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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날마다 죽 쓰는 사나이-♠수정과 5단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한번 재미난 관전기 올려주시길

김종서 작가2008-12-11 09: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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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포복절도 깔깔관전기의 필자

한때 ♠수정과 5단은 타이젬에서 깔깔관전기의 필자로 맹활약한 적 있었다.
타이젬 대국 실에서 펼쳐지는 유명 9단들의 바둑을 구어체로 술술 풀어내는 그의 입담은 실로 독보적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그 코너를 찾곤 했었다. 코너 명칭이 그렇듯 그의 관전기는 느낌대로 말 나오는 대로 재봉틀 질하는 것처럼 수다를 늘어놓는 게 매력이었다.
그래서 유행어도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게 바로 ‘닝기리조또’라는 비속어다.

당시 타이젬 최고의 강자 신라면과 무명의 9단이 대국을 하는데 49수를 기다렸다 고작 10%의 배당을 노리고 신라면에게 억대 베팅을 했는데 모든 관전자들의 베팅이 우르르 신라면에게 쏠리는 바람에 배당 제로가 되어버린 것. 그래서 신라면이 이긴다해도 세금 떼면 본전도 못 찾는 황당한 상황이 되자 누군가 대화창에 ‘닝기리조또!’라고 탄식했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신라면이 이기기야 하겠지만 만에 하나 특유의 덜컥 수라도 나와 져버린다면 수많은 지지자들의 베팅머니는 연기로 사라지게 되니 바둑이 끝날 때까지 숨죽이며 지켜보았다는 관전기다.

그렇게 유머러스한 관전기로 인기를 얻은 그는 그 후 ‘♠수정과 꼴리기’란 통속적인 제목으로 내처 글을 연재했다. 자신의 성생활을 적나라하게 소개하는 글인데 어찌나 노골적이고 위트 넘치는지 찬반의 댓글이 홍수를 이룰 지경이었다.(♠수정과의 깔깔관전기 바로가기)

글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지만 ♠수정과 5단은 그렇게 명랑한 캐릭터의 주인공이다. 어떤 세상사도 그의 눈에는 희극으로 비치고 그의 입을 거치면 골 때리는 유머로 풀려난다.

무려 900회가 넘는 글을 연재했는데 요즘 그의 행방이 묘연하다. 지금쯤 되돌아 와 다시 한 번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일필휘지로 타이젬 분위기를 확 살릴 법도 한데.


S#2.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남을 웃기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수정과5단 그 자신의 삶은 피투성이에 가깝다. 서울 한복판 종로에서 태어나 명문학교를 나온 그의 이름은 임수정이다. (♠수정과라는 아이디는 전통음료 ♠수정과가 아니라 이름 석 자에 공동격 보조사 ‘과(with)’를 붙여 만든 아이디다.)

그는 초등학교 때 바둑을 배운 뒤로 중학생 때 기원을 출입하며 바둑을 즐겼는데 종종 수업을 빼먹고 기원에서 바둑삼매경에 빠져 푸른 시절을 날려보내곤 했다. 그런 전력이 세월이 흐를수록 간헐적으로 솟구치면서 그를 황폐화시켰다.

4년제 신학대학을 나와 목자(牧者)의 길을 걸으려는 찰나 지인의 소개로 그 대학 도서관에 사서로 취직하게 되었다. 성균관대학 도서관학과를 다시 다니면서 정말 제대로 된 사서가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책 더미 속에 묻혀 사는 사서의 생활은 너무 따분했다. 퇴근하면 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구장과 기원을 전전하며 방내기와 직방 당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 걸로도 성이 차지 않아 포커 게임에 빠지게 됐는데 심성이 모질지 못해 날마다 깨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 년을 주 사서 야 노름으로 일관하다 보니 개인경제가 파탄에 이르렀다. 가계수표가 돌아오고 카드빚이 산더미가 되어 단 하루도 편히 보낼 수가 없었다. 지옥 같은 나날이라 자살까지도 결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제 손으로 자신을 해코지 할 용기가 없어 방황하다가 마침내 해외도피를 책하게 된다. 아내와 아들이 있었지만 당시의 상태로는 사라져주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일본으로 가는 밀항선을 타고 만 거였다.

그 때가 1993년. ♠수정과는 도쿄 신주쿠의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취직했다. 말이 종업원이지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해괴한 서빙을 감내해야 하는 직종이었다. 자살을 했어야 하는 입장에서 다시 태어나기로 작정했으므로 아무리 궂은 일이라도 즐겁게 하는 게 옳았다.

늘 미소를 짓고 싹싹한 ♠수정과는 잠시나마 일본의 술집에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손님들이 아껴주는 것은 물론이고, 지배인이나 마담, 주인들이 그를 에이스로 대접해준 거였다. 밀입국자 신분이지만 특급 서비스를 장착한 ♠수정과는 인기만점의 종업원이었다. 그래서 몇 달 만에 다른 업소로 스카우트된다. 그 곳은 유서 깊은 고도(古都) 고오베였다. 도쿄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고오베의 술집에 오게 된 ♠수정과는 더도 말고 딱 3년 만 몸을 굴려 두둑한 엔 화 돈다발을 들고 귀국할 꿈에 젖었다.

그런데 신장개업 당일 야쿠자들의 영역 전쟁이 터지면서 그 술집에서 살인사건이 터져버렸다. 한 무리의 야쿠자들이 난입해 라이벌 세력들을 공격해버린 것.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에 끌려간 ♠수정과는 불법체류 노동자 신분이 발각 나고 그 자리에서 강제 귀국조치 되었다. 1년 만에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뜻밖에도 아내가 친척의 도움으로 가게 딸린 방을 얻어 아들을 무난하게 키우고 있었다. 그는 아내 앞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속죄했다. 무능한 남편, 비겁한 가장인데도 무작정 기다려 준 아내가 바로 천사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몰랐다.

그의 글에도 여러 번 등장하지만 ♠수정과의 아내는 초비만 형 글래머라고 한다. 체중조절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나 그래도 ♠수정과의 눈에 아내가 언제나 섹시하게 보인다니 그 독특한 취향의 내력도 알고 보면 죄 값에서 기인한 건 아닐까? ^^


♠수정과의 깔깔관전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정과마눌얘기'


S#3. 아직 돌을 던질 때가 아니다!

이 스토리는 과장이 없는 ♠수정과 5단의 삶이다. 본인이 진실 자체를 솔직하게 까발려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이런 처절한 고백이 타이젬 회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그에 대한 답은 ‘바둑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가?’라는 화두와 닿아있을 것이다.

잡기로써 바둑은 이처럼 한 청춘을 사소한 재미의 세계로 인도해 삶의 본질을 망각하게 하는 독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수정과5단은 네오스톤 바둑을 즐기다 타이젬으로 건너 와 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새로운 삶을 열어간 갱생의 캐릭터다.

“독은 독으로 풀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를 중학생 때부터 황량한 노름의 세계로 내몰았던 바둑이었으나 그는 바둑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즐겼다. 사이버 세상에 좋은 친구들이 많았으며 도박성의 DNA는 티머니 베팅으로 달랬다. 그리고 죽어라 노동을 하며 가장의 자리를 지키려 애썼다. 대리운전, 자가용 운전, 회사 차량 운전, 등등 닥치는 대로 주어진 일을 하며 밤에는 관전기를 썼다. 노동을 끝내고 타이젬에 입실하면 수많은 독자들이 그를 응원하고 반겼다.

또 타이젬을 통해 알게 된 선후배들이 오프라인에서도 격려해주었다. 그가 타이젬에서 한때 이름깨나 날리는 필자로 활약했지만 사실 그의 일상은 무척이나 고된 시간으로 점철됐었다. 그가 관전기를 통해 숱한 회원들에게 웃음을 나눠주었지만 그는 울음을 참고 살았던 것이다.

“수정 씨,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지내나요?”
“에효, 그저 죽을 쓰고 삽니다.”
바로 어제 대국실에서 그의 아이디를 발견하고 옷깃을 잡았다.

“죽이라도 쓴다니 다행이네요.”
농담으로 비틀었더니 깜짝 놀란다.“헉, 제가 죽 공장에 있다는 걸 아시나요?”
뜻밖의 답이 날아온다.

“경기도 광주 실촌면에 있는 ‘죽 이야기’라는 공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갑니다.”
소리 없이 사라졌던 ♠수정과5단은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건재했다.
가족을 위해 죽을 쓰고, 마음의 고향 타이젬을 못 잊어 밤마다 대국실에 잠입해 똑딱똑딱 속기 몇 판을 두고 사라진다.

항상 죽 쓰는 우리의 ♠수정과5단.
마음의 여유가 생겼걸랑 죽만 쓰지 말고 재미난 관전기를 다시 한 번 타이젬에 올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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