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뛰는 중국,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중국이 '퉈지아시'라는 신무기를 내세워 1차전(제1국~4국)을 모두 점령한가운데 한국과 일본에는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2차전의 접전지역은 부산으로 옮겨졌고 중국에 대한 첫 발포는 한국이 먼저 하게 됐다.

11월 24일 오후 2시, 부산 농심호텔에서 제10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5국이 열린다. 중국에서 열린 1차전에 이어 2차전 첫 포문은 한국이 열게 되며 중국의 4연승 질주를 막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1차전에서 허영호 6단과 윤준상 6단이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고, 일본 역시 야마시타게이고 9단과 고노린 9단을 차례로 잃었다.

중국에 맞설 한국선수는 대국 1시간 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은 강동윤 8단의 출전이 유력하며 타이틀 탈환의 초석이 될 첫 승에 바둑 팬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다.

▲ 사진설명 ①(왼쪽부터) 강동윤, 이세돌, 이창호. ② 이창호 vs 이세돌 - 잉씨배 준결승 ③ 이창호 vs 강동윤 - 명인전 본선 ④ 이세돌 vs 강동윤 - 천원전 결승

[관전포인트 No. 1] 이창호·이세돌 투톱 출전
번번이 국내예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이세돌 9단. 그 동안 수차례 세계대회 우승과 국내기전 타이틀을 휩쓴 저력을 가진 기사치고는 유별나게 농심배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예선탈락의 아픔을 겪을 때마다 몇 차례나 주최측 시드로 거론되었지만 해마다 조훈현 9단이나 이창호 9단에게 밀려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런 이세돌 9단이 10년을 기다린 끝에 농심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반대로 이창호 9단은 제1회부터 출전해 농심배에서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요다노리모토 9단과 창하오 9단에게 패한 적은 있지만 '5연승 신화'을 만들어내고 한국의 대회 6연패 달성을 이끄는 등 농심배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농심배에서 서로 엇갈린 명함을 가지고 있었던 두 기사가 이제는 호흡을 같이 한다.

바둑 팬이라면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의 합작으로 농심배 우승컵을 획득하는 모습을 꿈꿔봤을 것이다. 1999년 농심배가 첫 문을 열고 10년을 맞이하면서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때가 됐다.

[관전포인트 NO. 2] 어제의 적군이 오늘은 아군으로
이세돌 9단, 이창호 9단, 강동윤 8단은 바둑 팬들에게 매번 싸우는 모습만 보여왔다. 이세돌 9단은 이창호 9단에게 잉씨배 준결승에서 2연패를 당했고 얼마 전에는 삼성화재배 8강에서 만나 승리했다. 이창호 9단은 지난해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에서 강동윤 8단에게 져 준우승에 그친바 있다.

이창호 9단을 꺾고 생애 첫 본격기전 우승을 차지한 강동윤 8단은 '이창호 천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편 이세돌 9단과 강동윤 8단은 올해 천원전과 명인전에서 나란히 결승에 진출해 10번기 승부를 펼치고 있다. 첫 대국에서는 강동윤 8단이 승리했다.

이렇게 승부의 세계에서 먹이사슬 관계에 있었던 세 기사가 지금은 한 몸이 됐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치고 받고 하던 기사들이 오늘은 서로 힘을 모아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 윤준상 6단에게 승리하며 3연승을 달성한 퉈지아시 3단(왼쪽).

[관전포인트 NO. 3] 퉈지아시의 연승행진은 어디까지?
퉈지아시 3단은 1차전(제1~4국)에서 4연승을 거뒀다. 첫 기록은 박영훈 9단이 2002년 제4회 대회에서 작성했고 6년 만에 같은 기록이 나온 것이다. 현재 단체전에서의 연승 최고기록은 9연승. 1997년 농심배의 전신인 진로배에서 서봉수 9단이 제3국부터 출전해 거둔 성적이다.

농심배에서는 5연승이 최고기록이며 이창호 9단, 후야오위 8단, 펑첸 7단 등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달성한 5연승 기록들은 모두 2차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퉈지아시 3단의 연승은 제1국부터 시작됐고 앞으로 2차전 대국이 6국이나 되어 5연승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