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뉴스 기보 상점 새소식

[국내기타]

강동윤, 일인자와의 대화

명인전·천원전 이세돌과의 10번기 통해 성장 가능성 엿볼 수 있는 기회

진재호 바둑평론가2008-12-01 17:28:23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올 한 해 바둑가는 이세돌의 분전으로 막을 올렸다. 이세돌의 삼성화재배․ LG배 연속우승이 한국바둑의 우승으로 치환(置換)되면서 한국은 라이벌 중국에게도 앞서 나가게 된다.

중반 이후 후지쓰배·도요타덴소배·춘란배 등에서 중국이 강세를 띄자 뉴스의 초점은 국내바둑으로 옮아온다. 수년간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이창호가 춘란배·삼성화재배·잉씨배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세계대회에서 극상의 승률을 보이자, 다시 ‘이이전쟁’이 개시되는 날을 기다렸다.

말이 많았던 ‘이이전쟁’은 이창호가 이세돌에게 3승1패를 거두어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이세돌은 패자의 멍에를 뒤집어쓰지는 않았다. 여전히 이창호 개인에게는 밀렸지만(잉씨배 4강전 패퇴) 삼성화재배에서 그나마 체면치례를 하였고, 기타 명인전·천원전·국수전 등에서 여전히 혁혁한 승률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심하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싱거웠을까? 이세돌이 역시 ‘올해의 기사’로 판명이 날 즈음, 명인전과 천원전에서 이세돌에게 한판 승부를 신청한 이가 바로 강동윤이다. 그는 이미 천원전과 명인전 타이틀을 놓고 연속으로 10번기를 치르자고 했는데, 우습게 볼일이 아닌 것은 이미 두 기전에서 이세돌에게 각각 1승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10월 이후의 강동윤은 다르다
기존의 강동윤으로 보면 안 된다. 몇 달 사이 기풍도 변화가 있고 자신감은 더 없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엊그제 끝난 농심신라면배 5연승에서 알 수 있듯 세계대회 성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과연 무엇이 그를 이토록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애당초 한국기사들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던 마인드스포츠게임즈에서 천야오예·구리 등을 물리치고 덜컥 우승을 차지한 것이 계기였다. 그런 다음 지난 주 농심신라면배에서 중일의 세계적인 기사에게 5연승을 거두었다. “마인드스포츠 대회를 기점으로 자심감이 생겼어요. 이제는 경험부족으로 인해 바둑을 버려놓지 않을 자신감 말입니다. 또한 농심배에서 한번 이기기 시작하니 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강동윤 8단)


▲ 강동윤(오른쪽)은 농심신라면배에 출전해 5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은 농심신라면배 2차전에 제9국에서 치우쥔과의 대결 모습.

10월 이후의 강동윤과 10월 이전의 강동윤은 너무나 다르다. 일단 총 전적은 71전 54승17패이며, 10월 이후는 13승3패, 10월 이전은 42승 13패이다. 외형적인 성적은 비슷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발견된다.

일단 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구리·천야오예·리저 등을 이긴 전적은 포함이 안 되어있다. 예선에서부터 결승 박정상을 이길 때까지 10전 전승을 기록했는데, 한국기원 공식기록에서는 빠진다. 실제로는 23승3패라고 봐야 한다. 또 최근 2달간은 여느 본선과 달리 리그전과 토너먼트전이 막바지로 치달은 때의 성적이므로 순도가 높다.

또 국내기전은 5월 들어서 전자랜드배를 따낸 바 있으나,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죽을 쑨 것도 강동윤의 경험부족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명색이 최강국의 타이틀 홀더인데, 요다노리모토(후지쓰배)·조치훈(LG배)·박문요(삼성화재배) 등에게 내리 패해, 단 한번도 16강을 넘어서 본 일이 없다는 것은 강동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강동윤에게는 마인드스포츠 대회우승과 농심신라면배 5연승이 경험부족 증세에 허덕이는 그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힘을 실어다 주었다.

강동윤은 운도 따르는 사람이다. 최고기전 명인전에서도 애당초 4승3패를 달리는 이창호의 분전으로 도전권을 따냈다. 리그전 막판 이창호가 원성진·이세돌의 이김으로써 이창호·강동윤·원성진이 3자 동률이 되었고, 기껏 일을 만든 이창호가 막바지에 원성진에게 어이없이 패퇴하면서 강동윤이 원성진만 이기고서 쉽게 도전권을 낚아챘다. 이러한 일이 모두 10월 이후에 생겨난 일이다.


농심배 마지막 1패는 좋은 약

기풍도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바둑을 본 장수영 9단은 “서두르지 않는다. 요즘 컨디션이 최고조인 듯하다. 컨디션이 좋으면 느긋하면서 관조적이다. 기풍이 발 빠른 실리형이었는데 어느새 두터워진 것 같다. 두 달 만의 변화이다.”

5연승을 올린 다음 6연승까지 갈 기세였지만 부산에서의 마지막 한판을 패하고 말았다. 바로 그러한 점이 이창호나 이세돌같은 구력을 갖춘 이보다는 노련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강동윤에게 5연승 다음의 1패는 혹시나 모를 오만함이 생길 우려를 없앴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패배’이라는 바둑가의 평가이다.

하긴 지금까지의 기세로 보아서는 다카오신지를 못이길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완패를 당한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느슨함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강동윤은 알았을 것이다. 아직은 진화하는 그에게 남은 10번기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멍석이 깔리면 더 잘 싸우는 이세돌은 최강자
세인이 주목하면 더 잘 두는 강심장이 이세돌이다. 연말에는 대국수가 밀집되어 피곤할 정도인데도 정신없을 때 오히려 더 잘 두는 이세돌이다. 그는 해마다 연초와 연말에 많은 승수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더욱 신나게 잘 두는 타입이다.

뿐 만 아니라 번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만 해도 삼성화재배에서 박영훈에게, LG배에서 한상훈에게 1패를 안았지만 결국 최종국에서는 승자가 되었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1승을 먼저 올렸어도 결코 안심하지 못한다. 강자의 여유마저 느껴지는 이세돌이다.

 

그리고 초점이 모아지면 더없이 강한 이세돌이다. 춘란배에서 딩웨이, 후지쓰배에서 구리, 도요타덴소배에서 씨에허, 잉씨배에서 이창호 등에게 패해 탈락했으나, 결승까지 올라간 기전은 무조건 이겨낸다. 국수전에서도 목진석에게 2-0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또한 그는 10월20일 이후 15승3패로 80%를 넘는 가공할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세돌은 “체력은 부담되지만 상승세를 타면 잊을 수 있다. 빡빡한 일정이 더 나은 면이 있다.”며 최근 대국폭주를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다.


강동윤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다
그래도 강동윤에게 초점이 일단 쏠린다. 강동윤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신예기사의 거두이다. 오늘 발표된 한국랭킹에서 3위까지 치솟은 상승주이다. 그의 선전을 바라는 이유는 89년생(만 20세 이하)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사들 중 가장 연소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세돌의 이름 석 자에 가위놀림 당하는 한국바둑계에서 그의 포효에도 아랑 곳 않는 젊은 기대주의 성장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이번 10번기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우량주로 올라설 수 있는지 기로가 되는 승부이다. 대중적으로는 농심배 5연승이 보다 혁혁한 뉴스거리이겠지만, 내면적으로는 일인자와 10번기에서 강동윤의 성장 가능성과 아울러 한국바둑의 가까운 장래마저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둘 간의 전적은 2005년도에 처음 맞붙은 이래 5승 4패로 이세돌이 앞선다. 그렇다면 아직은 완전 개화한 꽃이 아닌 강동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라는 뜻이 된다. 2007년 이후로는 서로 이겼다 졌다는 반복하고 있다.


▲ 천원전 결승1국에서도 이세돌(왼쪽)에게 승리를 거둔 강동윤.


기대되는 10번기
이세돌이 천하를 들었다 놨다 하기 시작한 3~4년 전부터 우리 바둑계에서 10번기 대결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일단 도전기 및 결승에서 5번기가 대거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세돌에게 연속으로 찾아올 만큼 막강한 대항마가 없었기도 하다.

어느 면으로 보나 이세돌이 우위인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기력으로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세로 바둑을 두는 강동윤에게 벌써 명인전 천원전에서 선승을 거두어 그 기세가 어디까지 뻗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한국바둑계의 기대주로서 일찌감치 명성을 쌓았던 강동윤이 마지막 10대에 일인자를 독대한다는 사실이다.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세돌. 자신도 스스로의 정점이 어딘지 잘 모르는 무한한 기대주 강동윤. 그들의 10번기가 오랜만에 바둑가를 뒤흔들 것이며, 이 대결이 끝나면 내년 바둑계까지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누가 과연 이길까? 두 기사의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스승 권갑룡 7단은 둘의 승부에 대해 묘한 얘기를 한다. “(강)동윤이는 젊은 기사에게서는 보기 드문 능구렁이 타입이어서 이(세돌)에게는 천적이 될 수 있는 기사이다.”

총 댓글수: 0새로고침

0/150자등록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