤칠한 높이에 57kg 무게. 겉모습을 보아서는 조훈현의 젊을 때를 보는 것도 같고 이세돌의 낌새도 느껴진다. 유난히 하얀 얼굴에 모성애를 자극하는 감싸주고 싶은 미소년이어서 유창혁 필이 나기도 한다. 바둑이외에 취미는 없다는 말에, 까까머리의 기억도 있고 보면, 70년을 거슬러 올라가 우칭위엔(吳淸源)의 모습도 보일 듯 말 듯.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른 1989년생. 19세의 이 청년의 어깨에 한국바둑의 미래가 상당부문 걸려있다고들 한다. 호사가들은 천재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하고 랭킹 4위인 그를 겁도 없이 '실질적 2위'라고까지 말하는 이도 있다.

그의 기풍은 감각적이어서 조금은 가볍다. 싸움을 즐겨하지만 결코 기보를 피로 얼룩지게 하는 난폭함은 아직 없다. 불리한 바둑도 상대가 허점만 보이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급소를 물어뜯는 집요함도 있다.

피아노 건반위에서 봤음직한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도저히 철권 이창호를 뉜 손이라고 보아주기 어렵다. 말도 별로 없다. 수줍음을 탄다기보다는 쓸데없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강동윤에 대해서는 바둑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가져보니 그것 중에 일부는 우리의 선입견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러한 말이 나올 때와 지금 당장이 또 다른 경우도 있었다. 그는 빠르게 진화하는 중이었다.


▲ 10월 8일, 강동윤 8단이 마인드 스포츠대회 결승전 후 복기를 하고 있다.

Q : 마인드스포츠 대회 우승한 소감은?
A : 처음엔 생소한 대회여서 참가를 망설였다. 일류기사들이 참가한다기에 출전을 결심했다. 결과적으로 참가하길 잘했다. 우승의 대가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나는 '경험'이라는 큰 무기를 얻었다.

시원하게 첫 질문을 받아낸다. 예선에서 천야오예, 본선에서는 구리 리저 등 만만찮은 중국기사들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집 한 채를 준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에, 중국선수들은 여느 세계대회처럼 사력을 다 했음직하다. 강동윤은 05년부터 7번 세계대회 출전경험이 있으나 가장 높이 올라간 기억은 고작 16강.

Q : 속기에 무척 강점이 있다고 한다. 맞는가?
A : 속기에 강점도 있는 것 같고 비속기에 단점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어느 하나라도 등한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속기가 편하긴 하다. 그러나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려면 3시간짜리 바둑도 지속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비속기에 단점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유창혁은 "한국바둑리그의 에이스는 단연 강동윤"이라고 말한다. 2006년 14승4패를 기록하며 연승상(8연승)을, 2007년 12승1패로 다승상과 연승상(10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도 9승4패로 7위권이다. 한국바둑리그가 속기로 치러지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다.

강동윤은 작년 전자랜드배 최종국에서 막판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이창호를 2:1로 꺾고 처음으로 본격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5년 신예연승최강전에 이어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까지 우승했다. 지금까지 그가 따낸 3차례의 타이틀은 전부 속기전이었다. 반면 국수전․왕위전 같은 ‘본격기전’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Q : 지금까지 제일 아쉬웠던 바둑…속기전은 아닐 듯한데?
A : 잉씨배 대표선발전 이영구와의 마지막 대국이다. 제한시간 3시간이었다. 무슨 특별한 악수가 나와서 패했던 것도 아니고, 시간사용에 익숙지 못해서 패한 것 같아 아쉽다.

강동윤은 시대가 요구하는 총잡이인지 모른다. 오늘날 '속기의 제왕' 강동윤을 키운 건 8할이 인터넷바둑이었다. 타이젬에서도 아이디가 몇 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시험을 치르는 중이라고 한다. 속기가 아닌 3시간 바둑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간사용이라는 것은 단지 오래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밀고 당기는 요령을 말하는 듯했다.


▲ 삭발을 하고 첫 이창호 9단과 첫 대국에 나선 강동윤 8단.

Q : 지난번 머리를 박박 민 것은 혹시 속기에 대한 자괴심?
A : 아, 그 부분은 제법 오해가 많다. 기사(記事) 내용에는, 모2단에게 초읽기를 단 1회도 사용하지 않고 두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나왔다. 실제로 나는 100수 언저리에서 초읽기에 몰렸다. 그런 것은 오보라고 하나? 진짜 이유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 못 다듬어서 엄마에게 혼날 것 같아서 다시 박박 밀어버린 것이다.

하긴 강동윤의 얘기 듣고 보니 머리를 박박 민 것은 입단 후에도 몇 번 본 것 같다. 고근태 박정상과 삭발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는 엄마에게 혼난다는 대목이 걸렸든지, 사족을 단다. 당시 6월 성적이 5승4패로 월별 성적에서 가장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겸사겸사 단행했단다. '에잇! 밀어버리자.'

Q : 바둑이 대개 사납다고 알려져 있는데?
A : 나 자신도 '나의 기풍이 뭘까?' 하고 온종일 고민할 때가 있다. 사납게 두는 것은 매끄럽게 두지 못한다는 뜻이고, 기풍이 고정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사실 속기기전이 주류인 시대인데, 다케미야나 오다케처럼 선명한 기풍은 나오기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오늘 강동윤의 대국을 관전하다 보니, 대궐을 지을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여지없이 바꿔치기를 단행하여 중앙이 뚫렸다. 그릇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물과 같은 기풍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순발력 있게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는 실전적이라는 것이 기풍이라면 기풍일 것이다.

Q : 그럼 방향을 약간 틀어서, 흑백 중 어느 것이 편한가?
A : 이세돌은 백을 들면 바둑이 더 강하고 이창호는 흑을 든 바둑이 강하다.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어느 쪽도 강하지 못하다. 그리고 흑과 백을 구분하는 것도 아직은 결정이 안 된 듯하다. 따라서 훌륭한 선배님의 장점을 다 본 받고 싶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처럼 빠른 시대가 그를 원하고 있다. 바둑이외에 관심이 크게 없다. 10년 후, 5년 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작년부터 그의 바둑이 변하는 것 같다고.

Q : 이세돌이나 조훈현같은 까칠한 바둑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A : 일단 대선배와 닮았다는 평가는 영광이다. 그러나 이 질문 역시 어렵다. 꼭 어떤 부류에 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리니까, 많은 것을 시도해 볼 뿐이다. 잘 참고 버텨내는 것이 강점인 것 같다. 보통 다른 기사들보다 조금은 더 깊이 파는 타입이다. 더 파면 더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습성이 까칠하게 보였지 않을까.

본인이 극구 부인해도 기존의 위인과 대비시켜야만 하는 필자도 신념은 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아교와 같은 성질로 본다면 ‘면도날’ 사카다에이오와 닮지 않았을까. 펀치력이 그다지 강하진 않지만 질긴 승부욕은 서봉수를 닮았고.

그는 집요하다. 집요함은 프로의 기본자세이다. 프로야구 SK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것도 최선을 다해 승부하는 요령을 강조했음이요, 종료 5분을 남겨놓고 3골을 넣었던 차범근의 신공을 기억해 보라. 끝까지 싸우는 것은 프로의 미덕이다.

강동윤은 결말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것이 땅이라면 끝을 파보고 싶은 고고학자같은 욕망이다. 그것이 우주라면 끝까지 뻗어가고 싶은 파이어니어의 도전정신이다.

▲ 강동윤 8단이 서봉수 9단을 선택하자 서9단은 "강동윤 8단이 나를 뽑아 복이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Q : 지난번 삼성화재배에서 서봉수 9단을 지명하여 (팬들에게)혼쭐이 난 적이 있는데?
A : 차라리 중국강자를 지명하여 싸울 것을 잘못 생각했다. 그동안 워낙 세계대회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그러나 서명인님을 이기고 곧장 구리에게 패해서 더 많이 욕을 들었던 것 같다.(웃음) 이번 마인드스포츠게임즈에서 구리를 꺾어 절반은 복수를 한 느낌이다.

Q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 랭킹4위는 지키려고 한다. 앞으로 세계대회가 내년에야 열리게 되는데, 그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지극히 실리적인 생각이지만, 더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단박에 올라가지는 것도 아니며, 일단 세계대회에 나가서 진면목을 보일 때까지는 4위를 지켜야 안정적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될 듯하다.

오는 10일 이세돌:강동윤 천원전 결승 개시
동문수학한 두 천재기사끼리 만난다. 랭킹1위 이세돌과 랭킹4위 강동윤의 천원전 결승 격돌이 그것. 마인드스포츠게임즈에세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강동윤은 작년 전자랜드배에 이어서 두 번째 타이틀에 도전한다. 상대전적 5승2패로 이세돌이 앞섬.

"관록에 있어서는 이세돌이 앞선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에도 진화하는 강동윤은 수읽기와 타개에 강하다. 이세돌의 천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마저 충분하다." (권갑룡 7단)

오는 10일 오후 2시 스카이바둑TV 특별대국실에서 제1국이 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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